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영대 특기자 합격생 스토리
입력 2010.02.28 16:36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전에 예고 드린 대로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경제 경영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의 인터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서울 법대가 사라지고 인문계 최고의 학과로 부상한 서울대 경영학부 합격생 스토리입니다.

    서울대 특기자 전형은 공식적으로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전형은 학생부 외에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1단계에서는 서류만을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최종 관문에서는 면접을 통과해야 합니다. 전형적인 입학사정관 전형인데 서울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이야기할 때 기회균등 전형이나 지균 등을 앞세우고 특기자 전형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아닌 것처럼 말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논술 시험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지필 고사를 보기 때문에 시험 없이 뽑는 입학사정관 전형과는 취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지요. 특기자라는 말에서 외고나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입학사정관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서류평가에는 입학사정관들이 참여할 수 있겠지만 논술이나 구술에서는 대학 교수들이 출제 및 채점, 평가 등 당락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 전형을 순수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글로벌이나 특기자 전형 등 서류를 강조하는 전형들은 대학 교수들이 자신들을 가르칠 학생들을 직접 뽑는 제도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지난 번 칼럼에도 썼지만 올해부터 지균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명명한 이면에는 지균 면접에는 교수뿐 아니라 입학사정관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변화도 예상됩니다. 반면 특기자 전형은 철저하게 교수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듯합니다. 2009학년도에 서울대 경영대에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은 입학사정관은 면접에서 구경하지 못했고 교수 면접만을 치렀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드릴 주인공은 노원구에 있는 인문계 일반고 청원고를 졸업한 김남백 학생과 강남에 거주하며 대원외고 불어과를 졸업한 박여경 학생입니다. 남학생과 여학생, 일반고와 외고생 한명을 선택했지요. 참고로 서울대 경영대 남녀 비율은 2대 1 정도라고 하네요. 특기자 전형은 절반 정도가 외고생이고 절반 정도가 일반고생라고 합니다.

    당시 30명을 특기자 전형에서 뽑았는데(이 숫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대원외고 학생들은 모두 7명(2010학년도는 8명)이었습니다. 대원외고 포스가 대단하지요. 남백 학생이 나온 노원구의 청원고도 두 명을 배출했습니다. 일반고에서 서울대 경영대 합격생을 특기자 전형에서 두 명 배출하는 것은 확률적으로도 드문 일이겠지요. 특기자 전형은 블랙박스 전형 혹은 카오스 전형이라고 할 만큼 실체가 알려져 있지 않은데 세간에 알려진 평가 요소별로 두 학생의 말을 들어보지요.

     

  • ◆역시 내신이 가장 중요하다

    김 : 저는 같이 경영대에 합격한 친구와 전교 1등과 2등을 다투었습니다. 1.18 등급 정도 나왔는데 그 성적은 서울대 지균으로 경영대에 들어가기에는 조금 부족했지요. 지균 점수로는 79.34(80점 만점) 정도가 합격선인데 저는 77.8 정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 : 저는 대원외고에서 전교 10등 정도 했습니다. 2등급 초반 정도였지요. 대개 내신과 특기자 전형 합격률은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는 듯해요. 하지만 당시 저희 학교 전교 1등은 1등급 후반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갖고도 특기자에서 떨어졌고 정시로 붙었습니다. 반드시 내신과 합격이 일치하는 건 아니지요.

    ◆내신 다음에는 텝스다

    김 : 저는 텝스 준비를 꾸준히 했는데 897점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랑 같이 합격했던 같은 학교 친구는 907점이었고요. 특기자로 합격한 학생들은 대개 900점은 넘는 것 같습니다만 반드시라고 말할 수는 없는 듯 합니다.

    박 : 저는 950점 정도였어요. iBT를 주로 준비하다가 텝스는 몇 번 모의고사를 보고 감을 잡은 뒤 나온 결과였지요. 당시 저희 반에는 사상 최초로 텝스 만점(981점)을 받은 학생도 있었어요. 그 학생은 내신도 저보다 나빴고 비교과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인문대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가 텝스를 중시하는 것 맞는 듯해요.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텝스성적을 제출하기 때문에 공통된 전형요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펙 중에서 필수인 건 아무 것도 없다

    김 : 저는 내신과 텝스 외에는 스펙이라고 내세울 만 한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랑 같이 붙었던 친구는 AP 미시 거시 경제는 했습니다. 주위를 보아도 스펙이 화려하다고 해서 특기자 전형에 붙는 것은 아는 듯해요.

    박 : 외고생들이 AP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AP 성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결과적으로 많은 거지.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AP 미시, 거시, 미적분을 했고 모두 만점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어는 델프 B2를 땄습니다. 저는 경제 경시에서 동상(50명 정도)을 받았는데 상을 받아도 떨어진 외고생들이 있으니 증권 경시나 경제 경시 또한 필수는 아닌 듯합니다.

