[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경기 다솜초 김홍진 교장 선생님
입력 2010.05.12 09:59
공부보다 체력! '맞춤 체력 인증제'를 아시나요?
배드민턴에 급수 부여 기초 체력은 올라가고 재미·성취감 절로 '쑥쑥'
  • “배드민턴 치는 모습이 어떨까요?” “잠깐만요.” 사진 촬영을 위해 교정으로 향하다 그는 다시 교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운동복 차림으로 코트에 나섰다. 배드민턴 전도사답다. 마침 쉬는 시간, 교실을 뛰쳐나온 아이들도 여기저기서 배드민턴을 즐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다솜초등학교 김홍진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은 체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자나깨나 공부, 공부를 외쳐대는 세태를 걱정스러워한다. 지난 4월 29일 진달래·개나리·벚꽃으로 둘러싸인 화사한 교정에서 그와‘배드민턴 데이트’를 즐겼다.

    —학교가 꽃 천지입니다.

    “봄꽃들이 만발했습니다. 학교도, 주변 아파트도 도로도 생긴지가 얼마 안 돼 깔끔합니다. 주택과 자연에 둘러싸여 학습 환경이 참 좋은 곳이에요.”

    —부임하신지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하시는지….

  • 쉬는 시간에 코트로 몰려나온 아이들 손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배드민턴 라켓이 들려 있었다. 이제 배드민턴은 다솜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을 발견하고 그의 주위를 에워쌌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인성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학부모들께 가정→학교→사회→평생교육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을 자주 강조하고 있어요. 인성교육의 출발점은 가정이라는 걸 인식시켜 주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전통문화 체험실에서는 다도수업, 전통혼례 배우기, 손님 맞기 등을 통해 예절을 익히도록 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 도심지 아이들에 비해 너무 착해요. 인사도 잘하고요. 싸움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어요.”

    —맞춤 체력 인증제가 뭔가요?

    “어린이들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배드민턴(3~6학년), 줄넘기(1~2학년)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배드민턴은 10급~1급까지 급수를 부여해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했어요. 급수에 따라 반별로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고, 1년에 2차례 급수증도 발급합니다.”

    —아이들 체육활동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 셔틀콕이 강한 바람에 제멋대로 날아다녔지만, 김 교장 선생님과 기자의 샷은 한 번에 20여 차례나 랠리가 지속되기도 했다.
  • “교단에 선 이후 여러 학교에서 체육부장을 지냈어요. 첫 발령지인 강원도에서는 배구를 지도했습니다. 경기도로 옮겨 와서는 배드민턴 보급에 열중했어요. 소년 체전에 나가 우승도 했습니다. 현역 실업선수 중에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여럿 있어요. 그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긍심을 느끼죠.”

    —교단의 보람은?

    “서울대 법대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한 제자가 인근 사법연수원에 들어왔다고 인사를 왔을 때, 학창 시절엔 말썽만 피우던 아이가 미장원 냈다고 찾아와 머리 깎으러 꼭 와달라고 했을 때, 선생님 된 보람을 느끼는 거죠.”

    —교직자로서의 다짐이 있다면?

    “학교의 주인은 어린이입니다. 선생님들께 주인을 잘 모시라고 합니다. 교장·교감은 선생님들을 잘 모시는 게 임무죠. 작년 이 학교에 왔을 때 교문에 교장 부임 환영 플래카드를 걸어놨더라고요. 얼른 바꾸라고 했어요. 새로 오신 선생님들 이름 다 넣은 플래카드를 다시 내걸었어요.”

    —아이들에게 한 말씀….

    “참되고 바르게, 어린이답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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