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야 할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고민한 적은 없는가? 반대로 너무 책을 빨리 읽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은 적은 없는가?
글을 ‘잘’ 읽는 사람은 어떤 글은 천천히, 어떤 글은 빠르게 읽는다. 천천히 정독하며 읽어야 할 글이 있고 단시간 내에 읽어야 할 글이 있다. 글의 종류에 따라서 또는 글을 읽는 목적에 따라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능숙한 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직 능숙한 독자가 아닌 학생들은 어떻게 읽기속도를 조절하며 읽어야 할까?
1. 읽기속도에 대한 오해들
한국은 속독교육이 넘쳐 나고 있다. 정보 전쟁 시대인 지금 글을 ‘빠르게 정확히’ 읽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과대광고로 포장된 속독교육은 ‘빨리 읽기’에 집중된 경우가 대다수이다. 분당 몇 글자를 읽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숫자만이 아니고 정확히 그 의미를 파악했느냐는 것이다. 빨리 읽기(fast reading)가 아닌 빠르게 이해하기(speed understanding)를 가르쳐야 한다.또한 대부분의 속독교육은 국어로만 이루어진다. 그러한 속독교육의 효과는 오직 학원 규모의 사설 국어 경시대회에만 적용 가능하다. 실제 공부에 적용하기도 어려운데다가 외국어 속독(영어 직독직해)의 필요성이 증가되는 추세에 이런 ‘알맹이 없는’ 속독기술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2. 독해능력을 키우는 방법론으로서 속독훈련
그렇다면 어떤 속독훈련이 필요한 것인가? 진정 ‘독해력 향상’을 위한 속독교육이라면 기초적인 읽기능력을 키우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억이 있는 SQ3R이 그것이다. SQ3R은 Survey, Question, Reading, Recite, Review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독자 자신이 스스로 질문을 던져, 자기 점검과 통제를 하는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읽기 전략을 토대로 하여 빨리 읽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속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또한, 기초적인 읽기 전략을 갖춘 이후에 속독훈련에 필요한 것은 읽기에 대한 ‘동기 부여(motivation)’이다. 장작불에 장작을 많이 넣을수록 불이 세게 타듯이, 동기를 부여해야 글을 빨리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동기 부여는 지속적으로 유발되어야 한다.
동기 부여가 지속되면 글 읽기가 쉬워진다. 글 읽기가 쉬워진다는 것은 새롭게 받아들인 글의 내용이 뇌에 저장된 지식과 유사하여 쉽게 기존 지식과 융합하는 것을 말한다.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을 스키마(Schema)라고 하는데, 이것은 독해 이해력을 높이는데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이 많은 사람은 지식이 적은 사람에 비해 독해 속도가 빠르고 이해의 폭도 넓다.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유발하는 독서 동기는 빠르게 읽는 것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독서전략, 동기부여, 스키마’에 집중된 속독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중에 난립하는 속독교육 프로그램으로 세 가지를 모두 가르치기는 힘들다. 정답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을 글을 읽는 독자, 바로 자신에게 있다. 스스로 시간을 정해 글을 빠르게 읽는 훈련을 해나간다면 빠른 시간 안에 글을 읽어내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3. 목적에 따른 읽기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어떤 글을 읽느냐에 따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듯이, 글을 읽어야 하는 목적이 달라짐에 따라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시험 대비를 하느라 참고서를 읽을 때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기 위해 소설책을 읽을 때의 속도는 다르다는 말이다.책 한 권을 정독해서 한 번 읽는데 3시간이 걸린다고 했을 때, 동일한 시간 안에 읽기 속도를 빠르게 하여 2~3번 반복해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실제 학교 시험이나 입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를 원한다면 하루 빨리 ‘속독’을 배워야 한다.
※ 맛있는리딩 언어연구소 연구원 홍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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