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눈높이’ 대교의 갑질운영 … 두 달 새 최대 79억원 ‘증발’
입력 2020.03.19 14:00
-탈퇴회원 과목비를 학습지 교사에게 전가해 규모 유지
-회원정보 정리 나섰더니 전체 규모의 6분의 1에 달해
-회원정보 “정리 안해” 부인하다 증거 내밀자 말 바꿔
  • 본지가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대교는 허위 회원정보로 인한 수익을 학습지 교사들에게 대납해오다 부담이 커지자 이를 삭제하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약 24만건의 회원정보를 삭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과목비 대납 관행은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양수열 기자
  • 학습지 브랜드 ‘눈높이’로 알려진 대교가 이미 탈퇴한 학습지 회원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회원의 학습비용을 학습지 교사에게 대납시키는 방식으로 영업규모를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부실운영이 드러나자 2018년 4월 허위 회원정보를 찾아내 삭제하는 ‘기존 회원정보 갱신’(클렌징) 업무를 진행해 회원정보 23만여건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일선 학습지 교사들은 클렌징 업무 이후에도 탈퇴한 회원의 과목비를 학습지 교사가 대납하는 관행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대교는 2018년 4월 9일부터 30일까지 22일간 기존 회원에게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수집 여부를 안내하고 동의서를 받는 클렌징 업무를 실시했다. 학습지 교사가 비용을 대납해온 허위 회원을 가려내기 위한 조치다. 이 결과 약 120만명의 회원 중 무려 6분의 1에 달하는 23만9668건을 삭제했다. 2018년 4월 12만6644건을, 5월 11만3024건 등이다. 1과목당 과목비 3만3000원을 적용하면 두 달 새 최대 79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이 당시 대교의 과목비는 2만9000원부터 4만9000원으로 다양했지만 주력 과목인 국어와 수학의 과목비 3만3000원을 적용한 결과다. 

    대교는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본지 취재과정에서도 클렌징 업무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대교 관계자는 클렌징 업무를 들어본 적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다 본지가 확보한 당시 CEO 특별서신과 클렌징 업무 관련 공지 등을 확인한 뒤에야 해당 업무를 전사적으로 진행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대교 측은 “과거의 관행을 해소한 것”이라며 최근엔 이 같은 과목비 전가는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학습지 교사의 이야기는 다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학습지 교사들은 탈퇴회원 수를 조작하고 과목비를 학습지 교사에게 전가하는 관행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경기도권의 한 학습지 러닝센터에 누적된 탈퇴한 회원정보 수는 220건에 달한다. 또 다른 곳 역시 20여 과목의 회원정보가 허위다. 원칙적으로는 모두 탈퇴처리가 돼야 하지만, 해당 러닝센터가 이를 가로막고 비용을 러닝센터와 계약한 학습지 교사에게 분담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학습지 교사는 대교가 영업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신규회원 수도 조작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학습지 교사의 자녀나 손자 등 가족회원을 등록하도록 해 회원 수 부풀리기를 해왔다는 주장이다. 학습지 교사의 가족회원은 대교로부터 과목비를 최대 40% 지원받는다. 그렇지만 결국 학습지 교사 또는 가족이 최대 60%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대교로서는 손해가 없는 셈이다. 대교 소속 학습지 교사 A씨는 “2018년부터 가족회원은 신규회원으로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바꿨으나, 그 이전 등록한 가족회원은 소급적용하지 않아 여전히 비용을 내고 있다”며 “자녀가 장성했는데 여전히 학습지 회원으로 등록한 교사도 있다”고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교는 고용이 불안한 학습지 교사에게 재계약을 빌미로 탈퇴회원의 과목비를 대납하라는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다. 화물차 운전기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일종의 개인사업자로, 사업주 혹은 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라 위탁계약을 체결한 관계다. 이 때문에 각종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등 고용과 처우가 열악하다. 

    대교 소속 학습지 교사 B씨는 “다음달 탈퇴회원 수를 직전달 초에 미리 보고하도록 하고, 실제 탈퇴회원 수가 지점 또는 러닝센터의 영업목표보다 많으면 탈퇴회원 등록(회원정보 삭제)을 가로막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해당 과목비는 학습지 교사가 대납하도록 하고, 응하지 않으면 재계약 시 불이익을 주겠다며 위협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학습지 교사 대부분이 탈퇴회원 등록을 하지 못해 매달 수입의 일부를 대교 측에 입금하는 형편이다. 학습지 교사 1명당 많게는 100여건에 달하는 허위 회원정보를 쥐고 있는 사례도 있다. A씨는 “사실상 대교는 그간 학부모·학생 회원이 아닌 학습지 교사를 쥐어짜 수익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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