    ◆비교과는 양보다 질, 리더십과 봉사가 중요하다

    김 : 저는 봉사 활동을 고 3 6월까지 꾸준히 했습니다.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는 봉사를 꾸준히 했고 저는 그 경험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에 눈을 뜨게 되엇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기소개서에 썼습니다. 저는 관리에 강하고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인데 제가 공부한 스케줄러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했습니다. 정확히 시간표를 짜고 공부한 양까지 기록했지요. 그동안의 저를 총정리하면서 성실성을 보여주자는 의도였지요. 그렇게 제출했던 학생들은 저 말고 없었던 듯 합니다. 학생회장을 맡지는 않았지만 저는 대신 영자신문 동아리를 만들고 편집장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산 문제를 비롯해 학교 측과 갈등을 빚었고 교장 선생님을 제가 설득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요. 이런 과정들을 자기소개서에 담았습니다.

    박 : 저는 오케스트라에서 플롯을 연주했어요. 함께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친구들과 조화하고 협력하는 것을 동아리를 통해 배웠지요. 어려서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았기에 저는 학교에서 하는 경제 프로그램들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데일 카네기 러디십 포럼도 다녀왔고 방학 중에는 증권 회사 인턴십도 했었지요. 봉사는 1달에 한 번씩 놀토에 시립 아동 병원을 찾아가 오전 9시부터 2시까지 몸이 불편한 환자를 씻기며 식사를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저는 포트폴리오로 일본 우토로(일본 교토에 있는 조선인 강제 동원자들의 마을로 일제 시대의 아픈 기억을 지금도 보여준다) 지역에서 제가 한 활동을 소논문 형태로 제출했습니다. 팀 프로젝트였는데 제 역할과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도 자세하게 썼지요.

    ◆꼭 경제 경영에 관한 독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김 : 저는 김찬호 교수의 ‘사회를 보는 논리’와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감명깊게 읽었고 그 책들을 서울대 자기소개서 독서 이력철에 썼지요. 제 관심사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고 일부러 어려운 경제 관련 책을 읽고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는 재 테크책과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게 되더군요.

    박 : 저는 ‘모모’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적었습니다. 저도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답게 다양한 주제로 다독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학교에 올라오면서 남백이처럼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었는데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문학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편집자 주) 두 사람은 서울대가 독서이력철을 특히 강조한다는 점에 대해서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백 학생은 면접 때 독서 이력철에 적힌 책들에 대해 교수님들이 물어보았지만 여경학생은 그런 질문이 없었다는 것. 누구는 묻고 누구에게는 묻지 않았다면 그것은 변별력 있는 요소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겠지요.

    ◆교수님들은 가장 중요한 건 자기소개서라고 말한다

    (이구동성으로)교수님들과 입학하고 나서 대화할 기회를 가졌는데 특기자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소개서라고 합니다. 아무리 스펙이 화려해도 왜 했는지, 그걸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가 자기소개서에 드러나지 않으면 서류 전형 합격을 누구도 장담 못합니다. 주위의 경우를 보아도 그래요. 반드시 자기소개서만큼은 누구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자기 경험을 진솔하게 써야만 합격할 수 있습니다.

    ◆수능과 6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진실

    김 : 정시와 수시를 따로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정시까지 간다고 생각하면서 수능 준비에도 만전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당시 올 1등급을 받았는데 언어는 93점, 수리는 100점 만점에 100점(당시 수리 나 1등급이 81점으로 아주 어려웠음)을 받았지요.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을 본다고 하는데 제출은 의무가 아니라서 저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특기자 합격생도 대부분 수능에서 언수외 1등급은 기본입니다. 특기자 전형이라고 해도 언수외 기준으로 백분위로 300점 만점에 최소 295는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최저 등급이 2등급 2개라고 해서 거기까지만 공부하고 특기자 전형에 합격하는 경우는 없다는 할 수 있습니다.

    박 : 저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성적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제출한 애들이 있기는 하지만 합격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듯 해요. 저는 원점수 기준으로 언어가 96, 수리가 96점이었어요. 탐구 과목에서 한 과목 빼고 다 1등급을 받았고요.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한 친구들이나 정시 수능 전형으로 합격한 친구들 모두 수능 점수는 비슷합니다.

    ◆논술은 수능과 최대한 겹치게, 면접은 경제 기사 읽는 게 도움

    (이구동성으로) 특기자 전형에서는 면접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게 하기도 하고 영어 제시문을 주기도 하지만 지식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논리력, 경영적인 마인드, 경영학과에 들어 올 적성이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하는 듯 합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마케팅에 관한 행동 경제학 지문을 읽고 의견을 말하는 식으로요. 경제 기사를 읽고 평소에 경제적인 사고력을 키우거나 시사 지식을 많이 쌓아두면 유리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논술은 대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름 방학 때 시작하고 수능 끝나고 몰입을 했는데 저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합격생들도 비슷합니다. 경제나 윤리 등 탐구 과목에서 논술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을 선택해 공부해 두고 나중에 글쓰기 테크닉을 익혀 두는 것으로 대비가 가능했습니다.

    ◆경영학과 어떤 학생들이 들어오면 좋을까?

    (성격과의 상관성을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외향적인 학생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팀플이든 학회든 워낙 활동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내향적인 학생들은 경영학과가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발표 수업이 많으니까 컴퓨터도 어느 정도 잘 다루는, IT에 강한 친구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영어 필수 강의가 게속 늘어나고 있으니(현재 모두 7과목, 21학점) 영어를 못하는 학생이라면 경영학과 진학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메일(sailorss@naver.com)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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