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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최근 AI 기술을 활용한 교육 혁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번역서를 출간하고 포럼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교육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며 “교사가 주도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교육을 통해 미래교육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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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학교는 있었지만, 교육은 없었습니다.”
내달 교육부가 발표하는 ‘인공지능(AI)교육 종합방안’ 정책연구 책임자인 정제영(46)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이 같이 진단했다. 학생이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에 그치고 있단 이유에서다. 정 소장은 “그간 학교는 지식 전달과 선발 기능에 치중하면서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는 일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렛대로서 ‘AI’를 주목했다.
정 소장은 앞서 지난 5월부터 교육 혁신을 위해 설립된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부턴 호크마교양대학장으로서 학생들이 전공 탐색을 통해 스스로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학생이 주체가 되는 교육’이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토대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려면 기존 교사의 역할 중 지식 전달은 AI에 맡기는 대신 개별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학생 맞춤형 지도 어려운 현실… 그 배경엔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은 아직 녹록지 않다. 우선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교육 혁신을 추진할 동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학교 교육 혁신을 위한 시도는 꾸준히 이뤄져 왔습니다. 교육과정이나 대학입시제도 등 일부를 손질하거나 시범학교를 도입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전체 교육시스템을 변화시키진 못했습니다. 현재 시스템이 익숙하고 안정적이라고 느껴 부분적인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이내 원상태로 돌아오는 거죠. 다만, 이번에는 교사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교육시스템 혁신을 추진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개별 학생의 맞춤형 학습을 돕는 지능형 개인교습체제(Intelligent Tutoring System·ITS)와 같은 ‘에듀테크’에 관심을 갖는 교사가 늘었다. 정 소장 역시 교육콘텐츠와 AI 기술 등을 결합하는 에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듀테크 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정 소장은 “해외에선 에듀테크 산업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활성화에 나서는 추세”라며 “현재 학교에선 에듀테크를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민간 에듀테크가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개별 학교의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에듀테크 산업계는 2학기 원격수업부터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별 구매자율권’을 주는 방안을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관련 예산은 정부의 3차 추가 경정 예산에 편성되지 않았다. 현장 교사가 교실·학생 현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에듀테크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조차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정 소장은 미래교육정책 방향 설계에 앞서 교육당국의 장기적인 목표와 방향이 부재한 점도 문제로 꼬집었다. 교육정책 추진과정에서 ‘땜질식 처방’이 만연하다는 얘기다. 정 소장은 “중장기적인 교육목표와 과거 데이터자료에 기반을 둔 교육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데이터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을 토대로 교육정책을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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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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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기술 활용 교육정책 도입 이후 예상되는 변화는
정 소장이 이끄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육부의 AI 교육 종합방안에는 핵심인재 양성방안뿐만 아니라 미래학교 재구조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통한 교육정책의 과학화 등도 담길 예정이다.
특히 교육부는 오는 2022년부터 교사수급계획 수립 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교사수급예측모형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수십년간 교사수급전망모델의 지향점은 OECD 기준 교사 1인당 학생 수 평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소규모 학교가 20~30%에 달하면서 시도별 교사 1인당 학생 수 기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더는 적합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신 개별 학교 규모, 고교학점제 등 다양한 미래교육 정책 변수를 고려한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방식을 활용하면 더욱 정교한 교사수급예측모형이 나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앞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교육정책 수립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는 ‘학습자 빅데이터’를 꼽았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학생의 학교생활과 학습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그는 “현재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는 점수로 표현되는 학습결과 데이터만 담겨 있다”며 “교사가 개별 학생 지도용으로 활용하기엔 부족함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학생이 학습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데이터로 만들고 분석한다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각각 적합한 학습활동을 안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학습과정 데이터를 모아 머신러닝 등을 통해 얻은 분석·예측은 학업중단 위기학생지원시스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 현재의 교육체제 전반에 걸쳐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정 소장은 이 같은 교육정책 추진 시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에 교사가 압도당하는 교육이 아니라, 교사가 주도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교육당국은 미래교육 관점에서 불필요한 교사의 업무를 덜어내고, 교사들이 그 여백을 스스로 재구성해 채워나갈 수 있는 혁신가가 될 수 있도록 동기 부여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래교육은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 혁신의 지렛대를 만들어줄 수 있지만, 그 지렛대를 누르는 힘은 바로 현장 교사들에게서 나옵니다.”
lulu@chosun.com
-[인터뷰]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교육연구소장
-“교육의 본질은 ‘학생이 주체가 되는 교육’”
-내달 발표되는 ‘AI교육 종합방안’ 연구 수행
-“교육의 본질은 ‘학생이 주체가 되는 교육’”
-내달 발표되는 ‘AI교육 종합방안’ 연구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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