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1% 교육] 필립스 아카데미, 미국 0.1% 인재 양성소
입력 2023.08.08 09:00
  • 미국 북동부에는 훌륭한 사립 고등학교가 많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탑보딩스쿨은 다수의 정재계 핵심 인사들을 배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대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필립스 아카데미(Philips Academy)일 것이다.

    필립스 아카데미는 1778년 보스턴 근처에 있는 앤도버라는 소도시에 설립됐다. 가장 역사가 깊은 사립 기숙학교 중 하나인데, 졸업생 리스트를 보면 화려함 그 자체다.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조지 부시(George Bush) 부자가 졸업했고, 5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억만장자와 다국적 기업의 CEO 그리고 그래미어워드 수상자들이 필립스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말 그대로 상위 0.1%를 양성하는 자타 공인 최고의 교육 기관이라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필립스 아카데미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첫째, 방대한 양의 독서량이다. 10일에 한 권 꼴로 책을 읽는다고 보면 된다. 단순 완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에 대해 사색하고 글을 쓰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진다. 독서의 스펙트럼도 넓다. 문학, 철학, 종교, 경제 등 영역의 구분이 없다. 학생들이 독서를 통해 다양한 생각의 관점을 접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끊임없이 교육한다.

    시험을 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객관식 테스트라는 건 거의 없다. 읽고, 생각하고, 서술하는 프레임이 교과목 시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발췌된 문항만을 읽고 주어진 옵션 중에서 정답을 기계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한국식 교육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얘기했고, 독일의 작가 마르틴 빌저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두뇌의 변화가 유연한 청소년기의 독서는 그 임팩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둘째, 높은 성적만을 강요하는 스카이캐슬이 아닌 전인적 인격을 갖춘 사람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필립스 아카데미의 학교 모토는 ‘non sibi’ 라는 라틴어다. 영어로 해석하면 ‘not for self’이고, 이를 한글로 풀면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필립스와 같은 미국의 명문 사립 기숙학교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일종의 습관과도 같아서 성인이 되기 전부터 체화하지 않으면 어른이 돼서도 발현되기 어렵다. 특히, 2023년 공개된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사회 구조를 재정의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극단적 개인주의가 더 팽배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교육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은 혁신적 기술을 주도하는 국가다. 이런 나라의 핵심 인재들을 오랜 기간 배출한 미국 동부의 사립 고등학교가 ‘커뮤니티 중심 사고’를 핵심 가치로 삼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문제 학생들에게는 철저할 정도로 냉혹하다. 부모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고 얼마나 많은 기부금을 학교에 전달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성폭행, 성희롱, 음주와 같은 이슈에 있어서는 당연히 어떠한 형태로든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심지어는 반복적으로 지각하는 학생에 대해서도 한두 번의 경고 후 바로 퇴학 조치까지 진행한다. 말 그대로 ‘신상필벌’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구조다. 

    필립스 아카데미와 같은 미국 사립학교의 졸업생들은 본인들이 속한 국가 및 사회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확률이 높다. 이런 친구들에게 어려서부터 잘못된 행동에는 철저한 대가가 따름을 인식시키는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미국식 사립학교의 시스템을 스터디 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필립스 아카데미를 방문했을 때 학교에 걸려있던 큰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The end depends upon the beginning(결말은 결국 시작에 의존한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대학 중심적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저 시험을 잘 보는 게 최고라고 믿는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가 세계를 주도하는 상위 0.1% 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에 가깝다.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에도 필립스 아카데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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