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고 간결하게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담고 싶은 모든 내용을 다 담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길게 이것저것 다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담는다면 자신의 의도대로 글을 쓸 수 있을 테지만 제한된 글자 수는 이를 제약하는 족쇄와 같다. 마음껏 표현 할 수 없는 이런 글자 수의 한계가 글 전체의 질을 좌우하기도 한다. 제약이 있을 때의 글과 특별한 제약 없이 자율성이 클 때의 글은 당연히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일한 조건에서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 입시의 가장 기본이므로, 글자 수를 자율로 둘 수는 없다. 제한된 글자 수 내에서 누구는 좀 더 자신을 잘 드러낼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무조건 정해진 글자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표현해야만 한다. 어렵더라도 말이다. 어떻게 하면 정해진 글자 수라는 제약을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일전의 칼럼에서 일단 글자 수를 생각하지 말고, 쓰라고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다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서 글을 써보는 것이 우선이다. 글자 수는 그 다음에 정리해도 늦지 않다고 말이다. 처음부터 글자 수에 맞춰 글을 쓰려고 하면, 글 자체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길게 쓰고 줄이는 것이 낫다. 그랬더니, 이번엔 양을 줄이는 것이 문제다. 억지로 내용을 줄이니, 글이 어색해진다. 문법이 꼬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흐려진다. 글자 수에 맞게 글을 무작정 줄이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실제 전에 한 학생이 1000자 정도가 필요한 글에 3500자 정도의 글을 썼다가 줄이느라 애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때 학생이 이해한 글자 수 줄이기와 필자가 의도한 글자 수 줄이기가 다르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학생은 말 그대로 ‘줄이기’에 초점을 두었던 것이다. ‘저의 꿈을 위하여 공부를 열심히 하였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면,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정도로 양을 줄이는 것에 급급하다 보니 매끄러운 글 전개와 자꾸 멀어졌다.
반면 필자가 의도한 것은 상대적으로 글자 수 자체보다는 내용이나 소재를 걷어내라는 것이었다. 우선 써보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담아보고, 그 중에 전체적인 맥락과 동떨어져 보이거나 불필요한 요소를 하나씩 없애보라는 것이다. 그저 서술어나 단어들을 조절해 나가는 인위적인 생략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를 잘못 이해해서 자꾸 어색한 표현들을 쓰다 보니 오히려 줄인 후의 자기소개서에서 완성도가 급격히 떨어진 경우들을 많이 보았다.
대체로 학생들이 글자 수를 줄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내용을 줄이지 못해서다. 다 중요한 내용인 것 같고, 활동 하나라도 더 들어가야 합격에 가까워질 것만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 완성된 글이 매끄럽지 못하면 오히려 더 마이너스가 된다. 그것보다 매끄러운 글을 쓰려고 노력하기를 바란다. 만약 좋은 표현이 있고, 내용도 좋다면 과감하게 좀 부족해 보이는 소재와 내용을 통째로 걷어내더라도 더 잘 쓴 글을 만들려고 해보자. 모든 내용을 다 담으면서 글자 수도 맞추고, 매끄러운 표현까지 한 번에 모두 맞물리게 완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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