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쓰는 아이들 어떻게 지도할까?
입력 2023.04.12 10:13
  • 잘못된 언행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며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 최근 한 유명 쇼호스트가 홈쇼핑 생방송 진행 중 내뱉은 욕설로 구설에 올랐다. 담당한 판매 상품이 매진됐으나, 이어진 판매 상품의 특성 상 해당 방송을 조기 종료할 수 없어 개인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이후 주어진 소명 기회에도 무성의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됐다. 결국 여러 홈쇼핑 사들이 손절 조치에 나서자 뒤늦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흠집을 내고 시청자들에게도 불쾌감을 남겼다. 이렇듯 잘못된 언행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며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 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 현장에서 만나는 일부 학생들 역시 말, 글, 손동작이나 몸짓 등을 활용해 일상적으로 욕설을 쓴다. 얼마 전 한 4학년 학생이 쉬는 시간에 칠판에 큼지막하게 욕을 적어 놓고 친구들에게도 욕을 내뱉어 해당 반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훈육을 했다. 평소 수업 중 반듯하기 이를 데 없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친구들과 어우러질 때는 욕설을 쓰는지 물으니, 대다수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진중하게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한 학생만 유일하게 욕설을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욕설을 쓰지 않으면 어우러지기 어렵지만, 불쾌한 욕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는 것보다 외롭더라도 마음 편하게 혼자 지내는 편을 선택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욕설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또래 집단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뜻도 모르면서 가족, 친구, 영상매체의 영향으로 단순 모방하며 따라하는 경우도 많다. 욕설을 쓸 때 주변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강해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 감정표현이 미숙해 감정을 드러내는 극적인 표현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마음이 힘들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단순히 욕설을 쓰면 안 된다. 욕설을 쓰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는 점만 강조하면 학생들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단 공감해 주되 잘못된 언어습관이 자신과 상대방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관해 차분하게 설명해야 한다. 스스로 욕을 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먼저 잘못된 언어습관은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에는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존재하며 서로 복잡한 신경망으로 구성돼 있다. 한 개의 신경세포는 수천 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란 연결을 통해 학습 기억 등 지적 능력을 발휘한다. 욕을 하면 욕과 연결되는 시냅스가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다른 시냅스가 만들어질 기회가 사라진다. 결국 욕을 하면 학습능력이 저하된다는 점을 설명한다.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알려준다. 욕을 하면 해마가 작아지고 뇌 회로 발달도 늦어진다. 해마는 뇌에서 장기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한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거나 들으면 감정을 언어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해 뇌 발달이 저하된다. 뇌는 익숙한 것을 편하게 느끼는데, 욕설을 즐겨 쓰면 뇌가 욕설에 익숙해져 발달이 지연된다. 욕을 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듣는 상대방의 뇌 발달 지연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며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학생들이 욕설을 즐겨 쓰기도 하지만, 역으로 거친 언어를 사용할수록 실제 폭력적 성향을 보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욕설을 많이 쓸수록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고를 하지 못하고 계획성도 부족해진다.

  • 욕은 주로 신체 일부, 동물의 이름, 질병의 이름, 특정 신체 기능 등을 가리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중학생의 경우 학생들이 즐겨 쓰는 욕의 어원을 알려주며 교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욕의 어원을 교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알려주거나 욕을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을 가르쳐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분하다, 섭섭하다, 초조하다, 몸서리쳐지다, 불쾌하다, 처절하다, 울화가 치밀다, 야속하다, 애석하다, 허탈하다, 떨떠름하다, 울적하다, 가소롭다, 위축되다 등 다양한 감정표현을 알려주며 적재적소에 활용하도록 이끈다.

    무엇보다 어른들 스스로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반사적으로 욕부터 한 적은 없는지 평소 언어습관을 되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녀가 자주 접하는 온라인 매체에 문제가 있는지 살피는 과정도 필요하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지도 살핀다. 무엇보다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는 말은 큰 힘이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말은 하는 대로 습관이 되며 어린 시절 언어습관이 인격을 형성하고 추후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마음에 새기도록 지도한다.

    글=이주영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원장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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