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대학교(Rice University)는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에 위치한 명문 사립대이다. 스탠포드가 서부의 하버드라면, 라이스는 남부의 하버드라고 할 수 있다. 라이스 대학교는 다른 미국 명문 사립대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으로 1900년대에 개교했으며 지난 100년간 그 어느 대학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한 대학교이다.
학교 규모 또한 다른 사립대에 비해 작은 편이다. 학부생이 3000명 남짓이며, 대학원생은 그 절반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러므로, 라이스는 대규모의 강의식 수업이라고 해도, 학생 수가 100명이 넘는 수업이 드물다. 소규모의 토론식 수업, 교수 1명과 10명 남짓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며 서로 배워가는 수업이 많다.
즉, 학생과 교수의 ‘교류’가 무엇보다도 중요시된다. 라이스에는 특별히 Independent Study라는 수업이 있는데, 이는 학생이 자신이 연구, 조사하고자 하는 토픽을 정해 담당 교수와 상담하고 스스로 리서치를 하면서 한 달에 한번씩 정해진 기간에 교수와 일 대 일로 만나 의논해가며 학기말까지 리포트를 완성시켜 제출하는 수업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Independent Study를 두 번 들었는데, 이 수업의 장점은 학생 자신이 직접 강의계획서(syllabus)를 작성해 언제까지 1차 리포트, 2차 리포트, 그리고 최종적으로 완성된 리포트를 낼 것인지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장점은, 다른 강의식 수업과는 달리, 교수와 만날 때마다 교수가 조언을 해주면 그대로 리포트를 수정해 그 다음 차례 수정된 리포트를 내며 결국 교수와 학생이 함께 가장 이상적인 리포트를 완성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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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기말 리포트를 마지막까지 미루고 데드라인 3일전에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Independent Study를 하게 되면, 학기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그리고 꾸준히 리서치하며 써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게으름이 몸에 배인 학생들도 이 수업을 들으면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교는 넓은 캠퍼스를 필요로 하므로, 대도시가 아닌 외각 지역에 위치해있다. 필자가 다른 대학교보다 라이스 대학교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라이스 대학교가 휴스턴이라는 미국 내 4번째로 큰 대도시에 있다는 위치적 조건이다. 휴스턴은 텍사스의 중심 도시로써, 미국의 3대 도시인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에 비해 조용하고 안전하지만 대도시답게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라이스는 휴스턴 다운타운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데, 필자는 종종 친구들과 함께 다운타운에서 식사를 하거나 오페라를 보러 가고는 했다. 라이스 캠퍼스의 바로 옆에는 라이스 빌리지가 있는데, 그 곳은 각 국의 음식점과 쇼핑몰이 모여있어 주말에는 낮부터 늦은 밤까지 라이스 학생들로 붐빈다. 캠퍼스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태국 음식, 중국 음식, 이탈리아 음식, 그리고 스페인 음식 등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공부로 지친 학생들에게 큰 위안이 되곤 한다.
라이스 캠퍼스의 바로 앞에는 Hermann Park라는 큰 공원이 있어 라이스 학생들은 주로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곤 한다. 휴스턴은 박물관이 많기로 유명한데, 그 중 가장 유명한 The Houston Museum of Natural Science와 The Museum of Fine Arts가 공원 옆에 있기 때문에 라이스 캠퍼스에서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 라이스 캠퍼스는 이러한 공원, 박물관, 쇼핑몰로 둘러싸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제공해준다.
라이스 학생 중 1/3은 예비의대생(premed)으로써, 졸업생 중 다수가 의대에 진학한다. 그 중, 특히 Rice-Baylor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라이스 캠퍼스와 마주보는 베일러 의학대학원(Baylor Medical School) 진학이 라이스 졸업과 동시에 예정 되어있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베일러 의학대학원은 미국 내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의학대학원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큰 메디컬센터인 텍사스 메디컬센터(Texas Medical Center) 안에 위치해있다.
라이스 대학은 텍사스 메디컬센터와 마주보고 있으며, 라이스 예비의대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베일러 의학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중에는 텍사스 메디컬센터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고의 메디컬센터를 가까이 둔 점이 라이스에서 premed가 가장 인기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라이스는 premed 이외에도, 공대로서 유명한데 그 중 특히 화학공학이 인기 전공이다. 라이스 대학은 쉘 석유 회사 (Shell Oil Company)와 예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졸업생 중 화학 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쉘에 취직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라이스 대학을 다니면서, 왜 미국대학이 세계 제일인가를 새삼스레 깨달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일본의 게이오 대학을 다녀본 필자는 미국대학이 세계 그 어느 대학보다도 교육 수준에서나 학생 수준에서나 우수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이스 도서관은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한국과 일본대학생은 대부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가까워졌을 때만 밤을 새며 벼락치기를 하지만, 라이스 학생을 비롯한 미국대학생은 다르다. 늘 쉬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다.
그러므로 시험기간이 아니더라도, 미국대학 도서관은 늘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대학은 한국과 일본 수험생이 공부하는 만큼의 노력을 요구한다. 필사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가기도 어려울뿐더러 4년 안에 무사히 졸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미국대학은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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