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교로 간 아빠들… 함께 야영하며 요리·대화
입력 2010.07.19 03:04
경기 부천시 중흥초등학교
65가족 모여 교실서 야영, 아버지들끼리도 친분 쌓아… 아이들 "또 하고 싶어요"
  • 토요일인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흥초등학교에 학생과 아버지 140여명이 모여들었다. '아빠와 함께하는 학교 야영'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들은 '자녀와 대화하는 법'을 주제로 한 특강을 들었고, 학생들은 도화지에 아버지 얼굴을 그리고 '담배 좀 끊어요', '오늘 야영 같이 와 줘서 고마워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썼다. 아버지들은 아이와 함께 예절체험, 스포츠댄스를 배우는 '아빠와 함께 춤을', 쿠키 만들기, 퀴즈게임 등을 즐겼다.

    오후 6시 30분쯤부터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운동장에 텐트를 칠 예정이었지만 비가 내려 9개 교실에서 야영을 했다. 30여개 책상을 뒤로 민 교실 앞 공간 25㎡(약 7평)에는 매트·돗자리·침낭 등이 빼곡히 깔렸다. 아버지들은 가스버너에 불을 붙이고 코펠을 꺼냈다. 복도는 쌀과 상추 등을 씻는 아버지와 아이들로 붐볐다. 카레 등 음식 만드는 냄새가 고소하게 퍼졌다.

  • 지난 17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흥초등학교에서 열린 ‘아빠와 함께하는 학교 야영’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과 아버지들이 직접 차린 저녁을 다정히 먹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 아버지들도 신이 났다. 지승(11)군과 석훈(11)군은 함께 자고 밥도 같이 먹기로 약속한 친구 사이다. 석훈군 아버지 김윤배(51·자영업)씨는 "요즘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데 아들 덕분에 아버지들도 사귀게 됐다"며 기뻐했다. 지승군 아버지 김영훈(41·의사)씨는 "어릴 때 보이스카우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집에서 갖고 온 통닭과 김밥을 김씨에게 권했다.

    아버지와 함께 불고기덮밥을 먹은 고윤지(12)양은 "오늘 아빠랑 스포츠댄스를 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영화를 보러 시청각실로 자리를 옮기자 학교 운동장 조회대 위로 아버지들이 하나둘씩 모여 고기를 굽고 맥주를 마시면서 아이들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중흥초교 박종화(59) 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아버지가 자녀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관심을 쏟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비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됐던 30가족의 2배가 넘는 65가족이 참여했다. 최근 아동에 대한 사회적인 보호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번 야영행사가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학교측은 분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이 학교 '좋은 아버지회' 회원들은 학생들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다. 올 3월부터 첫째·셋째 주 금요일 오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학교 마크가 찍힌 노란 조끼를 입고 학교 주변 PC방 등을 돌며 아이들을 살핀다. 가도현(42) 부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와 학교 인근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범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지난 17일 부천 중흥초등학교에서 열린 아빠와 함께 학교야영에 참가한 아빠와 어린이들이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김용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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