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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유학을 간다고 하면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영어권 지역이나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선진국을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곳은 다름아닌 터키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터키라고 하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생소하게 여기는 곳이지만 나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터키는 유럽 대륙부터 아시아 대륙을 잇는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와 메소포타미아 문명, 로마 제국, 오스만 투르크 제국, 지금의 터키까지 그야말로 역사의 땅이라고 불려도 손색 없는 곳이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세계사 수업에서 처음으로 터키를 알게 됐다. 그후 터키라는 나라에 빠져 들게 됐지만 그저 막연하게 여행하기 좋은 곳,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나라쯤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우연치않게 기회가 생겼다. 한국에서 대학에 입학했지만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학교를 그만뒀던것. 그때 나는 이게 기회다라는 생각을 했다. 곧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 터키에 아는 지인도 전혀 없었고, 우리나라에 터키 유학원도 없어 사전 지식이 전무했다. 물론 걱정이 됐다. 그래도 한번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으로 부모님의 심한 반대를 꿋꿋이 이겨냈다. 터키어라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밖에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터키로 향했다. 운이 좋게도 좋은 홈스테이 가족들을 만나 현재 다니는 대학에 까지 입학할 수 있었다.
재학중인 파티(fatih) 대학은 터키 내에서 영어로 수업하는 몇 안 되는 학교다. 대학교 내에 한국인은 나를 비롯해 총 세 명이 다닌다. 터키 내 한국인 유학생이 총 30명이 안되는 상황에서 3명이면 꽤 많은 숫자이다. 터키어는 여기서 공부하는 4년 동안 익히면 된다는 생각에 터키어학과 대신 영어영문과를 지원했다. 영어와 터키어를 동시에 익히려는 계획이었다.
파티 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진의 절반이 미국, 영국 등의 원어민 교수라는 점도 끌렸다.
입학의 기쁨도 잠시, 한국 대학교와는 너무나 다른 시스템, 분위기 때문에 적응하느라 혼났다. 서로 다른 분위기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금주였다. 이슬람 나라이고, 특히 이슬람 재단인 학교에 다니는 관계로 보수적이다. 친구들끼리 술 마시러 가자는 말을 하지 않을 뿐더러 술을 종종 마신다는 말을 하면 인상을 찌푸리고 '진짜?'라며 거듭 되묻는다. 어쩔수 없이 금주를 하게 됐다.
교육 시스템 중에서 힘든 것은 시간표였다. 우리나라는 1·2학년 때 주로 교양과목을 듣고 3, 4학년 때 전공과목을 듣는데 반해 터키는 1학년 때 전공과목을 제일 많이 듣고 2학년 때부터 한 두 과목씩 교양과목을 듣기 시작한다. 게다가 1학년 시간표는 학교에서 정해준다. 주 아침 8시에 수업을 시작해 저녁 5시에 끝나는 살인적인 시간표 때문에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3년의 시간이 지나 졸업을 하면 나와 같이 제3세계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 터키 유학원이나 유학전문기관에서 유학 플래너가 돼 남들이 가지 않는 나라로 개척의 발을 딛으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터키 뿐만 아니라 그외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친구들과 사귀면서 그 나라의 유학 제도를 꼼꼼히 점검하며 알아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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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한국인 유학생 비율이 적고, 정보가 부족한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한국인이 많으면 많을 수록 서로 어울리 되, 언어 공부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현재 상황에 만족하기로 다짐했다.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낸다는 외로움,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차별, 언어장벽은 이따금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걸 겪으면서 나는 그간 몇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선 겪기 힘든 상황을 보내면서 상황 대처 능력도 기르게 됐다.
한국에서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언제 그리고 어디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곳에서든 언제든 좋은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술문화 없는 이슬람 생활권 1학년부터 전공 위주로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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