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힐링스토리]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희망의 독서치료
입력 2015.10.12 10:16
  • 고2 서연이는 어느 순간 공부가 너무 버겁고 힘들어졌다. 공부의 의미를 도무지 모르겠고, 삶의 목적도 잃어버렸으며, 왜 자신이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매사에 무기력했으며, 어쩌다 작정하고 공부를 하자고 들면 몇 시간 이상 준비시간이 필요했고, 설사 공부를 한다 해도 도통 집중할 수 없었다.

    우울하고 불안한 생각이 가득 차 마음을 가눌 수 없었을 때가 많았으며, 세상과 부모에 대한 미움과 갈등도 점점 깊어졌다. 불행하다 느껴지는 자기 삶이 점점 더 가치 없게 여겨졌고, 나날의 희망과 기쁨도 점점 사라지면서 웃음 또한 잃어버렸다. 기댈 대라곤 스마트폰, 친구, 일탈과 몇 가지 중독 행위뿐이었다. 특히 서연이는 스마트폰에 빠져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을 때가 많았다. 때로 몹시 비관적인 기분에 휩싸일 때면 이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연이의 사례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청소년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겪는, 학습과 미래, 자기 삶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서연이와 같은 청소년에게는 학업상담이 꼭 필요하다.

    내가 진행하는 학업상담은 남다르다. 문학, 심리학, 철학, 교육학, 사회학 같은 인문학 전반과 관련 연구들을 통합해 만든 상담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 15년 가까이 실제로 청소년, 청년들과 대화하며 정립한, 임상에 따른 상담 방식이기도 하다. 내가 만든 H.O.P.E 상담 프로그램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H.O.P.E 상담 프로그램은 치유(Healing), 자성(자기성찰, Perception), 정향(定向, 진로모색, Orientation), 공부(Education)의 단계를 밟으며 이루어진다.

    치유의 과정은 마음근력을 회복하는 단계이다.

    처음 상담실을 찾은 내담 청소년이나 청년들은 마음근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낙관성이나 회복탄력성, 자기조절능력, 효능감, 자존감 등을 검사해보면, 평균 이하로 나타날 때가 많다. 최근 많은 분들이 마음근력이 떨어지면 공부 역시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한다.

    사실 낮아진 자존감이나 아픈 마음으로는 공부가 아니라 어떤 다른 일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많은 연구에서 비관적이고 우울한 사람은 학습능력이나 인지능력, 실천력 같은 각종 실행능력이 뒤쳐진다고 보고한다. 특히 공부처럼 막대한 의욕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라면 더더욱 힘든 노릇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마음을 다친 이들을 제대로 치유하지 않은 채, 아픈 마음을 위로하지 않은 채 눈을 가린 말처럼 앞으로 내달리기만을 채찍질한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근력은 더 훼손되고 마는 것이다. 점점 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마음근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스타트증후군(매사 시작과 결정이 어렵고 오래 걸리는 증상), 번아웃(심리적, 육체적 에너지 소진), 공격성, 충동성, 반항과 방황 등과 같은 증상들을 보일 때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마음근력과 내면을 다스리고 회복하는 치유(Healing)부터 차근차근 밟아야 한다.

    상담을 받는 사람이 만약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면, 이 단계에서는 대면 상담과 함께《나라서 참 다행이다》, 《불안다루기》, 《내감정사용법》같은 심리치료적인 내용이 담긴 치유서나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서사를 써보는 글쓰기치료(티모시 윌슨의《스토리》에 그 방법이 비교적 잘 기술되어 있다)를 통해 내적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어느 정도 마음근력이 회복된 후에는 본격적인 자성과 정향 상담이 진행된다. 기실 이는 학생들이 겪는 내적 상처나 역경과도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다. 의미를 잃을 때 인간은 고통에 사로잡힌다. 위대한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지적대로 우리가 인생에서 마음을 다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의 목적이나 의미, 가치를 잃어버린 채, 무의미한 삶에 오래 노출된 채 자기성찰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청소년, 청년들은 공부기계처럼 하기 싫은 공부만 할 뿐,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자신의 삶과 지금의 학습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자성하지 않기 때문에 목적상실이라는 심대한 정신결핍에 빠질 때가 많은 것이다.

