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힐링스토리] 바른 목적의식이 인생을 성장시킨다
입력 2015.03.30 10:14
  •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목적이 필요하다. 목적이 사라진 삶은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를 알려줄 수 없을 뿐 아니라, 고통스럽고 불안한 방황을 계속하게도 이끈다. 그래서 목적 상실이야말로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가장 큰 정신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세계적인 교육학자 윌리엄 데이먼이 진단한 지금 젊은이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 역시 이 삶의 목적 상실이다. 그는 저서《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서 현대인, 특히 청년들의 목적 상실의 현실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자인 매들린 레빈은 ‘단절의 세대와 불행한 아이들’을 주제로 한 최근의 저서에서 자신이 진료했던 십대들에게서 관찰된 내적 공허감의 유형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십대 중 몇몇은 심각한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였다. 예를 들어 한 열다섯 살 여자아이는 ‘공허’라는 단어를 왼쪽 팔뚝에 새겨 넣었다. …… 레빈은 “이 중 많은 수의 십대들이 자신의 외모를 꾸미는 데 상당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도 강박감과 공허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일에도 열정을 보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기쁨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삶의 고뇌를 묘사하는 데 사용한 표현들을 살펴보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 이유 없이 불행해요”, “무언가가 빠진 듯 허전해요”.” 

    윌리엄 데이먼의 비판은 비단 미국 젊은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빈틈없는 틀 안에 젊은이의 삶을 끼워 맞추는, 강요된 현실의 문제는 어쩌면 이미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나 역시 데이먼의 책에서 말하는 생의 목적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을 빈번히 만난다. 들어보면, 그들이 인생에서 자신의 궁극적 가치를 발견할 수 없었던 구체적인 사연들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부모나, 사회, 교육제도, 사회적인 고정관념이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하고, 애초 인생목표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배운 적도, 이야기들은 적도 없다는 친구도 있고, 이미 너무나 강고한 목표들, 돈, 성공, 승리, 경쟁, 물질, 지위, 명예 같은 ‘자명한’ 가치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자기만의 심오한 생의 가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고백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한결같은 공통적 문제의 핵심은 ‘생의 목적상실’이다.     

    명석한 교육학자답게 윌리엄 데이먼의 비판은 폐부를 찌른다.

    “학생들의 시험 점수만 올리면 된다는 식으로 학교를 압박함으로써 우리는 학생들이 학창 시절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필요로 하게 될 세상을 향한 원대한 비전과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학교의 능력을 빼앗아왔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접근 방식은 우리가 자녀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모든 현명한 목표를 파괴해왔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우리 자녀를 글로벌화된 세계에 적응하도록 준비하는 것을 막는다. 심리적으로는 비관주의, 불확실성, 자기 불신의 씨를 뿌린다.”

    인생의 목적 상실은 비단 젊은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목적 상실은 한 사람에게 삶을 낭비하게 한다. 얼마 전 만난 한 40대 후반 남성 역시 비슷한 고민을 호소했다. 남들 따라 돈 잘 벌 수 있다는 대학, 학과에 가고, 남들 따라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남들 못지않게 일을 하고 바쁘게 살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깊은 ‘공허감’이 밀려오더란 것이다. 너무 그 감정이 깊고 미묘해서, 자기 딴에는 서점에서 철학 책도 사보고, 인문학 강의도 다운받아 들어보고 하는데 자기 안에서 그 의문과 고민이 잘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 명료하게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것은 일종의 ‘후회’의 감정이라고.

    모름지기 인생의 목적이 필요한 것은, 어떠한 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고, 그래서 바람직한 목적이 존재한다면 목적에 알맞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목적을 모르고 살아갈 때는 그럴 수가 없고, 지나고서 자기 삶을 생각할 때 자신의 본래적 가치와 부합되지 않는 그간의 삶이 얼마간 후회스러운 것이라고, 자책이 되는 것이라고.

    그리고 위로의 말 한 마디를 건넸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거의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랍니다. 목적을 한창 고민할 때는 자신의 목적을 제대로 알 만큼 현명하기 어렵기 마련이라서요”     
    그러니 인생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생긴 것이 어느 때든 간에 그 순간부터 치열하게 다시 자기의 존재목적, 삶의 가치를 궁구하면 되는 것이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공부 못하는 아이는 없다》의 저자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