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결국 ‘교육자료’로 격하
입력 2024.12.27 09:52
  •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용 도서(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활용된다.

    지난 26일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9개 교육부 소관 일부개정법률안과 학생맞춤통합지원법 등 2개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교육부가 내년 3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의 영어 수학 정보 과목을 대상으로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됐다. 

    개정안은 공포 후 즉시 시행되며, 법안의 부칙에 ‘소급적용’ 조항까지 담겨 있어 검정을 통과하고 3월 보급을 앞둔 AI교과서에도 적용된다. 

    교과서는 각 학교가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하고 예산도 지원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으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 선택한다. 교육자료는 교과서와 달리 무상 교육의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기에 원칙적으로 각 학교가 비용 부담해야 한다. AI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화됨에 따라 채택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개정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재의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교과서는 초·중등교육법상 무상·의무교육 대상이므로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발생하지 않으나, 교육자료는 무상·의무교육의 대상이 아니므로 학생·학부모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도별·학교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사용 여부의 차이로 학습 격차 등 교육 격차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초등 3·4학년과 중1·고1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교과서를 적용하기로 하고 지난달 29일 총 12개 출원사에서 제작한 76종의 교과서를 합격시켰다. 이후 각 학교에서는 검정 통과 교과서에 대한 채택 작업을 진행해왔다. 교사 연수와 인프라 확충 등에는 올해 1조 279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 교육현장에 혼란 가중될 것…교원단체 반응도 엇갈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내년 3월 새 학기에 맞춰 AI교과서 수업을 준비하던 교육현장에 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교원 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포함한 126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모인 ‘AI디지털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교육부가 즉각 AI교과서 도입 강행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공대위는 “개정안이 AI교과서 강행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 해소에 기여하고 향후 교육 현장에서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학생의 다채로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면서 “거부권을 행사해 AI교과서를 지키려는 시도는 교육 내란과 다를 바 없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치에 따라 교과서 정책이 요동치며 자칫 소송 분쟁까지 더해져 학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AI교과서의 활용 여부와 관련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시도교육청, 여·야 차원의 협의를 지속해 합의점을 도출하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본회의 통과 전까지 국회를 최대한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교육감들 협의체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전날 “AI 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할 경우, 엄격한 검증시스템을 거치지 않아 자료 편차 및 개인정보보호 등 문제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라며 국회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도록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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