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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민지 리딩엠 도곡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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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 교육과정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올해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으로 2022년도에 전체 방향이 발표될 예정이다. 2024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이번 교육과정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을 개선하며, 중학교 자유학년제 확대 및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선택 교육과정 및 직업교육을 혁신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이전에 발표된 고교학점제를 토대로, 학생 개개인이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와 학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교육과정은 학교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며,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30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자기 주도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미래교육의 토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초등에서 고등까지 교육과정 전체가 석차 중심의 지필 평가에서 역량 함량 중심의 성취 평가제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서‧논술형 평가 확대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한 일선 학교의 현직 교사 인터뷰가 눈길을 끈다. 주요 과목을 지필 평가가 아닌 방법으로 평가하려면 현실적인 면에서나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측면에서나 글쓰기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을 앞두고 서술형 수행평가도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전에는 중등 과정부터 수행평가가 본격화되었다면 올해는 초등 6학년부터 서술형 수행평가가 보다 강화된 경향을 보였다. 요즘 수행평가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집에서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아닌 수업 시간에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진짜 실력을 보겠다는 것이고, 준비된 자만이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초등 6학년인 한 학생은 서평 쓰기를 수행평가 과제로 받아왔다. 학교에서 서평을 오픈 북으로 작성하는 것이었다. 학생은 준비한 것이 생각나지 않거나 시간 안에 다 쓰지 못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리딩엠에서는 매주 수업 도서를 읽고 와서 주제를 선정해 800자 원고지에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에게 리딩엠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자고 설득을 했다. 리딩엠에 책을 읽어올 때 네가 읽기 어려워 하던 과학책, 역사책도 잘 읽어 와서 오픈 북으로 글쓰기를 해 본 적이 있으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줬다.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이번에도 리딩엠 수업을 하듯이 그렇게 하자고 파이팅을 외쳤고, 다음 수업에서 “선생님, 저 해냈어요!” 말하며 밝게 웃는 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초등 6학년인 또 다른 학생은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해 주장하는 글쓰기를 하는 과제를 받아오기도 했다. 이 학생의 경우 주제 선택 자체를 어려워했는데 다른 친구들과 겹치지 않는 특별한 주제로 하고 싶어 했다. 우리가 하는 수업 도서 중에서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물어보았는데 마침 공정 무역과 관련된 수업 도서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잘할 수 있었다. 학생이 수행평가 준비를 하면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 생각해보니 별것 아니네요. 리딩엠에서 하던 대로 평소처럼 하면 될 것 같아요.”
중등 교육 과정은 자유학년제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1월 중학교 2∼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미니 자유학기제' 도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정답 찾기 위주의 지필평가 대신 과정 중심 평가를 도입하고 서술형 평가가 강화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시를 공부할 때 직유법, 은유법에 밑줄 긋고, 별표를 쳤다면 이제는 은유법과 역설법을 활용해 자신만의 언어로 시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중등 1학년인 한 학생이 수행평가로 시 작성하기를 치른 적이 있다. 학생이 리딩엠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했던 말은 아이들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쌤, 오, 대박!” 이었다. 리딩엠에서는 초등 6학년 겨울 방학에 주요 명시들을 모아 놓은 작품을 수업 도서로 읽고 작품에서 활용된 다양한 수사법을 배운다. 이때 800자 원고지 글쓰기를 하면서 수사법을 활용해 시 쓰기를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수행평가에서 이 문제가 그대로 나온 것이었다. 당시 800자 원고지에 시를 작성해 보자고 하니 처음에는 주장하는 글쓰기를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글자 수가 적어서 좋다고 기뻐하던 아이들 반응이 조금씩 원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시를 쓰라고 하니 조금 써서 좋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라고 원망 아닌 원망을 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일 년이 지난 후에서야 그때 시 쓰기를 했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슬로건이 인상 깊다. “함께 성장하고, 내일을 열어가는 미래 교육”. 2018년, 어느 무더운 여름, 당시 초등 3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주장하는 글쓰기를 이제 막 익혀가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800자 원고지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알려주었고, 삐뚤빼뚤한 글씨들을 꾹꾹 눌러 적다보면 800자 한 장을 완성하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는 큰 도전이었던 기억이 있다. 800자가 너무 많아서 쓰기 싫다고 눈물을 보이던 아이도 있었고, 800자 원고지 마지막 줄까지 내려가기가 마라톤 완주하기보다 힘들던 아이도 있었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그런 아이들이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얼마 전에는 수행평가도 치렀다. 이제 800자 원고지를 받아들면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적어 내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장하는 글쓰기 수행평가를 한 팀이 되어 함께 준비를 할 때, 수행평가를 잘 치르고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돌아왔을 때,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그 뜨거운 여름날이 떠오른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내일을 열어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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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딩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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