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표 공부'가 대세지만, 영어 한마디 입 밖에 내기 힘든 평범한 엄마들에게 영어교육은 여전히 넘기 힘든 산이다. 하지만 엄마가 영어를 잘해야만,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영어울렁증'이면서도 똑 소리 나는 엄마표 영어교육을 실천한 이들의 교육비결을 소개한다.
[Case 1] 심은영씨 "매일 꾸준히, 즐겁게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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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영씨와 아들 정시우군./김형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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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시우(인천 경원초1)군의 영어 읽기 능력은 미국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을 넘는다. 이런 시우에게 들어가는 영어 사교육비는 0원. 뛰어난 영어실력은 100% 엄마 심은영(38·인천 주안동)씨의 노력으로 길러졌다. 그렇다면 엄마 심씨의 영어 실력은 어떨까? 그녀는 "고교 시절 영어성적이 15등급 중 15등급이었을 정도로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시우가 생후 100일이 됐을 무렵, 언니로부터 '노부영' 동화책 20권과 오디오 테이프를 선물 받았다. 영어동화책을 읽어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그녀는 영어노래 테이프만 하루종일 틀어뒀다. "계속 듣다 보니 영어를 싫어하는 저도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됐다"고 했다. 그러다가 한 페이지에 1~3단어만 있는 영어 그림책을 한두 권씩 읽어주기 시작했다.
"영어 발음에 정말 자신이 없었지만, '아이와 나만 듣는 건데, 발음이 좀 이상하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읽어줬어요. 제가 읽어주는 것보다 오디오테이프를 듣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제 발음에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생후 24개월이 지날 무렵부터는 하루 30분씩 원어민이 동화를 읽어주거나 노래·율동이 나오는 동영상을 함께 보면서 따라했다. 48개월부터는 여기에 워크북을 추가했다. 또 한글을 가르칠 때 영어 파닉스를 동시에 가르쳤다. 하지만 책을 읽는 시간 외에 영어공부 시간은 하루 한 시간을 넘지 않게 했다.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이 수준이 높아지면서 '내가 계속 가르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심씨는 "제가 영어를 못한다는 걸 아이에게 들킬까 봐 겁도 났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여섯 살 무렵 영어유치원에도 보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뒀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져서다.
"영어는 앞으로 10~20년 계속 배워야 하는 거니까, 아이와 같이 천천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제가 가르치기 버거운 책이 와도 지금은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해요. '엄마도 잘 모르는 책이지만 같이 공부해 보자'고요."
영어유치원을 그만두고, 시우는 동화책과 챕터북을 읽으며 실력을 쌓았다. 지난해 읽은 책이 5000권을 넘을 정도이다. 심씨는 "시우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날은 없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ase 2] 김지선씨 "같이 공부해 엄마 실력도 쑥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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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선씨와 아들 윤상수군, 딸 윤단양/남정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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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제가 영어책을 즐겁게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즐겁게 봐야 아이도 즐거울 텐데, 그게 정말 힘들었죠. 동화책 한 줄 읽어주려고 해도 입이 선뜻 열리지 않았어요."
6세, 4세 두 자녀를 키우는 김지선(36·서울 송파동)씨는 3년 전 첫째 아이에게 처음 영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워킹맘이기에 영어교육 정보를 찾을 시간이 부족했던 그녀는 유아교육 박람회장에서 눈여겨봤던 영어동화 전집 200여 권을 한꺼번에 사서 집에 들였다. 책을 사는 것은 쉬웠지만, 이를 활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일 년간 30~40권을 겨우 읽었을 뿐이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날 무렵, 김씨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주중 5일은 퇴근 후 하루 한 시간씩 아이와 영어책으로 놀자'는 계획을 세웠다. 아이와 읽을 책은 자신이 먼저 읽고 공부했다. 모르는 단어를 찾고, 책의 주제에 맞는 교구를 직접 만들었다. 예를 들어 교통수단을 다룬 책이라면, 하늘·바다·육지로 나눠서 각각의 교통수단 사진이나 그림을 준비했다. 다음 한 주간 읽을 책 목록을 정하고, 어떤 놀이를 할지 미리 생각해뒀다.
"처음에는 저도 화려한 교구, 거창한 액티비티에 집착했어요. 하지만, 공부하다 보니 그보다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며 즐겁게 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초기엔 한 권 읽을 준비를 하는 데 한 시간 이상 걸렸지만, 익숙해지니 시간이 저절로 줄더군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 2년 동안 김씨의 영어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수많은 영어 동화책을 읽고, 출퇴근길에 EBS 라디오 영어방송을 들은 덕분이다. 테솔 과정도 이수했다. "무엇이든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해요. 거창한 도구와 놀이로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색종이를 코팅하는 정도의 작은 준비만 해도 괜찮아요. 이런 작은 노력으로 아이는 물론 제 영어실력까지 향상되니 큰 성취감을 느껴요. 어렵기만 하던 영어가 지금은 제 삶의 활력소가 됐어요."
'영어울렁증' 엄마의자녀 교육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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