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방송가 최고 이슈는 단연 예능 프로그램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주말이면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배꼽이 빠져라 웃으며 공부 스트레스를 잊는다. 실제로 TV화면에 나와 시청자를 웃기는 사람은 연예인이지만, 그 뒤에는 프로그램 내용을 조율하는 '방송작가'가 있다. 예능방송 작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현재 MBC '황금어장', SBS '절친노트', KBS '개그스타'를 맡고 있는 최대웅(39) 작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역할이니까 '천사'와 비슷한 직업"이라고 소개하며 크게 웃었다.
◆세상을 즐겁게 보는 긍정적인 시각 가져라
방송계에 발을 들인 지 벌써 17년, 최대웅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베테랑 작가이다. 대학교 3학년이던 지난 1994년 SBS 3기 공채작가로 입사해 지금까지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방송작가가 되고 나서 군에 입대하자 그 때문에 '작가 사병'이라는 직책이 생겨났을 정도다. 90년대부터 SBS '웃으며 삽시다' '서세원의 토크박스' '좋은 친구들' 등 내로라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대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웃기는' 학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학교 문화제에 콩트를 올려 일등상을 받는 일도 잦았다. 고교 시절, 당시 인기 청소년 프로그램이었던 '비바 청춘'에 출연하면서 방송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바 청춘'은 각 학교를 돌며 재치 있는 학생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최 작가는 연말 특집 방송까지 초대받을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는 "당시 작가·PD들과 함께 방송을 준비하면서 방송국 일이 굉장히 창의적이고 재미있어 보였다. 꼭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추억했다. 홍익대 경영학과에 진학해서도 방송작가의 꿈을 놓지 않았다. '홍익TV'라는 교내 방송의 초대 국장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경험을 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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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능방송 작가 최대웅./이준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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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작가는 "한창 공부해야 할 청소년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예능작가를 꿈꾼다면 TV를 많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역시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 광'이었다. 특히 드라마보다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지금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TV를 켜고, 밤에는 TV를 켜둔 채 잠이 든다. "코미디언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옛날 프로그램을 제가 줄줄 말해서 그들이 오히려 놀랄 때가 잦다"고 했다.
"방송작가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기초역할을 해요. 프로그램의 형태를 기획하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쉼 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이죠. 늘 새롭고 파격적인 발상을 떠올려야 해요. 나이 들면서도 '젊은 감각'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무척 어려워요. 그래서 항상 TV를 보면서 감각을 일깨우고, 만화책도 즐겨 봅니다."
방송작가를 꿈꾼다면 주변을 잘 '관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하는 습관이다. 최 작가는 "세상을 '즐거움'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는 학창시절 반성문까지 재미있게 써서 선생님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교회에서 열린 '문학의 밤' 행사가 너무 엄숙하고 지루해서 웃긴 콩트를 올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실력으로 평가받는 세계, 경쟁 즐기는 성격이 어울려…
예능방송 작가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글 솜씨를 모두 갖춰야 한다. 개그 프로그램부터 토크쇼, 드라마와 유사한 시트콤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각 방송사에서 작가 공채를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80~90%가량이 방송작가 아카데미 등 전문 교육기관을 거쳐서 들어온다. 최 작가는 "그저 '웃기는 능력'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는 오해를 받는데, 사실 엄청난 공부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했다.
"잘 놀고 TV를 많이 보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공부를 하지 않고는 절대로 될 수 없는 직업이에요. 모든 프로그램은 지식과 정보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죠. 보고, 듣고, 읽는 경험이 모두 중요해요. '풍부한 독서'는 기본입니다."
방송국에서 연예인과 함께 일을 하니 '화려한 직업'이라는 오해도 자주 받는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예능방송 작가의 세계는 그야말로 생존경쟁이 치열한 '야생'이다. 방송국 공채작가로 들어왔다고 해서 누군가가 생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수습기간인 '아이디어 맨'을 거쳐 서브(보조) 작가, 코너 메인 작가, 메인 작가 단계로 올라가는데, 아이디어 맨 시기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를 넘어도 90% 가까이 코너 메인 작가에서 떨어져 나간다고 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밤새 회의를 하거나 야외 녹화현장에 따라다니는 일도 잦다 보니 육체적·정신적으로 모두 힘든 직업이다. 또 매주 시청률로 결과를 평가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화려한 모습만 보지 말고, 자신의 성향이 이 직업에 맞는지 잘 살펴보세요. 고리타분한 것을 싫어하고 독창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 세상을 파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능작가에 잘 어울리죠.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경쟁체제이기 때문에 '경쟁을 즐기는' 사람이면 더욱 좋아요. 저와 즐거운 '선의의 경쟁'을 벌일 만한 후배가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예능방송 작가 최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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