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책사람집 제공.
-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나쁜 부모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생기곤 한다.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체벌이라도 할 때면 더욱이 나 자신을 질책하게 된다. 매번 ‘다시는 아이에게 이러지 말아야지’라며 다짐도 한다.
<아빠가 심리학자라 미안해>의 저자이자, 충북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안정광 교수는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고, 괴롭고, 스트레스받는 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라고 말한다. 안 교수는 심리학자조차도 육아는 어렵다며, 아이보다 부모의 자기돌봄을 강조한다.
조선에듀가 안정광 교수와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
- 안정광 교수.
-
Q. 최근 <아빠가 심리학자라 미안해>라는 책을 냈잖아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아이를 굉장히 잘 키울 줄 알았어요. 심리학자이니까 잘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보니 육아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한 상황들로 고민하기도 하고,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에게 화를 너무 많이 내게 되는 거예요. 생각과는 다르게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도 점점 더 생겨나고요. 그래서 내담자들에게 권했던 방법들을 스스로 적용해 보기 시작했어요. 특히 분노를 다루는 법, 대화를 하는 법에 집중했죠. 덕분에 아내, 아이와의 관계가 정말 많이 좋아지고, 조금씩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 방법들을 정리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쓰게 됐습니다.
Q. 요즘에도 자녀 지도가 어려울 때가 있나요?
여전히 아이를 키울 때 어려운 점은 너무 많아요. 매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죠. 어려움을 조금씩 헤쳐 나가는 것 자체에서 보람도 느끼고, 좀 뿌듯하기도 해요. 특히 아이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하거나, 감정 표현을 세게 할 때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하고 당황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것저것 배운 것들이나 알고 있는 것들을 적용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아이를 이해하게 되면서 분노도 많이 줄어들더라고요.
Q. 신기하네요. 심리학자라고 하면 육아도 능숙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쓴 거예요. 스님도 제 머리 잘 못 깎는다고 하잖아요. 심리학자니까 어떻게 반응하고,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분명 알고 있죠. 하지만 막상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저 역시도 영향을 받게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Q. 아이를 지도하다 보면 부모도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잖아요.
맞아요. 저 역시 부정적인 감정이 일 때마다 소소하게는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하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도 해봤어요. 생각해보면 그 행동들이 분명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하더라고. 제 행동이 변하면서 아이 역시 다른 반응을 보였고, 아이와의 관계도 더 좋게 바뀌었어요. 그러면서 분노도 좀 덜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렇게 조금씩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사라지고,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면서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해낼 수 있었어요.
Q. 순간적으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할 때는요?
아마 그런 순간이 한 번만 있던 것은 아닐 거에요. 아이한테 자주 화를 내거나, 분노가 폭발해 죄책감 느끼는 상황이 반복됐을 거예요.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은 패턴이 있다는 의미거든요. 가장 먼저 ‘내가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화가 주체할 수 없었는지’를 스스로 알아야 해요. 분노에도 단계가 있거든요. 자신의 기준을 정하고, 폭발하기 전에 ‘내가 이미 화가 많이 올라오고 있구나’라는 걸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알아차리는 게 정말 중요해요. ‘지금 화가 나고 있구나’라는 걸 알아차리고, 그때 잠시 아이와 약간 거리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시간을 둬서 그 화가 흘러넘치지 않도록 해야죠.
‘아이가 왜 이럴까?’가 아니라 ‘어리니까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고, 본인을 다독이고 한 템포 쉬어가는 거죠. 스스로 화가 끓어 넘치지 않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봤자 아이는 엄마, 아빠가 화가 많이 났다는 것만 파악하고, 정작 중요한 부모의 말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요. 따라서 중립적인 어조로 아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반복해서 말하는 수밖에 없어요. 반복은 연습을 의미합니다. 육아도 연습하면 훨씬 편해집니다. 좀 더 잘할 수 있게 되고요.
Q. 육아도 결국 연습해야 한다는 말이죠?
우리가 기술이나 악기를 배울 때, 잘하고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연습을 많이 해야 하잖아요. 저는 육아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갈등이 생기면 흔히 부모는 자질과 자격에 대해 의심하곤 해요. 저는 부모 자질이 부족하거나,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고 기술이 부족해서라고 봅니다. 부모가 처음이니까 당연히 잘 모르고, 어렵고,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좀 해나가면 이전보다 확실히 육아가 더 편해지실 거예요.
Q. 육아로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이런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부모가 자기 자신을 먼저 잘 돌보아야 아이들도 잘 돌볼 수 있다’는 거예요. 부모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줄어야 아이한테 더 잘하고,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모가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 아이를 잘 양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울이든, 불안이든 심각한 수준이라면 당연히 부모가 먼저 치료해야죠. 육아에 앞서 자신의 정서부터 관리하고, ‘내가 좀 살 만하다’라고 하는 단계가 돼야 합니다. 상담, 심리 치료, 약물 처방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Q. 그렇다면 아이와 부모 간 갈등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차적으로 무엇보다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나이와는 상관없어요. 청소년이면 더더욱 그렇고요. 나이가 어려도 아이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일 수도, 친구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자랑하고 싶은 어떤 순간일 수도 있죠. 무슨 이야기라도 부모는 주의 깊게 경청해줘야 해요. 그다음 아이의 말에서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을 묻고, 답변을 들으며 대화를 이어 나가는 거죠. 아이가 언어발달이 부족하다면 ‘이게 무슨 얘기일까?’ 혹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걸까?’ 혹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등 아이의 마음을 유추해가면서 물어보고, 확인해보는 대화방식을 추천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부모와의 대화를 좀 더 즐기고,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하죠.
