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식을 깨뜨린 힘찬 용틀임 ‘홍매도’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처럼 붉은 꽃 수백 송이가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렸어. 정말 눈부시잖아. 그림 제목은 ‘홍매도(紅梅圖)’야. ‘붉은 매화를 그린 그림’이란 뜻이지. 그림 두 점이 서로 짝을 이뤘어. 둘이 붙어야만 완전히 하나가 되는 그림을 좀 어려운 말로 ‘대련’이라고 해.● 저 매화나무에 물 좀 줘라
매화는 선비들이 좋아하던 꽃이야. 왜냐고? 매화는 추운 날씨를 이기고 이른 봄에 피거든. 심지어 눈이 내릴 때 피기도 하지. 아주 굳센 의지가 있는 꽃이야.
너희 퇴계 이황 선생님 아니? 이율곡과 우열을 다투는 위대한 학자잖아. 만나고 싶으면 1000원짜리 돈을 꺼내봐. 거기 있으니까. 글쎄, 이분이 죽을 때 마지막으로 한 말이 뭔지 아니? 아끼던 매화나무를 가리키며 “저 나무에 물 좀 줘라” 했대. 매화나무를 사람 못지않게 아꼈던 거지. 선비들은 이 정도로 매화를 사랑했어.● 새로운 시도
보통 매화는 이렇게 안 그려. 어몽룡(1564~?)의 ‘월매도’를 봐. 어몽룡은 매화를 아주 잘 그리는 화가였어. 그런데 꽃만 몇 송이 달랑 그렸지? 더구나 화면은 꽉 채우지도 않았어. 윗부분은 텅 비었잖아. 그림의 화려함보다는 추위에도 굽히지 않는 매화의 굳센 마음을 강조했지.
그런데 말이야. ‘홍매도’를 그린 사람이 매화 그림을 확 바꾼 거야. ‘홍매도’의 꽃은 셀 수 없이 많잖아. 색깔은 또 어때. 너무 화려해서 눈도 제대로 못 뜨겠어. 선비들이 즐겨 그리던 매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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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룡, <홍매도>, 종이에 채색, 각 127.0X30.2, 개인 소장 / ▶어몽룡, <월매도>, 비단에 수묵, 119.4X53.6,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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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틀임하는 매화나무
나무부터 볼까? 줄기가 구불구불 뒤틀렸지? 마치 용틀임을 하듯 용 두 마리가 서로 빨리 승천하려고 다투는 듯해. 상식의 틀을 단번에 깨뜨리는 몸부림이지. 엄청난 힘이 느껴져.
왼쪽 그림은 아래가 꽉 차서 안정감이 있어. 오른쪽은 위가 꽉 찼는데 좀 불안해 보이지? 하지만 이건 짝 그림이야. 나란히 세워놓으니 절묘한 균형을 이루잖아.
이번엔 꽃을 보자. 꽃잎은 붉은 점, 꽃술은 깨알같이 검은 점을 톡톡 찍어 가지에 매달았어. 꽃은 터진 토마토즙처럼 확 퍼졌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해. 어몽룡의 매화 그림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지. 매화의 속마음보다는 겉모습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매화에 쏙 빠지다
그렇다면 ‘홍매도’는 누가 그렸을까? 누구보다도 매화를 사랑한 사람이겠지. 자기가 쓰던 물건에 모조리 매화라는 이름을 붙였으니까. 바로 조희룡(1789~1866년)이란 화가야. 스스로가 “나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이뤘지. 그 솜씨로 많은 화가와 교류했고, 조선 후기 미술계의 중심에 섰어.
누구보다 매화를 사랑한 화가가 만든 특허품! 보는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화려한 꽃과 용틀임하는 나무를 꼭 기억해두렴.
화려한 꽃·용틀임 나무 '매화가 승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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