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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출산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호출산제 입법과 관련해 세부 정책이 어떻게 구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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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수원시 한 아파트 주택 내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세상이 충격에 빠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영아살해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출산한 아기를 살해한 뒤, 거주 중인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았다. A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키울 수 없어 낳자마자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며,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지난 30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뿐만 아니다. 국내 각 지역에서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유기되거나 사망한 영유아 사례가 줄지어 보도되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출생미신고 아동 2000여 명
지난달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를 통해 지난 2015년부터 8년간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영아 중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 2236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에 해당하는 23명에 대한 조사 결과, 3명은 이미 사망했으며 1명은 유기된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감사를 통해 드러난 2236명 중 절반은 베이비박스를 통해 유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베이비박스까지 수사를 확대 진행 중이다.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 (재)주사랑공동체는에 따르면, 베이비박스 설립 후 14년 동안 2200여 명의 아이가 이곳에 맡겨졌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맡겨진 아이의 수는 1400명이 넘는다.
베이비박스 최초 설립자인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위기 산모는 물론,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외도나 근친상간, 불법 외국인노동자 등도 어쩔 수 없이 베이비박스를 찾는다는 것이다. 베이비박스는 법의 보호 밖에서 민간 운영돼 이곳에 아이를 놓고 가더라도 형법상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 미흡한 위기 산모 지원책
우리 사회는 위기 산모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양육비 지원은 물론, 위기 산모들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미혼모가족의 출산 및 양육 특성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미혼모 1247명 중 41.8%가 임신 과정 중 ‘금전적 어려움’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또한, 김성희 경찰대 교수가 분석한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영아살해 1심 판결문을 보면, 판결문 총 46건 중 34건에 해당하는 73.9%가 살해 동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미혼모들에게 출산 지원비 1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만 18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한부모 가족에게 월 20만 원을, 청소년 한부모 가족에게는 월 35만 원의 양육비를 제공한다. 하지만 수백만 원에 이르는 임신·출산 진료 비용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이마저도 소득분위에 따라 지급돼 경제활동을 하는 한부모 가정은 지원받지 못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임신 과정에서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할 기관 역시 부족한 형편이다. 위기 산모에게 상담을 지원하는 가족센터 등은 전국 240여 곳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의 경우, 1000곳이 넘는 임신갈등상담소를 운영한다.
◇ 내년 7월 출생통보제 시행
정부는 ‘아동 보호 체계 개선을 위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에 대해 논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출생통보제’가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로, 해당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인 내년 7월 시행될 예정이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장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 심평원에 출생 정보를 통보해야 한다. 시·읍·면장은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모친 등 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통지해야 하며, 이후에도 신고가 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출생통보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온라인 출생신고제를 전면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부모의 신고 의무에 따라 기존 온라인 신고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또한, 아동보호체계 개선 TF를 구성해 출생미신고 아동 전수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발굴할 예정이다.
◇ 속도 붙이는 보호출산제 도입
보호출산제 또한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여야가 입을 모았다.
그동안 출생통보제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보호출산제의 경우 찬반 논란이 이어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위기 산모들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과 되려 양육권 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붙은 것이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산모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다.
당초 보호출산제에 다소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야당은 보호 출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호출산제 입법과 함께 위기 임산부를 위한 지원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호출산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호출산제 입법과 관련해 세부 정책이 어떻게 구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됐던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총 20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 발의 후 15년 만에 사안 해결에 나섰다. 매해 수많은 위기 산모와 출생미신고 아동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유령 아동의 발생을 막고, 우리 아이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빠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강여울 조선에듀 기자(kyul@chosun.com)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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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전수조사 결과 분석 및 정책 발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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