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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과 기혼 모두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출산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예산 280조원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저출생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고려하지 않고, 허울뿐이었다는 지적이다.
그간 정부가 시행했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살펴보면,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노력을 펼쳤다. 15년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했고, 실제로 해당 정책들은 여러모로 출산과 육아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도움만 됐을 뿐 출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거나, 출산을 유도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심층 조사 체계 운영’ 정책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49세 미혼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출산하지 않는 주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44.7%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이어 ‘아이 양육 및 교육 비용이 부담스러워서’(19.3%), ‘아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 여유롭고 편해서’(12.6%), ‘아이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7.8%), ‘아이 키울 주거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7.6%),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6.5%),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0.7%) 등으로 나타났다.
기혼자를 대상으로한 조사 결과 역시 비슷하게 나왔다. 기혼자에게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묻자 ‘경제적 불안정’이 37.4%로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아이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25.3%), ‘아이 없이 생활하는 것이 여유롭고 편해서’(11.9%), ‘아이 키울 주거환경이 마련되지 않아서’(10.3%), ‘아이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8.3%),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4.0%),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2.2%) 등이 이어졌다.
미혼과 기혼 모두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출산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이 경제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대한민국 청년들은 출산을 기피하는 것일까?
주목해서 봐야할 점은 출산 기피의 주된 원인인 ‘경제적 어려움’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다. 현재 대한민국은 경제불황과 고용불안정, 높은 집값 등 불안정 그 자체다. 혼자서도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정과 출산은 불안정을 가속화하는 요소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청년들이 정부에게 요구하는 저출생 정책은 결국,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산을 하더라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아야 한다. 더불어 안정적 주거와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고, 아이를 교육하기 좋은 환경 역시 필요하다.
청년들이 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즉,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게 우선이다.
글=장희주 조선에듀 기자(jhj@chosun.com) #조선에듀 #저출산 #저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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