    자성의 단계가 일반적인 상담과 나의 H.O.P.E 상담 프로그램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문이라 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 나는 보통의 심리상담가들은 사용하지 않는 철학상담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마음을 다독거리고,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한 단계 넘어서 인생의 근원적인 고민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하는 상담을 진행한다. 가령 상담 받는 아이가 고등학생이라면, 이때 가장 많이 읽는 교재는 이런 것들이다. 레베카 라인하르트,《방황의 기술》, 이정우,《사건의 철학》, 알랭 드 보통,《철학의 위안》, 수전 울프,《LIFE 삶이란 무엇인가》, 빅터 프랭클,《죽음의 수용소에서》, 법륜,《인생수업》, 로먼 크르즈나릭,《공감하는 능력》, 리처드 스코시,《행복의 비밀》, 미셸 옹프레,《원숭이는 왜 철학교사가 될 수 없을까》, 셸리 케이건,《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 피터 싱어,《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마이클 샌델,《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제인 구달,《희망의 밥상》 같은 책이 그것이다. 이 책들은 그동안 내가 그들과의 철학상담에서 많이 사용했던 사유의 책들이다. 인생의 근원적인 고민에 빠진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새로운 삶의 가치와 의미를 회복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이다.

    치유 단계의 상담이 삶의 의욕을 상실한 이들의 심리적 위험을 통제하는, 급한 불을 끄는 상담이라면, 자성 단계의 상담은 내담자 안의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생각이 생기는 근본적인 생각의 뿌리를 다시 정립하고 변화시키는 철학적 대화 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자성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 또한 정향이다. 정향,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는 상담은 다양한 심리검사, 반성적 글쓰기, 회고적 자기탐색 등을 통해 앞으로 자신의 삶이 나아갈 방향과 로드맵에 대한 기초와 방법을 모색하는 단계이다. 바른 삶의 방향을 찾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여기에 대한 가장 좋은 참고자료라면 세계적인 교육학자 켄 로빈슨 경의 TED 강연 <교육혁명을 말하다Bring on the learning revolution!>라고 할 것이다) 바른 방향을 모른 채 내달리는 질주는 열정도, 도전도 아닌 단지 맹목일 따름이다.

    이 단계에서는 다중지능 검사, 뇌 유형 검사, 각종 성격 검사, 진로적성 검사 등을 통한 면밀한 자기탐색이 이루어지며, 자신의 소명의식, 가치관, 흥미와 호기심, 강점과 적성을 다각적으로 알아내고 정리해 자기 삶의 새 길을 궁리하고 기획한다. 이 시기 내가 내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활동은 도서관 탐방이다. 주위의 몇 군데 도서관을 돌며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서적과 자료를 섭렵하고 탐구하라는 미션을 처방한다.

    인생에서 우리는 때로 방향을 잃기도 한다. 청소년이라면 아직 방향을 찾지 못한 경우도 많다. 자기와 맞지 않은 잘못된 방향을 선택하면 삶은 결국 불행해진다. 방향을 정하는 일, 정향이 중요한 까닭이다. 정향을 위해 나의 소명이 지향하는, 나의 재능과 개성이 가장 원하는 일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유전적 기질, 두뇌, 재능, 개성, 욕구, 가치가 결합된 최적의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때 일반적인 진로상담에서는 거의 행하지 않는 미래학과 관련된 책을 읽는 독서치료도 진행한다. 미래를 알면, 자신의 삶의 방향도 크게 뒤바뀐다. 미래를 읽으면 자신의 길도 뚜렷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핑크,《새로운 미래가 온다》, 하워드 가드너,《다중지능》, 마커스 버킹엄,《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로먼 크르즈나릭,《인생학교 - 일》, 켄 로빈슨 · 루 애로니카,《엘리먼트》, 티나 실리그,《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어른이 된다는 것은》, 월리엄 데이먼,《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로버트 노직,《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앨 고어,《앨 고어, 우리의 미래》, 마티아스 호르크스,《메가트렌드 2045》, 말콤 글래드웰,《다윗과 골리앗》, 알피 콘,《경쟁에 반대한다》, 니콜라스 카,《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셰인 J. 로페즈,《희망과 함께 가라》, 월리엄 데이먼 · 하워드 가드너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GOOD WORK》, 베리 슈워츠 · 케니스 샤프,《어떻게 일에서 만족을 얻는가》는 이 단계에서 내담자와 자주 읽는 인생의 정향 탐구서라고 할 것이다. 몇 종류는 조금 어렵지만, 함께 그 내용에 대해 풀이하고 이야기하며 올바른 방향을 찾는 작업을 진행한다.

    마지막 단계는 공부 단계이다. 이 단계는 버겁고 싫었던 공부를 다시 즐길 수 있고, 의욕이 넘치는 대상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때는 공부의 의미와 가치, 자신의 삶과 공부의 연관성, 미래를 위한 바른 공부, 효율적인 공부법과 창의적인 공부법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와 사실들을 알려주고,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한다. 거부한 채 버려두었던 자신의 공부를 새롭게 재무장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상담 단계라고 할 것이다.

    이 단계는 중요하기도 할 뿐더러, 설명할 이야기도 많아 다음 번 칼럼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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