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지원율 미달’에 홍보에 적극 동원되는 대학원생
입력 2019.05.03 09:52
  • 대학원 지원자가 급감하며 정원에 미달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2019학년도 후기 대학원생 모집기간을 맞아 각 대학원이 대학원생을 동원해 홍보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열린 대학원 입시 박람회 모습. /조선일보 DB
  • #. 서울의 유명 공과대학원 A학과는 지난해 신입생이 정원에 크게 미달하자, 최근 연구실 개방 홍보 행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대학원생이 해당 분야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생에게 직접 연구실을 소개하고 입학 상담을 해주는 행사다. 하지만 일부 대학원생 사이에서는 “홍보가 부족해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지는 게 아닌데, 잡무만 계속 늘고 있다”며 불평이 나오고 있다.

    대학원 지원자가 급감하며 정원에 미달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2019학년도 후기 대학원생 모집기간을 맞아 각 대학원이 대학원생을 동원해 홍보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학원생이 입시 강연을 진행하거나, 연구실을 상시 개방해 직접 입학 상담 하는 식이다. 하지만 대학원의 이러한 방침에 대학원생 사이에서는 과도한 업무라며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대학원생 입학자 수는 10만2493명이었다. 이는 5년만에 약 1만명 정도 감수한 수치다. 대학원 충원율도 감소했다. 2010년 100%를 웃돌았던 충원율은 작년 81.5%로 떨어졌다. 특히 작년에는 서울대 공대와 자연대 대학원까지 지원자가 처음으로 동시에 미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 일부에서는 ‘이공계 위기론’ ‘대학원 위기론’까지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 지원자를 사로 잡으려는 대학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장학금으로 지원자를 모셔오는 것. 일례로 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는 올해 후기 신입생부터 전원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성적우수자에게는 종합 심사를 통해 월 일정액의 생활 장학금도 추가로 지원한다. 한양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관계자는 “기존에도 장학금을 제공하기는 했으나 이번에 규모를 더 늘렸다”며 “대학원생 인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액 장학 제도를 신설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대학원생을 동원해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대학원생이 직접 경험한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상대적으로 교수보다 대학원생이 친근하게 정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이를 부추겼다. 아주대학교 일반대학원은 ‘대학원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이번주에 입시 홍보 주간을 처음으로 시행한다. 학과별로 입시 설명회를 개최하며, 연구실을 방문하며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연구실 투어도 연다. 아주대 사회대 관계자는 “입시 설명회에 교수도 참석하긴 하지만 행사는 주로 대학원생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직접 입시를 안내하고 선배로서 강연도 담당한다”고 했다.

    정작 대학원생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홍보 업무에 대학원생을 참여시킨다는 이유에서다. A학과 행사의 경우, 사전 준비 모임에 세 차례 참여해야 한다. 나흘간 연구실을 상시 개방하는 것과 동시에, 매일 여섯 팀의 학부생에게 연구실을 안내한다. 각종 홍보물과 다과를 준비하는 것도 대학원생의 몫이다. 외부 학회 등의 일정이 겹친 연구실의 경우, 행사를 준비할 수 있는 인원이 적어 더욱 부담스럽다.

    이러한 홍보가 무용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해외 대학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학원의 경쟁력이 낮은 게 근본적인 이유라는 까닭에서다. 박사 과정 중인 김준호(가명·32)씨는 “대학원을 졸업한다고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민수(가명·29)씨는 “학부를 졸업하고 공부를 더 하고 싶은 학생은 외국으로 유학가는 추세”라며 “대학원이 아무리 홍보에 열을 올려도 이러한 흐름은 쉽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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