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규가 다니는 충남 태안 삼성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0명도 채 안 되는 시골 학교야. 상규와 같은 5학년 친구를 다 합해도 열두 명밖에 안 돼. 그런데 이 작은 학교가 지난 한 달 내내 떠들썩했어. 상규 덕분이었지. 전국의 내로라하는 친구들을 제치고 상규가 전국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인정받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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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류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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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 도우려다 ‘전국 대상’ 열매 결실
‘제17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공무부문 초등부 대상’. 지난달 상규가 받은 상 이름이야.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주관한 이 대회는 정보화 관련 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지.상규는 이 대회에 ‘구구단의 신’이란 작품을 출품했어.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의 프로그램인지 대충 알 수 있겠지? 맞아. 구구단을 좀 더 쉽고 재밌게 익힐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야. 구구단 표를 볼 수 있는 기능을 기본으로 ‘스피드 구구단’, ‘숨은 구구단 찾기’, ‘건반 구구단’, ‘구구단 드라이브’ 등 네 가지 게임을 갖추고 있어. 로그인 기능까지 있어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게임별로 저장된 자신의 최고 점수를 볼 수 있지.
그런데 하고많은 소재 중 왜 하필 상규는 구구단을 선택했을까? 사촌동생을 돕기 위해서였어. 구구단을 못 외워 작은엄마한테 꾸중을 듣고 울먹울먹하는 동생이 안쓰러웠대. 동생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결국 전국 대상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안겨준 셈이지.
△‘홈페이지 제작’ 2학년 때부터 꿈꿔
상규가 컴퓨터로 뭔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건 2학년 때부터였어. 여기저기 개인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보니 농사짓는 부모님을 위해 근사한 농산물 유통(流通·상품이 시장에서 교환·분배되는 활동)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어졌대. 그래서 무료 호스팅을 받고 태그나 html 등 프로그래밍 용어들을 배우기 시작했어. 하지만 쉽지 않았어.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씨름하다 포기하길 수십 번….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힘으론 무리였던 거지.1년쯤 지나서야 마침내 개인 블로그가 완성됐어. 하늘을 날 듯 기뻤지. 하지만 상규는 이 블로그를 불과 며칠 만에 지워버렸어. 주위 평가가 별로였거든. 포털사이트 같은 블로그를 만들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결과물은 겨우 메뉴 두세 개의 초라한 형태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어깨너머로 배운 플래시게임으로 ‘입소문’ 나
4학년 때였어. 5·6학년 컴퓨터부 형들이 플래시게임 만드는 걸 우연히 봤는데 꽤 재밌어 보였어. 하지만 형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가르쳐주지 않았어. 오기가 발동했지. 형들이 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니 간단한 게임은 만들 수 있었어. 그림이 움직이는 수준이었으니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말이야. 그때만 해도 1분도 안 되는 게임을 만드는 데 한두 시간은 족히 걸렸어. 지금은 어떠냐고? 10분이면 충분하대.상규는 점점 게임 프로그램의 세계에 빠져들었어. 포토샵 공부도 그즈음 자연스럽게 시작했지. 그러다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상규가 꽤 컴퓨터를 잘한다고 입소문이 났어. 그 얘긴 정보올림피아드를 담당하고 있는 김은혜 선생님 귀에도 들어갔지. 그때부터 상규의 컴퓨터 공부가 체계적으로 시작됐어.
△“누구나 즐기는 게임 만들 거예요”
상규는 원래 꿈이 없었어.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업’을 가지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대. 하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꿈이 생겼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고 도움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꿈 말이야.요즘도 상규 머릿속은 ‘구구단의 신’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해. 단순한 화면을 좀 더 그럴듯하게 꾸미고 싶거든. 최근 그래픽 공부에 부쩍 열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야. “형이 만든 게임으로 구구단을 공부했어요”란 동생들의 말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다는 상규. 너희도 ‘구구단의 신’(tkdrb0402.dothome.co.kr)으로 구구단 공부에 도전해보지 않을래?
게임 프로그래머 하창현 씨가 상규에게
"게임으로 나를 표현하는 일…힘들지만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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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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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게임 프로그래머란 직업을 선택했나요?
“초등학교 때 ‘UFO’란 슈팅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내가 만든 게임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게임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죠. 모든 게임엔 프로그래머가 자라온 환경, 교육, 경험 등이 반영됩니다. 즉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개성과 성향, 특성, 가치관 등을 도구로 세상과 소통합니다.”-밤샘근무가 잦을 것 같아요.
“바쁠 땐 당연히 야근도 하고 밤샘근무도 해요. 하지만 일정이 잡혀 있는 일을 마치면 근무시간은 굉장히 자유로워요. 복장도 자유롭고요.”-전 좀 덜렁대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실수가 잦아요.
“덜렁댄다는 건 그만큼 생각하는 속도가 손보다 빠르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프로그래머의 결격사유(缺格事由·자격을 얻는 데 제한이 되는 사유)는 절대 아닙니다. 게임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 반대로 분석적이고 꼼꼼한 성격 모두 게임 프로그래머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수학이나 물리는 잘하면 잘할수록 유리해요. 인문학, 특히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판타지 게임은 주로 과거와 미래를 배경으로 하니까요.”△하창현 팀장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12년째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게임개발자협회(KGDA) 이사를 역임했으며 한빛소프트가 서비스하는 게임 ‘댄스배틀 오디션’과 ‘오디션 잉글리시’를 만들었다.
"공부 재밌게 가르쳐주는 게임 만들래요"
사촌동생 도우려고 만든 구구단 게임, 전국 대회서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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