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인천가림초등학교 위운영 교장선생님
입력 2010.03.31 10:08
"학생들 독서 열기 '활활' 타오른 비결이 있지요"
교실 3칸, 도서실로 바꿔… 독서인증제 등 동기부여
  • 완도 청산, 김포 모도, 강화 교동, 옹진 덕적도…. 그는 40년 교직생활 중 섬·벽지·오지에서만 15~16년을 보냈다. 그의 보람이자 아름다운 기억이다. 2005년 인천가림초등학교 개교와 함께 그의 교장 이력은 시작됐다. 임기 교장을 마친 후 지금은 초빙교장으로 재임 중이다. 2년 뒤면 이곳에서 교직생활을 접는다. 아이들과 마지막 애정을 불사르고 있는 위운영 교장 선생님을 지난 25일 만났다.

    -가림이라는 이름이 참 예쁩니다.

    “아름다운 숲이란 뜻이죠. 운동장이 좁은 것 말고는 시설이나 외관이 소담스럽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바로 옆에 체육공원도 있고요. 학교가 신설되는 걸 보고 이 학교로 보내달라고 자원했어요. 집에서 걸어서 15분밖에 안 걸려요. 개교 때부터 교장을 맡았고 정년퇴임을 여기서 맞게 됐으니까 내 집 같은 곳이죠.”

  • “꿈을 갖겠습니다.” 가림의 3월 인사말이다. 꿈도 새로움도 가득한 2학년 아이들이 교장 선생님을 둘러쌌다. 그의 옆자리를 차지한 아이들은 “깔깔깔”, 뒷자리로 밀린 아이들은 “잉잉잉”이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도서 100권 읽기, 독서학습장, 독서행복장, 독서인증제 등 아이들을 책의 바다에 빠뜨리셨더군요.

    “오랜 교직생활을 통해 얻은 교육 노하우라고 할까요. 시험공부 많이 한 애들이 당장은 성적이 좋을지 몰라도 결국은 책 많이 읽는 애들이 성공하더라고요. 그래서 길게 보고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실 3칸을 도서실로 꾸미고, 책 많이 읽은 아이들에게 동장, 은장, 금장, 대상을 줍니다. 독서우수학교로도 선정됐지요.”

    -교장 선생님은 최근에 어떤 책을 읽으셨는지….

    “박완서·정호승·이해인 등이 함께 쓴 ‘괜찮아, 살아있으니까’와 류시화씨가 엮은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읽었어요. 책 읽는 도중에 스님이 입적을 하셨어요.”

    -NIE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면서요.

    “신문을 보면 정보·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논술력과 말하기 능력까지 키울 수 있어요. 독서와 같은 차원에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NIE 교육을 위해 선생님들을 매년 신문사로 보내 교육을 받게 했어요.”

  • 2005년 3월, 가림과 위운영 교장 선생님은 함께 출발했다. 그는 앞으로 이 학교를 거쳐 갈 아이들에게 짧지만 깊은 메시지를 기념석에 남겼다.
  • -특이하게 여자축구부가 있습니다.

    “인근 학교에서 운영을 포기한 걸 신설학교라 억지로 떠안았어요. 일단 맡으면 잘해야죠. 물질적인 지원은 많이 못 해줬지만, 학교 전체가 큰 관심을 가지고 응원했어요. 1·2학년만 데리고 시작했는데, 작년엔 6개 전국 대회 중에 3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어요. 우리 학교 아이들 자부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교장 선생님의 학창 시절은?

    “우리 땐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했어요. 중학교 진학을 포기할 형편이었죠. 그때 마침 지역에 고등공민학교가 생겼어요. 빌린 참고서로 공부해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쳤어요. 너무 가난해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돈 벌러 서울 가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교대 시험 쳐보라고 붙드신 게 오늘의 저를 있게 만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인성입니다. 인성교육은 학교에서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가정과 연계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인사 하나만 잘해도 인성교육의 50%는 달성됩니다. 그래서 ‘공수배 인사(두 손을 배꼽에 대고 허리를 90도로 굽혀 하는 절)’를 하게 했습니다. 인사말은 ‘효도하겠습니다’ ‘꿈을 갖겠습니다’ 등 매달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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