갈등 상황이 오더라도 부모와의 대화가 익숙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또, 너무 중요한 주제라서 반드시 지금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 경우에는 먼저 아이에게 양해를 구해요. ‘아빠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죠. 그다음 아이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 줍니다. 이런 대화가 반복된다면 저절로 아이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고, 아이를 잘 알수록 아이와의 대화가 매끄럽게 흘러가게 됩니다.
Q. 대화가 우선이란 걸 머리로는 알지만, 아이의 문제 행동을 마주할 때마다 늘 당황스럽더라고요.
먼저 아이의 행동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대부분 부모라면 몇 번이나 타이르고, 대화해도 아이의 문제 행동이 개선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을 느껴봤을 거예요. 본래 아이의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개선이 어렵고요.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면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원래 안되는 건데 뭐 어때’라고 말이죠. 물론 아이의 문제 행동을 보면 화가 날 수 있어요. 화가 나는 건 너무 당연하고요. 그거는 잘못된 것도 아니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화가 난다고 해서 반드시 화를 낼 필요는 없어요. 화가 넘치지 않게 조절한 다음에 중립적인 어조로 필요한 것들을 얘기해야죠. 그리고 이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Q.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아이가 부모의 말에 따라서 뭔가 행동의 변화가 있을 땐 그걸 딱 집어서 칭찬해 줘야 해요. 특히 문제 행동에 대해 ‘이것 하지 마라’라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문제 행동을 멈추고 대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최근에 제 아이와 겪었던 일입니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면 수건을 낚아챈 다음 손을 닦고 화장실 바닥에 수건을 버리고 나오더라고요. 아이가 키가 작아 다시 수건걸이에 걸어둘 수 없어 발생한 문제 행동이었죠.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하다가 방법을 알려줬어요. 수건걸이에 걸어둘 수 없다면 대신 화장실 문고리에 걸어두라고 말이죠. 아이에게 화를 내기보다 ‘수건을 문고리에 걸어놓으면 아빠가 치울게. 그러면 아빠가 정말 고마울 것 같아.’라고 몇 차례 반복해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개선이 안 되는 건가 싶었는데, 어느 날 화장실 문고리에 수건이 걸려 있는 거예요. 그래서 곧바로 아이를 불러 잘했다, 고맙다 충분히 칭찬했죠. 아이도 그 순간 굉장히 뿌듯해하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계속 문고리에 수건을 걸어놔요. 행동에 변화가 생긴 후에는 매번 칭찬할 필요는 없어요. 가끔 볼 때마다 잘했다, 고맙다고 이야기하면 되죠. 문제 행동 개선은 천천히 오래 봐야 해요. 굳이 화를 낼 필요가 없죠.
Q. 체벌하면 좀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체벌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대체로 부모가 감정 조절이 힘들어서 화가 터졌을 때, 체벌하는 경우가 많아요. 체벌 과정에서 교육적인 면모는 줄고, 부모의 분노 표현 양상으로 바뀌어요. 따라서 적당히 처벌하기도 쉽지 않죠.
또, 체벌의 이면에는 아이의 행동이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존재해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의 행동은 빨리 안 바뀌어요. 아이의 행동이 빠르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커지면서 분노도 더 커지고, 조절이 힘들어지죠. 체벌 후에는 부모 마음도 좋지 않잖아요. 따라서 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답답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변화할수록 그 변화가 오래 잘 지속이 되니 체벌보다는 아이와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칭찬하고, 대체 행동을 알려주시길 권합니다.
Q. 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시적인 어투를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말투나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됩니다.
말투나 행동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짜증을 내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등 과도한 감정 표출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죠. 하지만 아이에게 지시하지 않고, 항상 권유형으로 이야기해야 아이의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절대 동의하지 않아요. 말은 편하게 하셔도 돼요. 다만 과도한 감정이 표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 하면 안 돼’ 혹은 ‘이렇게 해’ 등 지시형으로 이야기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면 됩니다. 말투보다는 중립적인 어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아이의 자아 존중감과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아이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게 되는 과정이 반복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을 때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하잖아요. 이때 아이가 답답하다고 옷을 안 입겠다고 고집을 부려요. 이 상황에서 억지로 아이에게 옷을 입힐 수 있고, 아이에게 몇 번이고 타이를 수도 있죠. 제 경우에는 한 번 더 ‘밖이 추운데 옷 안 입어도 괜찮아?’라고 물어봐요. 아이가 괜찮다고 하면 얇은 옷을 입은 채 나가게 하죠. 물론 두꺼운 옷을 챙겨 갑니다. 아이는 막상 나가보니 춥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야 알게 되죠. 먼저 아이가 춥다거나, 옷을 입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아이가 직접 상황을 겪고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요즘에는 아이가 경험하게 될 괴로움이나 불편함을 미리 부모가 막아주는 편이에요. 위험한 상황은 미리 막아줘야 하지만, 아이가 겪어야 할 경험까지도 부모가 막아버릴 수도 있죠. 그러다 보면 아이가 나중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어요. 혼자서 갈등이나 어려움을 경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커지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아이를 보호는 하지만, 아이의 경험을 막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Q. 끝으로 육아에 지쳐 있을 부모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다들 이미 그럭저럭 꽤 괜찮은 부모입니다. 아이를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요. 그렇다고 100점짜리 완벽한 부모가 될 필요는 없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고, 괴롭고, 스트레스 받는 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심리학자인 저 역시도 같은 심정이었으니까요. 우리는 육아 기술이 부족할 뿐이지, 결코 자질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실수하더라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는 거죠. 이미 육아 서적을 읽고, 기사를 찾는 부모라면 이미 괜찮은 부모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 있게 아이를 키우시면 됩니다.
- 아이와의 대화에서 중립적 어조와 반복이 중요
- 아이의 행동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
- 아이의 행동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