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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년·그림)은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사회에 불만도 많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이었죠.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릇을 던져버리기도 한, 꽤 괄괄한 성격이었습니다.
독일 출신인 베토벤은 세계 최고의 음악도시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온 뒤로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청력을 잃은 뒤에는 더욱 산책을 즐겼습니다. 산책은 그의 모든 실망과 울분을 달래주었습니다.
베토벤은 30세가 되던 1800년경부터 빈 근교에 가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날씨에 관계없이 뭔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큰소리로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베토벤이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교향곡 6번 ‘전원’은 바로 이런 시기에 작곡됐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베토벤의 교향곡은 ‘빰빰빰빰~~’ 하고 강렬하게 시작하는 5번 ‘운명’이죠. 이 곡 바로 다음에 작곡된 곡이 바로 전원입니다. 베토벤은 오랫동안 곡을 다듬고 고치는 걸로 유명합니다. 5번 교향곡을 완성하는 데 무려 12년이 걸렸죠. 6번은 비교적 빠른 1년 만에 끝냈지요.
베토벤은 모두 9개의 교향곡을 썼는데요. 흔히 홀수는 남성적이고 짝수는 여성적이라고 합니다. 5번은 강력하고 힘차지만, 6번은 매우 부드럽고 온화하지요. 베토벤은 이 교향곡 악보에 ‘전원의 심포니, 시골의 생활과 추억’이라고 써놓았어요. 그런데 이 곡은 비발디의 ‘사계’처럼 자연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림처럼 표현한 것은 아닙니다. 주로 ‘아름다운 전원에서 받은 인간의 감동’을 표현했지요.
원래 교향곡은 4악장으로 이뤄지는데요. ‘전원 교향곡’은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당시로써는 정말 파격적인 일이었습니다.
1악장은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감정’입니다. 넓고 푸른 전원 앞에 선 주인공의 기분이 담겨 있어요. 명랑하고 경쾌한 느낌이 빠른 알레그로로 표현되죠. 그러나 너무 빠르지는 않게요.
2악장은 ‘냇가의 정경’입니다. 현악기들이 냇물의 흐름을 암시하고 뻐꾸기와 메추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와요. 냇물은 졸졸졸 흐르죠? 그래서 천천히 흐르는 안단테 악장입니다.
3악장은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입니다. 마을 아가씨들이 시골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서 수확을 축하하는 춤을 추고 있어요. 알레그로의 빠른 춤입니다.
4악장은 ‘무서운 천둥과 폭풍우’예요. 멀리서 천둥이 치면서 바람이 불고 번개가 번쩍이면서 비가 심하게 내립니다. 보나 마나 빠른 악장입니다. 곧이어 폭풍우는 멎고 맑게 햇볕이 나면서 플루트의 청아한 음이 푸른 하늘 위로 솟아오릅니다.
마지막 5악장은 ‘목동의 노래’예요.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기쁨과 감사한 기분이 가득합니다. 목동의 피리는 클라리넷으로 연주되지요. 그야말로 인간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전원의 모습이 5악장에 담겨 있는 거예요.
장일범의 추천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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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뵘이 지휘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반은 비교적 완만한 빠르기지만, 미묘하게 오케스트라에 움직임을 주어서 섬세한 표정을 곳곳에서 들려줍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을 깔끔하고 화사하게 들려줍니다.
눈 감고 들으면 '자연의 기쁨' 춤춘다… 청력 잃은 슬픔 산책으로 달래
파격적 시도인 '5악장 교향곡'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 느껴져
파격적 시도인 '5악장 교향곡'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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