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식 용돈 지급으로 돈 모으는 재미 알려줬죠"
입력 2010.03.15 04:03
회계사 손봉석씨의'자녀 경제 교육법'
  • "돈을 쓸 때는 반드시 용돈 기입장에 기록하고 가능하면 돈을 아껴 써야 해. 알았지?" 아이에게 일주일, 한 달치 용돈을 주며 부모가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돈은 가능한 한 아껴 쓰고, 출입을 기록하는 것은 누구나 들여야 할 '올바른 경제 습관'이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경제교육을 할 수 있을까.

  • 손봉석(사진 왼쪽)가 예림이 ,조카와 함께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 ◆“돈 모으는 재미를 알게 하려면‘복리식 용돈 지급법’이용하세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딸 예림이를 키우는 회계사 손봉석(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저자)씨의 경제교육법은 특별하다. 일주일 용돈으로 1000원을 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정산해 남아있는 돈을 두배로 만들어 주는‘복리식 용돈 지급’방법이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1000원씩 용돈을 주고 원하는 곳에 쓰도록 했어요. 하지만 1000원씩 한 달을 모아봐야 고작 4000원밖에 되지 않다 보니, 아이가‘왜 용돈을 절약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더군요. 돈 모으는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 용돈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주일 용돈 1000원을 쓰지 않으면, 다음 주 용돈 1000원과 돈을 아낀 대가인 1000원을 합쳐 2000원을 줬어요. 예림이는 총 3000원을 갖는 셈이죠.”

    만약 2주 후에도 용돈 3000원을 아낀다면 예림이는 4000원(용돈 1000원+아낀 대가 3000원)을 받아 총 7000원을 갖게 된다. 예림이는 절약하면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용돈 받을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좋아하던 군것질 횟수도 조금씩 줄었고, 자연스럽게 복리 효과를 알게 됐다. 손씨는“한 달 동안 아이가 돈을 아끼면 3만1000원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이 방법을 유지하면 월급을 아이에게 줘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며 한 달이 지나면 돈을 은행에 넣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것을 권했다. 그는 예림이가 다섯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교육을 시작했다. 예림이가 즐기던 인터넷 강아지 키우기 프로그램을 경제 원리에 적용시켜 설명하고 경제 관련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주식투자, 회사 설립의 원리를 알려주는 동영상 만화를 함께 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은행에 갈 때도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처음에는 은행에 대한 거부감을 내보였다.

    “아이에게‘지갑과 저금통에 있는 돈을 은행에 넣으면 이자가 더해져 나중에 더 많은 돈을 가질수 있다’고 말해도 다섯 살인 예림이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자기 돈을 은행에 줘버린다고 생각해 ‘은행에 가기 싫다’고 했죠. 그래서 예림이가 가장 좋아하는 알로에 음료수를 은행에 올 때 마실수 있도록 했어요. 덕분에 은행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죠. 하지만 아이의 관심사를 이용해 거부감을 없애는 것은 처음 몇 번에 만족해야 합니다.”
    작년에 그는 예림이와 함께 직접 쓴 책‘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를 보드게임으로 만들었다. 당시 여섯 살이던 예림이가 갖고 놀기에도 어렵지 않게 게임의 룰과 용어를 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합병, 재고자산 등 어려운 경제 용어도 보드게임으로 접하게 했더니 쉽게 이해했다”고 전했다.

    ◆돈의 소중함은 돈 버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느낄 수 있다

    손봉석씨는“경제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고 말한다. 아이가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경제 관련 동화책을 접하게 하고, 시장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원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번은 어린이집 보육료를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하는데 예림이가 놀아달라며 방해했어요. 그때 예림이에게‘지금 어린이집에 돈을 보내야 한다’ 고 말했고, 신기하게도 아이는‘왜 어린이집에 돈을 보내느냐’고 반문하더군요. 왜 아빠가 어린이집에 돈을 줘야 하는지,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누구한테 돈을 받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왜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해야 할까. 그는“요즘 아이들은 빵 봉지에 들어 있는 캐릭터 스티커를 갖기 위해 먹지도 않은 빵을 버리고, 잔돈 받기를 거절하기도 한다”며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요즘 아이들이 돈을 쉽게 쓰는 것은 부모로부터 돈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진학해 자기가 스스로 번 돈으로 학비를 낸다면 아까워서라도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경제교육의 핵심은‘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어서 쓰는 습관들이기’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
    터 집안일을 도울 때, 부모의 심부름을 할 때 용돈을 주는 방법으로 노력과 수입이 비례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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