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공학과는 공공적 성격이 짙은 학문이다.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제반 도시문제를 모두 아우른다. 주택에서 교통, 공해문제까지 합리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건축학 내지 토목학의 한 분야가 사회발전과 더불어 세분화됐다고 볼 수 있다.
도시공학은 공대라고 보기는 힘들 정도로 사회과학적 특성이 많이 가미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목, 건축 같은 공학적 측면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리 등 인문사회과학적 측면도 중시한다. 용산재개발 참사에서 보듯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며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도 많다.
따라서 도시 관련 학과가 인문계열에 설치된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시립대의 도시사회학과와 도시행정학과, 대구대의 도시지역계획학과, 성결대의 도시계획부동산학부 등은 문과 쪽에 학과가 개설됐다. -
-
- 도시공학과는 공대에 소속돼 있지만 사회과학적 학문특성이 강하다. / 한양대 도시공학과 제공
-
반면 도시공학과를 비롯해 도시계획학과(동아대), 도시관광계획학과(동신대), 토목환경도시공학부(원광대), 도시정보공학과(안양대) 등은 자연계열에 개설돼 있다. 고려대는 관련학과가 없으며 서울대의 경우 건설환경공학부에서 도시공학 전공분야를 배운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서경덕(57) 학부장은 "인류에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사회기반시설의 계획, 설계, 건설 및 관리를 위한 공학의 다양한 학문 영역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사회학적 요소 중시건축·토목학과는 산업사회의 기반이 되는 시설들, 예를 들어 도로와 항만·공항·철도·댐·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은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구조물의 설계·시공·관리에 필요한 학문분야다.
-
-
반면, 도시공학과는 이들 학과와 연관이 깊지만 도시개발(urban engineering) 쪽으로 좀더 세분화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공학적 소양과 인문학적 소양, 예술적 감수성을 두루 요구한다. 중앙대 도시공학과 김태완(47) 학과장은 "학생들에게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감성적이고 심미적인 능력과 함께 현상을 접했을 때 수치적으로 분석할 줄 아는 공학적이고 직관적인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학과 커리큘럼이 짜여있다"고 말했다.
기초과목은 수학과 물리학, 도시계획론, 교통계획, 국토 및 지역계획 등으로 짜여 있다. 공학수학에 대한 비중이 전자공학과나 건축과에 비해 크지 않다고 한다. 공학설계와 CAD 과목을 1학년 때 개설한 대학이 여럿 된다. 일부 대학은 학부 1학년 때 미술 관련 과목을 듣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미적 소양을 요구한다.
투자타당성 분석을 위해 경영학이나 경제학 분야 및 통계학, 부동산관련 지식도 함께 가르친다. 수업 과목 비중이 과거엔 설계 쪽이 많았지만 점차 부동산개발, 경영학 과목이 생겨나고 있다.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갑성(46) 학과장은 "우리대학의 경우 전임교수 9명 중 공학박사는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계획학, 경제학 박사들로 구성돼 고교 때 이공계를 선택했지만 인문사회적 적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문분야"라고 설명했다.
여성친화적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공과대학 내 어느 학과보다 여학생 수가 많다. 그만큼 소프트하고 미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분야여서 여성 전문직으로 매력적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졸업 후 진로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뉴타운사업, 재개발, 재건축사업, 지역혁신, 특성화, 경제활성화, 관광개발 등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시계획 전문직 공무원의 인원을 점차 증대하는 추세다. 중앙정부 역시 국토종합개발계획, 신도시건설 등에 필요 전문인력을 필요로 한다.
민간분야에서 도시계획 인력의 수요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건설회사에 입사해 주로 주택개발과 재개발 등과 관련한 계획, 인허가 등의 일을 담당한다.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에서 벌이는 개발프로젝트 등에서 자금을 융자 또는 투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과 관련한 업무를 책임지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남진(42) 학과장은 "다른 전공에 비해 전공을 살려 직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졸업생 대부분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 진로 결정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
-
◆주요 대학 도시공학과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는 기존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에서 에너지자원공학과가 분리돼 나가면서 독립됐다. 지난해 첫 신입생(55명)을 뽑았다. 연혁으로 따지자면 토목공학과(1946년 설립)가 전신이다. 전공분야는 크게 7개로 나뉘는데 공간정보공학, 교통공학, 구조공학 및 건설관리, 도시계획 및 설계, 수공학, 지반공학, 환경공학 등이다. 구조·수공·지반·건설관리·교통·환경·지리정보체계(GIS)·도시계획 분야 등에 맞춰 수업이 개설돼 있다.
토목도시공학계의 리더를 배출해 왔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서경덕 학부장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졸업생 가운데 33%가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취업비율은 30%에 이르고 각종 국가고시를 통해 공직에 진출하는 수도 한 해 7~8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학부 출신 가운데 전임강사 이상 교수직이 300명에 이르고 건설기술연구원, 교통개발연구원 등 연구직에도 많은 동문이 포진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는 1983년 설립됐다. 시립대 내의 자연계열을 대표하는 학과다. 입학생 성적이 해마다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립대 도시과학 분야가 6년 연속 교과부 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여기다 도시 관련 학과들이 단과대인 도시과학대학으로 결집돼 학제간 연구·교육으로 시너지 효과가 크다. 남진 학과장은 "서울시와 자치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서울시 산하 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현장수업으로 서울시의 두뇌집단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도시공학과는 1993년 설립됐다. 공과대학 학과 중 가장 늦게 설립된 후발주자지만 전임교수 9명과 4명의 객원교수를 보유, 국내 도시공학 학과 중에서 가장 교수진이 많다.
학부 과정은 공대 건축·도시공학부로 들어와 2학년 진학시 전공을 배정받는다. 건축학(5년제), 건축공학(4년제), 도시공학(4년제)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교과목은 도시계획과 설계, 교통, 환경·정보 등 크게 4개 세부영역으로 특화돼 있다. 김갑성 학과장은 "졸업생 35% 정도가 대학원(유학)에 진학하고 30%는 건설회사 등 개발회사 및 컨설팅회사에 진출하고 있다. 고시에 합격하거나 관공서 및 공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15%에 이른다"고 말했다.
중앙대 도시공학과는 1995년에 개설됐다. 국내 교통연구의 최고권위기관인 대한교통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용재 교수, 한국도시설계확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중석 교수가 중앙대에 몸담고 있다.
커리큘럼은 학과의 전문지식 기초를 다루는 교통공학개론, 도시계획개론에서 시작해 도시종합계획실습과 현장실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아우르게 된다.
한양대 도시공학과는 1968년에 설립됐다. 국내 두 번째로 오래됐다. 배출된 졸업생 수가 1200여명에 이른다. 졸업생 중 100여명이 박사학위를 땄고 40여명의 동문이 국내외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 육성을 학습목표로 잡을 정도로 창의성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교과목에서 설계과목의 양적, 질적 비중을 늘리고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한다. 김흥순(45) 학과장은 "단순 기술습득이나 지식의 암기보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려 노력한다"며 "실무현장에서 새로운 분야와 직무에 대한 적응력 및 성취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학·인문·예술적 소양 골고루 갖춘 인재 요구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