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딸의 '성탄선물'
입력 2009.12.27 01:21
조현아 양, 백혈병 엄마에게 골수 기증
  • “무서웠지만 엄마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수술대에 오르기로 마음 먹었어요.”

    온 세상이 들뜬 축제의 밤을 보내던 지난 24일 성탄 전야. 조현아 양(경기 수원 매원초 1년)은 굵은 주삿바늘을 팔에 꽂은 채 기진맥진 병원 침상에 누워 있었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골수 채취 시술을 마친 뒤였다. 어른들도 꺼리는 이 힘든 시술을 현아 양이 받은 건 급성 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에게 골수 기증을 통해 특별한 성탄 선물을 안긴 조현아 양이 골수 채취 시술 전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 병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 현아 양 가족에게 시련이 닥친 건 지난 6월이었다. 평소 건강하기만 했던 어머니 임경란 씨(35세)가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이다.

    현아 양 가족은 임 씨에게 맞는 골수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마지막 희망은 딸인 현아로부터 골수 이식을 받는 일이었다. 부모와 자녀는 골수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고, 현아 양은 “아픈 엄마가 나을 수만 있다면 내가 조금 아파도 좋다”며 선뜻 동의했다.

    어린 나이 탓에 한 번에 채취할 수 있는 골수의 양이 적어 두 차례나 이식을 해야 했지만, 겁내거나 울지 않고 꿋꿋이 힘든 과정을 견뎌낸 현아 양. 사랑과 나눔이라는 ‘성탄의 의미’를 몸소 보여준 효심 깊은 소녀는 시술 후 소감을 묻는 말에도 “엄마를 위한 일”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채취된 골수는 곧바로 어머니 임 씨에게 이식됐으며 현재 합병증 여부 등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현아 양은 3주 가량의 회복기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식을 담당한 성빈센트병원 김정아 교수는 “부모자식간 골수이식 성공률은 60%”라며 “부모가 자식에게 골수를 주는 일은 많지만 현아처럼 어린 아이가 부모를 위해 골수를 기증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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