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과정, 대학의 학생선발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를 채용하고, 이들을 활용하여 학생의 성적, 개인 환경, 잠재력 및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를 의미한다.”/교육과학기술부(2007,06,14)
전문가가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뽑는다
입학사정관제란 학생 선발의 전문가인 입학사정관(Admission Officer)들이 그 대학에 들어오고 싶은 학생들을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선발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그전까지는 어떻게 뽑았을까요? 시험 성적순으로 뽑았지요. 내신이든, 수능이든, 논술이든 시험을 치러 점수화했고 성적순으로 학생들 줄을 세운 뒤 정원만큼 뽑았습니다. 커트라인에서 1점차로 당락이 갈리곤 했지요. 이런 입시 제도에서는 전문가가 개입할 여지는 없었고 컴퓨터와 컴퓨터를 잘 다루는 직원 한 명만 있어도 사정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는 다릅니다.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 그것도 입시 전문가가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그 전문가들은 성적을 포함하여 학생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전형자료를 본다고 합니다. 개인의 능력과 소질, 잠재력, 발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입학여부를 결정하고자 하기 때문에 한 가지 요소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하는 겁니다.
이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학교생활기록부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학생부를 읽고 무엇으로 잠재력을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연재에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도의 단점은 공정성과 불투명성
시험 성적으로 뽑지 않는다면 내가 점수가 높아도 떨어질 수 있고 점수가 부족해도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다면 공정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제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이유도 바로 공정성 문제 때문입니다. 여기서 일종의 모순이 작용합니다. 시험 성적대로 뽑지 않는 한 공정성은 영원히 확보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입학사정관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모호성입니다. 수능이든, 내신이든, 논술이든, 면접이든 비교과든 각각을 평가 요소로 고려할 뿐 어떤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모든 걸 챙겨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요. 정리하면 사람이 하는 일이라 주관성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평가 요소와 항목들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봅니다.
그렇다면 입학사정관제는 문제가 많은 제도일까요? 모든 제도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습니다. 긍정적인 면은 어떤 점이 있을까요? 정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지요.
제도의 장점은 공교육 활성화와 사교육비 감소
“대학이 당장의 1~2점 점수 차 보다는 대학입학 후 발휘될 잠재능력을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데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계기가 될 전망되며, 대입전형 전문가가 학생선발에 관여 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중시하면서 학생부에 대한 활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입학사정관은 연중 입학업무를 전담하게 되므로 대학 입학업무의 전문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교육과학기술부(2007.06.14)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논리입니다. 학생부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지면 공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리고 시험 성적대로 뽑지 않거나 별도의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점수 1점을 더 올리려고 하기보다는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사교육에 덜 의존할 것이라는 기대지요.
쉽게 말하면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제도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입학사정관제가 정착이 되면 시험 성적 올리려고 학원이나 과외에 의존하는 일은 줄어들겠지요. 물론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등장할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 사교육비가 줄면 줄지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입학사정관 제도의 역사와 현재
입학사정관제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제도는 아닙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입시 제도이고 시험의 천국인 이웃 일본에서도 많은 대학들이 도입했습니다. 미국은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모든 학생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합니다. 상당수 대학들은 면접도 보지 않고 서류전형으로만 합격자를 발표합니다. 일본도 10여 년 전에 사립대학들이 도입을 시작했고 지금은 전체 정원의 10% 정도를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선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참여 정부 때 도입이 결정되었습니다. 2004년 10월 과도한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의 양극화 현상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대학입학제도 개선 방안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후 2008 학년도에 서울대를 포함해 10여개 대학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2009학년도에는 40개 대학에서 모두 4555명을 선발했고 올해 2010 학년도에는 66개 대학에서 2만782명을 선발합니다.
수시 원서 접수 직전에 최종 발표는 약간 더 늘었지만 2만 명을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이 숫자는 전체 4년제 대학 정원의 5%를 약간 웃돌고 있습니다. 다음 표를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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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은 수능 성적 발표 이후 치르는 정시 전형이 아니라 수능 전과 직후에 실시되는 수시 전형에서 대부분 뽑습니다. 정시와 수시라? 고등학교 학부모님은 다 아시는 내용이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부모님은 생소할 수도 있겠지요.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수시는 수능 성적보다는 다른 요소로 뽑는 전형이고 정시는 수능 점수만으로 뽑거나 수능과 내신 점수를 합산해서 성적순으로 뽑는 기존의 제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게 있습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전 과정 참여 전형과 부분 참여 전형입니다. 전 과정 참여 전형은 시험 없이 서류 평가와 면접, 즉 입학사정관의 평가로 당락이 결정되는 순수 입학사정관제 전형입니다. 부분 참여 전형은 논술과 교과 지식을 물어보는 심층 면접 등의 시험이 따로 있고 입학사정관들은 서류 심사에만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미래는 밝다?
실제 입학사정관들이 선발하는 숫자는 1만 명 정도이고 부분 참여 전형을 모두 합해 봐야 2만 명입니다. 부분 참여 전형은 논술 시험을 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는 논술이 당락을 가른다고 봐야겠지요.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험을 보면 일단 그 시험 준비에 올인하게 되어 있습니다.
올해 수시만 하더라도 논술 시험을 치르는 일반 전형에는 구름 같은 학생들이 몰렸지만 입학사정관 전형은 의외로 저조했습니다. 올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고 2 이하의 사정은 다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서울대 때문입니다. 서울대가 수능을 강화하면 다른 대학들도 수능을 강화하고 서울대가 논술을 강화하면 다른 대학들도 따라서 논술을 강화하는 식으로 전체 대학 입시에 서울대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2011학년도 입시에 전체 정원의 40%를 입학사정관제로 뽑기로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은 임기 말이면 상당수의 대학들이 100% 입학사정관제로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기도 했지요. 그렇게 보면 내년도에 뽑는 숫자는 올해보다는 훨씬 더 늘어나겠지요.
특히 대통령이 논술 등의 지필 고사를 보지 않는 게 진정한 입학사정관 전형이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아 내년에도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논술 시험을 계속 치를지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일반전형에서는 그 많은 인원 중에서 학생들을 골라내려면 어떤 시험이 필요할 겁니다. 수시 정원이 60% 정도 되는데 이 숫자가 더 늘어나기 어렵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을 늘릴 경우 일반 전형의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그 숫자가 역전이 되는 해가 수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논술을 누르고 대세가 되는 해일 겁니다.
이런 추세라면 지금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갈 2013학년도에는 수시는 입학사정관제, 정시는 수능 전형으로 교통정리가 될 듯합니다. 성적으로 절반을 뽑고 잠재력으로 절반을 뽑는 셈인데 이만하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공평한 입시 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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