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아이는 자란다." 제임스 매튜 배리의 소설 '피터팬'은 이렇게 시작한다. 다들 알다시피, '피터 팬'은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년의 이야기로 그 동안 수많은 연극과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피터팬' '후크'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모두 피터팬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어른과 아이, 모두를 사로잡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팬'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피터팬'은 1904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연극으로 처음 대중에게 선을 보였다. 최초의 와이어 액션이라고 할 수 있을, 줄을 달고 무대 위를 나는 피터팬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는 모험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어른에게는 동심을 되돌려주면서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이후 원작자는 제임스 매튜 베리는 '피터팬'의 전사(pre-history)라고 할 수 있을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과 '피터와 웬디'라는 소설을 써낸다. 초록색 고깔모자를 쓰고,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꿈의 세계를 활공하는 소년, 피터팬은 이렇게 탄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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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애니메이션‘피터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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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에게 각인된 피터팬의 이미지는 대부분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에 묘사된 모습이다. 초록색 모자와 반바지, 반소매 차림의 활기찬 소년 요정의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원작을 읽어 보면 피터팬은 단순히 용기 있고 모험을 즐기는 소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원작 속에서 그는 정의롭기보다는 장난꾸러기이고, 죽음을 장난의 일종으로 여기는 매정한 아이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맑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매정하기도 하다. 곤충이나 병아리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심리에는 사악함보다는 세상을 무조건 장난의 대상으로 여기는 무지한 매정함이 놓여 있다. 그런 점에서 피터팬은 아이들의 모습을 똑 닮았다. 어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진짜 유년기 아이들의 면모가 투영된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그렇다면 왜 원작자 제임스 매튜 배리가 자라지 않는 소년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을까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배리의 비극적 어린 시절과 그때 입은 상처가 영향을 미쳤다. 10남매 중 둘째였던 배리에게는 데이비드라는 형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무척 아꼈던 형 데이비드는 14살 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으로 어머니는 만성 우울증에 빠졌고, 배리는 자신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다는 사실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소설이나 연극, 영화 속에 그려진 '네버랜드'는 죽음의 세계와 닮은 구석이 많다. 어쩌면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는 영혼이 된, 죽은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는 철학자들의 말처럼 네버랜드는 성장도 없지만 삶도 없는 공간이다.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피터팬의 건망증은 결국 성장이라는 것은 어제를 과거로 쌓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렇게 복잡한 사연과 배경이 있음에도 아이들은 피터팬 이야기를 모험담으로 기억한다.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과 우수는 영화를 보는 동반자, 어른들의 몫이다. 피터팬이라는 이름만큼이나 후크가 유명한 까닭도 이와 연관된다. 후크야말로 피터팬의 모험을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생생한 적이기 때문이다.
피터팬을 보면, 전 세계적인 아이콘이 된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작품이 우연히 탄생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피터팬 이야기 속에 2010년의 아이들이 즐길 만한 모험과 상처, 성장의 모티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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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는 자란다. 원작자의 말대로 아이들은 자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한 때의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날아다니고, 꿈속에서 네버랜드를 찾아가던 시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잃어버린 동심을 모험과 순수의 공간으로 그려낸 피터팬은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될 만한 작품이다.
※더 생각해볼 문제
1. 많은 아동 영화들이 판타지 형식을 띠고 있다. 왜일까?
2. 동심과 환상은 같은 것일까?
3. 어린 시절의 상처가 어른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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