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현대 청운고 김상영 학생의 의학 토론 대회 최우수상 수상기
입력 2015.03.23 09:59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의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뇌 과학 올림피아드 등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실적들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스펙들이 합격의 보증수표는 아닙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 수학 실력과 과학 지식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의대 지망생들은 책 읽기 글쓰기 토론 등의 문과적 활동이 많이 도움이 되는데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바로 문이과 융합적인 그런 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4회 고등학생 의학 토론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생입니다. 전국 단위 자사고로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는 현대 청운고 3학년 김상영 학생의 인터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 문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답 : 안녕하세요, 현대청운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상영입니다.

    문 : 이번에 제 4회 고등학생 의학 토론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셨는데요. 그 비결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답 : 우선 나름 철저하게 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학교 선생님들께서 많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자습 시간에도 따로 친구와 함께 대회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장려상을 수상했습니다.) 대회 당일에 1차 에세이를 쓸 때는 팀원들과 협동도 잘 되었고, 최종 토론 때에 저희 팀이 뇌사자 산모의 출산에 찬성하는 측이었는데 저희 팀원들 모두 그런 방향으로 지원서를 작성해왔기 때문에 의견 취합 또한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던 게 최우수상 수상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문 : 이번 의학 토론 대회는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되셨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답 : 사실 의학이라는 학문은 전문성을 최우선시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고등학생으로서는 의예과를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이 비교적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쉽게 접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관련 대회 또한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저는 대학 진학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친구와 함께 여러 방면으로 정보를 얻으려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1학년 재학 당시 학교 측에서 공지해주어 의학 토론 대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저와 제 친구는 한국 뇌과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쉽게 출전이 불발되었는데, 2학년 말이 되어서 한번 나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함께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문 : 이번 의학 토론 대회 주제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준비를 하셨는지요?
    답 : 제가 참가한 제4회 고등학생 의학 토론 대회의 주제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생명윤리’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원서와 1차 에세이, 그리고 최종 토론의 세부 주제는 ‘뇌사자 산모의 출산’과 ‘산전 유전자 검사’에 대한 찬성과 반대였죠. 대체적으로 고등학생으로서는 쉽게 생각해볼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주제여서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저희가 사전에 입수한 자료 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추가적으로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주제가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저희들이 자체적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대해 다양한 관점들을 내놓고 정리한 후 간단하게 토론도 진행하였습니다.

    문 : 결승에서 최종 승리하기까지 위기도 있었을 터인데요.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답 : 1차 에세이를 작성하고 나서 저희 팀이 최종 토론 진출 팀으로 발표된 후, 저를 비롯한 팀원들은 약간 안일해졌습니다. 최종 토론에 진출하고 나서는 우수상이 이미 확보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 최종 토론에 진출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못했던 저희 팀은 ‘이만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준비를 조금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뇌사자 산모 출산에 찬성한다는 비교적 다루기 쉬웠던 주제를 받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최종 토론에서 여러 가지 전문적인 팩트를 앞세운 상대 팀에게 많이 주도권을 내주게 되었고 이것이 가장 큰 위기 상황이었는데, 저희 팀은 오히려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전략을 잡았고 결국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위기를 극복하였습니다.

    문 : 토론을 잘 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 독서의 중요성도 무시 못할 듯 합니다. 평소에 했던 독서가 이번 토론 대회 수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지요?
    답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책을 읽을 때 세세한 것까지 모두 이해하려는 성향이 있어서 한 권을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많은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독서 스타일이 오히려 책의 내용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는 데는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생명윤리 이슈들에 대한 신문 기사나 논평을 많이 구하여 읽었는데, 위와 같은 독서법으로 인해 에세이를 작성할 때나 토론을 할 때 제 논리를 탄탄하게 하는 사례나 의견들을 많이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문 : 추가 질문을 드려 볼 게요. 독서 외에도 토론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생활 습관이 있는지요?
    답 : 저는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을 더 즐겨 하는 편입니다. 교내 문예 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시 쓰는 것을 좋아해서 평소에도 시를 쓸 뿐만 아니라 학교 축제와 같은 공식 행사에서 시화전을 열거나 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시라는 형식의 특성상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압축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제한이 있었던 토론 대회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문 : 학교 생활이나 수업 중에도 토론에 도움이 된 것이 적지 않을 터인데요. 학교 생활이나 수업 중 어떤 부분이 토론 실력 함양에 도움이 되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답 : 우선 학교 생활의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저희 학교는 기숙형 학교이며 2인 1실로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룸메이트와의 사이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고, 서로 학교 생활이나 고민거리, 앞으로의 진로 등에 대해 진솔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즉, ‘chat’가 아닌 ‘talk’를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학교 수업의 측면에서 저희 학교는 단순히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요. 또한 실제 토론 수업도 따로 많이 진행되는 편입니다.

    문 : 다소 본질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본인은 의사를 꿈꾸고 계실 터인데 토론 교육이나 활동이 의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이유 같은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답 : 의사는 3차 산업, 즉 서비스업에 속한 직업군입니다. 서비스 중에서 매우 고도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편이죠. 저는 서비스업의 키워드는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1차나 2차 산업과 같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철저히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의사는 항상 사람들, 그 중에서도 절박하고 안타까운 사람들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때로는 기쁜 소식을, 때로는 슬픈 소식을 전해줘야 하며, 설득, 권유, 명령 등 다양한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하지요. 결국 토론 교육이나 활동을 통해 이러한 의사소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 : 의학 토론 대회에 관심있거나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답 : 우선 자료의 수집이 먼저 되어야겠죠. 자료는 의견을 펼치는 데 있어서 기반이 되어주는 팩트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또 자료를 단순히 수집하고 읽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 보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평소에 많이 생각해보도록 노력하고, 그 생각이 밖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간단한 글쓰기나 말하기와 같은 언어적 활동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문 :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답 : 현재는 고등학교 3학년의 신분인 만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모든 초점을 맞추어야겠죠. 하지만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1학기까지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의예과에 진학할 계획이고, 의학의 많은 분야들 중에서 특히 신경과나 신경외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만약 시간이나 마음가짐 등 여러 여건이 충족된다면 커서 글을 쓰는 삶 또한 살아보고 싶습니다. 메스를 통해 몸을, 펜을 통해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의사가 되지 않을까요.

    마마파파스 입시전략위원회 위원 /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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