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수 측정 시도 늘어 … 정책개선·역량강화 초점
입력 2019.07.23 10:30
-디지털 기기 활용·정보해석·윤리적 대처 등 총칭
-국내외적 연구 기지개 … 개인 측정도구는 초보
-현직교사 “필요성 있지만 절대적 잣대 인식 안돼”
  • 디지털 지수는 개인 또는 기업의 디지털 역량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면서 국내외적인 관심이 늘었다. 국가기관의 개발 시도가 지속하는 가운데 학교와 기업 등 현장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한준호 기자
  •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면서 기기 활용 능력과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해석하는 ‘디지털 지수’(Digital Qoutient)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점차 늘고 있다. 청소년 등 특정세대의 디지털 지수를 측정해 정부정책에 도입하려는 노력이다. 이와 함께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교육현장에선 개인의 디지털 지수를 측정하려는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 활용으로 인한 윤리적인 문제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디지털 지수는 활용 능력과 정보해석 능력, 그리고 윤리적 사용 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 가운데 정보해석 능력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윤리적 사용은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을 일컫는다. 디지털 지수는 이 두 요소와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려는 시도다. 


    ◇ 정부 등 교육정책 개선 위해 관심 확대


    디지털 지수 측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기관이다. 디지털 지수를 측정해 관련 정책을 수립하거나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지수를 통해 세대간 차이를 확인하거나, 개인간 격차를 분석하는 식이다. 최근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하면서도 정보해석 능력이나 사이버상의 윤리적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정책을 찾는 데도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이미 2007년부터 국가수준의 초·중학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을 측정하고 있다. 


    해외에선 우리보다 조금 앞서 미국이 2002년 디지털 지수 측정도구를 개발했다. 글로벌 교육기업인 ETS가 미국정부와 함께 고등학생과 대학 1·2학년 대상, 대학생 3·4학년 대상 과정으로 구분한 평가도구인 ‘ICT 리터러시 측정도구’를 도입했다. 


    범세계적인 연구도 늘었다. 가장 최근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이 5월 우리나라와 방글라데시, 베트남, 피지의 만16세 청소년 80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 조사를 진행했다. 각 국의 디지털 지수를 분석해 지역간 격차를 확인하고, 우수한 지역의 정책이나 환경을 벤치마킹하려는 의도다. 우리나라는 ICT 관련 인프라가 잘 닦여 있는 나라로 꼽혀 연구 대상지역으로 선정됐다. 


    세계수준의 디지털 지수를 측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DQ연구소(DQ Institute)는 8개의 평가틀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디지털 지수를 측정하고, 이를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했다. 초등학교 수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을 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지수에 대한 ‘국제표준’이 없는 점도 이런 연구가 진행되는 배경이다. 미래 세대에 대한 디지털 지수 측정 도구 개발을 선점해 국제표준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다. 


    ◇ 개인의 디지털 지수 측정 시도는 더뎌


    이와 달리 개인의 디지털 지수를 측정하려는 시도는 더디다. 국내에선 2005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전신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개발한 디지털 역량진단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개인이 직접 디지털 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란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개발한지 14년이 흘러 지금의 디지털 환경과는 동떨어져 사실상 활용이 어렵다.


    실제 조사문항을 살펴보면 디지털 기기 이용 시간과 입력도구(키보드·마우스) 등의 사용 방법, 운영체제(윈도우 등 OS) 활용 빈도 등을 묻는 문항이 다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새로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사용을 조사하거나 개인정보보호 등 최근 제기된 디지털 시민성 관련 문제는 아예 없다. 


    게다가 2005년 당시 이를 연구하고 개발한 연구진도 남아있지 않아 개선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올해 안에 디지털 지수를 측정할 새로운 도구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지수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교육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기업도 인재채용이나 사원평가에 디지털 지수 측정도구를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금융권이 특히 활발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공채에 디지털 역량평가를 신설했다. 일반 행원 평가에도 이 평가를 적용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자체적인 디지털 지수 측정도구를 개발해 사원의 능력을 측정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 “디지털 지수 확인 어떻게” 교육현장 관심도 증대


    디지털 지수에 대한 관심은 교육현장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 한 고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는 “디지털이 생활의 일부가 됐는데 정작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엔 여전히 배제돼 있다”며 “학생간 따돌림이나 욕설 등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교육과정 속에서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측정하고 계발하는 교육과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관련 교육을 학교에서 실시하려는 시도는 최근에서야 시작되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시범도입하거나 일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관련 교육을 확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디지털 리터러시를 포함해 학생의 역량을 지수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마땅히 없어 수준을 가늠하기 힘들다. 

    실제 디지털 지수 측정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전남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에 따라 학업 수준도 달라지는 것으로 보여 디지털 지수를 측정해보려고 했다”며 “마땅한 도구가 없어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디지털 역량진단 프로그램 일부 문항을 변형해 실시했지만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워 공개하지 않고 참고로만 활용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지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학부모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중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다정(40)씨는 “최근 학부모 모임에 나갔다가 디지털 지수를 처음 접했다”며 “돌아와 한참 동안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정확한 개념이나 측정도구를 찾지 못해 답답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이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하다보니 중독은 아닌지, 활용은 잘 하는지 궁금한데 단순히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만으론 알 수 없었다”며 “객관적으로 아이의 디지털 관련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면 앞으로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교육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데 반해 학생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등 역량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며 “사용법을 혼자 습득하다보니 폭력·선정적 유혹에 잘 빠지는 경향도 있어 교육당국이 학생의 디지털 지수를 측정하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미 한국교육개발원 디지털교육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인터넷윤리학회 등 주도로 디지털 시민성 관련 문제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디지털 지수가 IQ(지능지수)나 EQ(감성지수)처럼 사람의 역량을 증명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기성 스마트교육협회장(계성초 교사)는 “디지털 지수를 개발하려는 의도는 교육정책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라며 “이를 학생의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로 생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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