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태재대 재학생들의 글로벌 도전: 한국판 미네르바의 일상
입력 2024.09.10 16:15
“기존 대학교에서 겪을 수 없는 경험을 태재대에서는 가능해요”
  • 태재대학교 제공.
  • ‘한국의 미네르바 대학교’로 불리는 태재대학교는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설립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학습 환경, 미국·중국·일본·러시아 4개국 현지에 체류하며 공부하는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프로그램*’,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 태재대는 전통적인 대학교와는 다른 교육 철학과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교육 방식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태재대 학생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조선에듀는 태재대 1기 재학생 김수용 군(21세)과 리나 젤리비(Lina Jellibi, 19세, 튀니지) 양을 만났다. 이들의 생생한 대학 생활과 태재대의 독특한 시스템이 학습과 성장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대화를 나눴다.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프로그램: 한국에서 시작해 학기별로 미국·중국·러시아·일본에 머무르면서 진행되는 태재대학교의 글로벌 현장 경험학습 프로그램. 태재대 학생들은 입학 후 1~2학기는 한국, 3~4학기는 미국 동서부, 5~6학기는 중국 일대, 7학기는 러시아, 8학기는 일본에 거주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도시별 환경, 인프라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 태재대 1기 재학생 김수용 군(왼쪽)과 리나 젤리비 양(오른쪽) / 장희주 기자.
  • ─ 태재대에 입학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김수용: 태재대에 오기 전, 다른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1학년을 보내면서 공부도 곧잘 했지만, 대학 생활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죠. 어느 날부터 공부할수록 진로의 폭이 점점 더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일단 진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는 마음으로 학교를 휴학했죠. 그러던 와중에 어머니가 태재대에 관련한 기사를 보여주셨어요. 기사에서 염재호 총장님이 ‘앞으로는 전문적 지식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지식, 융합된 지식을 배워나가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이 기사를 보고, 태재대의 철학이 제 생각과 일치한다고 느꼈고, 이렇게 입학까지 하게 됐어요. 

    리나 젤리비: 무엇보다도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프로그램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직접 체류해 자기가 좋아하는 전공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태재대에 관심이 갔습니다. 각기 다른 문화나 현지인들과의 교류, 현지 기업과의 협업 등 기존 대학교에서 겪을 수 없는 경험을 태재대에서는 할 수 있어 진학을 결정했어요. 

  • 태재대 공식 홈페이지.
  • ─ 태재대 커리큘럼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겪어보니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요?

    김수용: 전공 없이 1년간 혁신기초학부(Innovation Foundations) 과정을 배운다는 점,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 외에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차이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인 것 같아요. 태재대의 수업은 교수님으로부터 지식을 전달받는 일방향 진행이 아니에요. 지식적 측면은 수업 전 학생 개개인이 미리 공부하고, 수업 때는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하거나, 프로젝트를 기획하죠. 교수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아 암기하는 전통적인 수업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저희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끼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도 해보면서 문제해결능력을 쌓는 방식이죠. 이때 교수님의 역할은 코치나 진행자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교수님은 학생들이 토론을 잘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거나, 질 높은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중간중간에 확인하는 역할이죠.

  • 태재대학교 제공.
  • 리나 젤리비: 튀니지에서 고교시절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와 캠브릿지 시스템에 참여했어요. 당시에는 에세이나 시험 위주로 학습이 진행됐죠. 이를 위해서는 역시나 암기할 내용이 정말 많았어요. 반면 태재대는 단순 암기가 아닌 개념을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해결 방법을 도출해낼 수 있는 방식이죠. 굉장히 실용적이에요. 그래서 더 좋았고요. 

  • 태재대학교 제공.
  • ─ 수업 전에 미리 공부도 해야 하고, 토론 준비와 과제, 영어가 부족한 경우에는 언어 공부까지. 평소 공부량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어려움은 없나요?

    김수용: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거나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다만, 일반적인 대학 시스템과 비교해보면 태재대가 확실히 학습량이 더 많은 편이기는 합니다. 기존 대학은 시험 기간에 유독 학습량이 몰려 있다면, 태재대는 꾸준히 학습량이 잘 분포된 느낌이에요. 엄청나게 많은 양을 한 번에 처리하기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개인에 따라 어렵고, 힘들다고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리나 젤리비: 태재대는 기본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이 기본이에요. 수업 전 학습, 수업 후 학습까지 학생이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진행해야 하죠. 그렇다 보니 학생 스스로 자기만의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동기부여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고, 학습을 진행하다 보면 동기부여가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 그 동기부여를 찾으려고 지난 1년 동안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

  • 태재대학교 제공.
  • ─ 지난 1년간 태재대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수용: 1학년 1학기 때 문제해결능력 수업을 들었어요. 당시 과제 중 하나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것이었죠.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근로장학생 개념으로 일했고, 실제로 배운 것들을 적용해 볼 수 있었어요. 배운 걸 현장에서 직접 실습해본 것만으로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리나 젤리비: 동기부여 수업과 지속가능성 수업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두 수업에서 영상을 찍는 과제가 많았는데, 많이 즐기면서 참여했던 것 같아요. 수업을 통해서 영상 편집도 처음으로 배울 수 있었고, 영상 기획도 실제로 해보면서 다른 학생들과 협력을 통해 좋은 추억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 태재대 공식 홈페이지.
  • ─ 수업 외 다양한 비교과 활동도 있더라고요. 이러한 비교과 활동들은 학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김수용: 태재대의 비교과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활동과 학생 스스로 진행하는 활동이죠. 우선, 학교에서 제공하는 활동부터 이야기하자면 ‘SSI’라고 학생성공원*에서 제공하는 그룹 토론에 참여한 적 있습니다. 이 그룹 토론 활동은 사회 전반의 이슈를 다루고 있죠.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수업을 들으면서 해당 토론들이 수업과 연결되는 걸 느꼈어요. 실제로 1학년 2학기 지속가능성 수업에서 UN의 SDG(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다뤘는데, SSI에서 진행했던 토론과 연결점을 찾기도 했습니다.


    *학생성공원: 태재대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비교과 프로그램이다. ▲자기역량과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사회적 가치 프로그램 ▲웰니스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 지난 6월에 개최했던 특별전시회. / 태재대 제공.
  • 또 학생들 스스로 행한 비교과 활동으로는 지난 6월에 개최했던 특별전시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는 관람객으로만 참석했는데, 당시 친구들이 전시 기획부터 설계, 제작,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했죠. 이제 와서 보면 결국에는 이 활동도 학업이랑 연결됐던 것 같아요. 1학년 2학기 때 휴먼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 소통 능력을 좀 배우는데, 여러 가지 예술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시간이 있었죠. 전시회 경험 덕분에 수업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태재대 1기 재학생 리나 젤리비 양(오른쪽) / 장희주 기자.
  • 리나 젤리비: 저는 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끼리 모여서 연습도 하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협동 공연한 적도 있죠. 누군가는 공부와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는 게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동아리 활동은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에요. 또, 태재대는 온라인 위주로 수업을 듣다 보니 사람들과의 소셜라이징 기회가 일반 대학보다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 같은 활동 덕분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한편, 태재대는 국내 최초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형 캠퍼스로, 지난해 9월 개교했다. 무전공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재학생들은 모두 레지덴셜 캠퍼스 생활을 한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을 통해 영어로 진행되고 있으며, 토론 중심으로 이뤄진다. 특히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 학기 혹은 1년간 체류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특정 캠퍼스 없이 세계를 다니며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역량을 기른다는 점에서 미국의 미네르바대와 유사해 ‘한국판 미네르바 대학교’로도 불린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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