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북서쪽으로 약 4시간, 이타카(city of Ithaca)에 코넬 대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전교생이 약 1만 6천명에 달하는 종합대학으로써, 미국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대학교로 뽑히기도 한다.
이곳에는 여러 단과대학(College)들이 있는데 오늘 소개할 대학은 건축, 미술, 도시계획 대학(College of Architecture Art and Planning, aka. AAP)이다.
건축, 미술, 도시계획 대학에서 제공하는 세가지 전공(건축, 미술, 도시계획) 중 건축 프로그램은 코넬 대학교의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건축 대학은 코넬 대학교의 학부과정으로써는 유일하게 5년의 교육 과정을 요구한다. 4년간의 건축 프로그램을 수료 하는 것과, 5년간의 건축 프로그램을 수료 하는 것은 받는 학위가 다르다. 미국에서 건축가로써 활동하려면 자격증(License)가 필요한데, 5년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자격증의 획득에 필요한 건축학 학사(Bachelor of Architecture)를 받게 된다.
코넬 대학교의 건축 프로그램은 여러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지식 습득이 요구된다. 건축학도들의 하루하루를 상상해보자. 그림을 그리거나, 스케치를 하거나, 모델을 만드는 것 만이 그들의 전부로 비추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건축의 본질과 목적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 학도에게는 인간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인문, 사회, 경제, 역사, 과학에 관한 포괄적인 학습이 필요하고, 인간이 가진 무의식이라는 도구를 활용하기 위한 감성적인 접근과 분석 기술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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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 대학은 넓고 깊은 학문과 다양한 경험의 장을 여러 각도에서 접할 수 있는 건축을 공부 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학교이다. 우선, 교환 학생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제공해준다. 사실 교환학생이라고 하기 보다는 코넬 대학교가 여러 분야에 걸쳐서 여러 캠퍼스를 갖추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현대 건축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시(Cornell in New York)에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 뿐 만 아니라, 고대 건축의 중심인 이탈리아의 로마(Cornell in Rome)에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이런 제도적 이점도 큰 혜택이지만, 정말 매력적인 부분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각각 다른 삶을 살아온 최고의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대학이기 때문에 미국 학생들이 가장 많지만, 미국 학생들의 수는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동기 중에는 대학 졸업 후 Marc Jacobs에서 몇 년간 일하다 건축을 하고 싶어서 다시 대학에 입학한 28살짜리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남미의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온 또래의 친구도 있고, 일렉트로닉 음악에 푹 빠져 화장실에도 스피커가 있는 그리스 친구도 있다.
실제로 코넬 건축 대학은 인종 및 배경의 다양성을 마음껏 접할 수 있고, 나아가 작품활동에 있어서도 필요한 경우 다양한 공간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다. 지난 봄학기때 나는 우리 건축과 건물(Rand Hall) 2층 창문 전부를 종이 테이프로 도배한 적이 있다. 설치 미술 프로젝트였는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약 3주간, 우리들은 모두 열정적으로 학교 캠퍼스를 하나의 큰 노상 갤러리로 바꿔놓았다.
건축과 건물의 계단에는 기괴한 그림들이 생겨나 있었고, 복도에는 밤송이들이 깔려있었고, 잔디밭에는 목적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쇠파이프들이 박혀있었고, 화장지, 노끈, 천으로 뒤덮인 아름드리 나무들과 직접 제작한 얼음 큐브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또 다른 나무들. 심지어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 까지도 간섭 받지 않았다. 학교의 정적인 환경에 나름대로의 변화를 주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환경에서 건축에 대한 자신만의 색깔을 형성해 온 친구들의 무한한 공간과 자유를 바탕으로 빚어낸 작품들이 어우러진 그 풍경은 코넬 건축 대학은 추구하는 철학임에 분명하다.
이처럼 각기 다른 국가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작업하고 서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라면 사치일까? 사치건 일상이건, 코넬 건축 대학의 교육은 나로 하여금 항상 생각하는 사람이 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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