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 김기남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부터 수업에 필요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힘들게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인터넷으로 '아이스크림(www.i-scream.com)'에 들어가면 수업 진도에 맞춰진 멀티미디어 자료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최근 2학년 수학시간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구구단송 플래시'를 이용해 수업했고, '동물의 생김새'에 대한 과학 수업에는 사이트에서 올빼미·두루미·소의 동영상을 찾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필요한 동영상·사진 자료가 사이트에 없을 땐 '자료 요청' 글을 올리면 늦어도 1~2주 안에 원하는 자료를 받을 수 있다.
김 교사처럼 다양한 동영상·사진·그래픽 등 멀티미디어 자료를 수업에 활용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전국 초등학교 전체 학급(12만4000개)의 98%에 달하는 12만2000여 곳에서 '아이스크림' 사이트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좋은 자료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교사들이 1인당 연 4만5000원(단체 3만9000원)을 기꺼이 투자한 것이다. 덕분에 대부분의 초등생들이 수업시간에 생생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보면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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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용 콘텐츠를 개발한 시공테크 박기석 회장은“앞으로 학생을 위한 교육 콘텐츠 사이트도 개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호 기자 superj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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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시간에 교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킨 이 '아이스크림'은 박기석(61) 시공테크 회장이 지난 10년간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 재작년 론칭한 '교육 콘텐츠 사이트'다. 그 동안 전시관·박물관·영상 제작사업 등을 하면서 보유하게 된 300만점의 방대한 사진·동영상 자료를 활용할 방안을 생각하다 떠올린 사업 아이디어였다. 풍부한 동영상 확보를 위해 영국 BBC방송, 다큐멘터리 전문방송 디스커버리채널과도 제휴를 맺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수백명의 교사를 상담한 박 회장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하는 교사들을 뒷받침하는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업 자료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구하고 싶어도 저작권이나 가격문제로 쉽지 않고, 모든 과목·진도에 맞춰 자료를 자체 제작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호소했다. 대부분 교실에 있는 컴퓨터와 TV 역시 보여줄 콘텐츠가 없어 먼지만 쌓여갔다. 이런 교사들에게 '아이스크림'은 단비와 같았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반기는 이들은 농·어촌 지역 교사들이었다. 농·어촌 지역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각종 수업 자료를 구하기 힘들고 정보에도 뒤처지는데, '아이스크림'을 이용해 대도시 교사들에 뒤지지 않는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회원 가입을 하고 싶다는 사설 학원이나 학부모들의 요청을 수용하면 당장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교사들의 연구·학습 문화를 살리고 장려하기 위해 교사들에게만 개방하고 있다"며 "앞으로 영어·아랍어 등 외국어로 콘텐츠를 번역하고 현지 교육 과정에 맞는 자료를 개발해 해외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학교 교실에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은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인 교육 콘텐츠에 대한 지원은 전무(全無)한 수준이었다"며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교육'이 전 세계적인 대세인 만큼 그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초등학급 98%가 사용… 교사들 '수업 자료 해결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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