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 삶과 글쓰기의 ‘데칼코마니’
입력 2022.11.16 08:25
  • 글에는 자신의 삶과 가치관이 녹아 들어가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이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 리딩엠
  • 어릴 때 그림 그리기, 색칠, 오려붙이기 등 많은 미술 활동을 했지만 한 가지 생각나는 재미난 놀이가 있다. 색종이나 도화지 한 장을 놓고 반쪽에만 물감을 짜서 접는 ‘데칼코마니’이다. ‘데칼코마니’는 종이와 물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활동이라 자주 했던 기억이 난다. 스케치북을 반으로 접어 한 쪽에만 물감을 짜서 접었을 뿐인데 반대쪽에 대칭이 되는 같은 모양이 찍히는 것을 보고 마냥 즐거워했다.
  • ‘데칼코마니’라는 단어는 미술기법인 만큼 예술작품을 만들 때 쓰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가 닮았을 때, 또는 연인이나 부부가 닮았을 때, ‘붕어빵’이란 말 외에도 ‘데칼코마니’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즉, 데칼코마니는 ‘판박이’라는 말과 같다. 데칼코마니라는 개념이 미술분야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다양하게 쓰이는 것은 우리의 삶과 글도 데칼코마니처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의 글을 읽으면 글쓴이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의 인생이 많이 함축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문학작품을 감상할 때 흔히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을 언급한다. 내재적 관점은작품만 가지고 분석하는방법으로 절대론이라고 불린다. 예를 들면 시에서 시어, 운율, 화자, 표현방법 등으로 분석하는것이다. 외재적 관점은 작가, 시대, 독자의 입장에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석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작가의 의도에 중점을 두는 표현론적 관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이육사, 한용운님의 작품을 분석할 때 독립운동가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또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분석하는 반영론적 관점도 있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한 당시 현실이 일제강점기인지,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인지 등의 사회적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효용론적 관점으로, 문학작품이 독자에게 어떤 감동이나 깨달음을 주는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외재적 관점은 작가가 살던 당시의 모습이나, 사상이 어떻게 작품에 투영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어 더 흥미진진하다. 다시 말해 작품을 통해 삶과 글의 데칼코마니를 만나면서 관심을 끌게 된다. 여기에서 작가는 문학계에서 이미 인정받으며 활동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 모두가 해당한다. 즉, 개인적 일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이제 막 그림 일기를 쓰기 시작한 어린이도 글쓴이이자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로미오와줄리엣>을 읽은 학생이 감상문을 쓴다면 분명히 자신의 환경이나 가치관에 따라 각기 다른 독특한 내용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글에는 자신의 삶과 가치관이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글을 쓰면서 자신을 치유하고, 스스로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이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삶과 마음의 풍요라는 관점에서 글쓰기는 자신과 세상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는 ‘데칼코마니’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 낸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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