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에서 대형 입시업체 소속 유명강사의 교재와 동일한 지문이 출제돼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수능 문제가 학원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의혹은 자주 제기됐으나, 교육부가 정식 수사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이 입시학원 강사 교재 지문과 비슷하게 출제된 배경에 대해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은 3점짜리로,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문제였다. 해당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일부 발췌됐다.

2023학년도 수능 직후 이 지문이 메가스터디의 유명강사 교재에 실린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강사교재에 실린 문제는 지문을 읽고, 지문 내 어휘 뜻을 묻는 유형이다. 

당시 이의신청자들은 “문제는 다르나, 지문이 같아 해당 교재를 푼 학생은 수능에서 지문을 다 읽지 않아도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평가원은 “영어 23번 문항에 대한 이의 제기에 관해 문제·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 신청이 아니다”라며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지문의 출처가 동일하지만,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다르다”고 심사 대상으로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교육부가 운영한 ‘사교육 카르텔 신고 센터’에 똑같은 문제 제기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나오자 교육부는 입장을 바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 역시 교육부와 평가원이 해당 논란을 인지하고도 뒤늦게 조처한 이유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