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공이 떴다] 멘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 현장 좋아하는 게임하며 집중력 기르고 추억도 쌓고
입력 2010.03.08 05:47
  • "셋(SET)" "셋(SET)"

    지난 2월 27일 오후 2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숙명여대 연수원. 여기저기서 초등생들의 외마디 외침이 들렸다. 소리의 정체는 멘사셀렉트 게임의 일종인 셋(SET)을 하면서 외치는 일종의 구호였다. SET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12장의 카드 중 요구조건에 맞는 특징을 가진 카드를 발견하는 순간 다른 경쟁자보다 먼저 "SET"을 외쳐야 하는 게임이다. 게임삼매경에 빠진 초등생들이 대학 교정에 난데없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닌 세계적인 천재들의 게임으로 알려진 멘사셀렉트 게임의 국내 최고 실력자를 가르기 위해 멘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응시자들이었다.

  • 제7회 '맨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 대회 현장 모습./이경민 객원기자
  • 세계적 게임대회 멘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 열려

    세계적인 게임대회라 일컬어지는 멘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의 한국 본선 대회가 지난 2월 27일 열렸다. 매년 두 차례씩 열려 이번에 7회째를 맞는 멘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는 멘사셀렉트 게임대회에서 대회명을 바꿔 새롭게 열렸다. 멘사셀렉트 게임이란 IQ 상위 2% 이내의 회원들로 구성된 미국 멘사 협회가 인증한 두뇌 계발용 보드 게임으로 루미스, 멘사 컬렉션, 셋 등이 대표적이다. 공간지각력과 상황판단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 하여 현재 유럽 등에서는 활용도가 높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전국 예선을 거쳐 뽑힌 400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유치부 130명(5~7세), 초등 저학년부 210명(8~10세), 초등 고학년부 60명(11~13세) 등 연령에 따라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학부모 300명까지 총 700명이 몰려 대회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종목은 멘사 셀렉트 게임 10종에서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된 4가지였다. 경기는 참가자들이 4명씩 짝을 이뤄 라운드마다 해당 게임을 통해 다음 라운드의 진출자를 가리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고득점자가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는 방식이다.

  • 제7회 '맨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 대회 현장 모습./이경민 객원기자
  • 대회를 주최한 배상용 ㈜루츠템 대표이사는 "게임을 통해 사회성과 수학적 추리력을 기르게 한다는 목적에서 마련된 행사다. 지난해보다 응시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참가자들의 실력 또한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지역 예선을 거친 끝에 본선 무대에 오른 만큼 참가자들의 실력은 기대 이상이다. 전북 익산에서 올라온 박신영(12·이리영등초6)양은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게임의 규칙을 외워야 하는 것은 물론 상대의 수 읽기에도 능해야 하는데 두루 실력을 갖춘 경쟁자들이 많아서 놀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참가한다는 홍수민(12·인왕초6)양은 "작전을 짜고, 순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만큼 힘들지만 이겼을 때의 희열감은 상상 이상이다. 접전이 펼쳐졌을 때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2년 전 우연히 멘사셀렉트 게임을 알게 되고 나서 매력에 빠져 지금껏 매일 한다는 정수종(9·울산초3)군은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을 만나서 놀랐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분발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은 비단 참가자만이 아니다. 게임을 이끌어가야 하는 심판 역시 책임이 막중해졌다. 심판으로 참여한 강남대 유아교육학과 재학생 중 한 명은 "게임 규칙을 숙지하는 등 사전에 교육을 받으며 대회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회 자체를 하나의 이벤트처럼 여겼다. 대회를 즐기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복도에서는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친해진 아이들끼리 연락처를 교환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대회 관계자는 "대회가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안겨줄 수 있도록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승자는 연말에 세계 대회 출전

  • 제7회 '맨사 마인드-스포츠 올림피아드' 대회 현장 모습./이경민 객원기자
  • 올해 우승자는 초등 고학년부 강신명(12·서귀중앙초6)군과, 초등 저학년부 김홍엽(10·수원반석초4)군이 뽑혔다. 이들은 올해 영국에서 연말에서 있을 결선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게 된다.

    이번이 두 번째 참가라는 강군은 대회를 위해 비행기를 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루 전날 도착해 여유를 갖고 차분히 경기에 임했다. "작년에 참가했을 때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아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친형과 6개월간 실전처럼 연습했지요.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어요. 연습을 많이 했던 것이 승리의 비결인 것 같아요"

    어머니 김승희(34)씨는 강군이 게임을 좋아하게 되면서 여러모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회장까지 같이 가지 못했는데, 아이가 알아서 경기를 잘 치러 대견하다. 신명이가 게임을 만난 뒤부터 집중력이 높아지고, 수학도 좋아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김홍엽군은 다섯 살 때 게임을 알게 된 뒤부터 지금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경우다. 쉬는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할 정도로 수시로 게임을 즐긴다. 어머니 이미희(36)씨는 "놀이를 통해 즐겁게 수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멘사셀렉트 게임을 알게 돼 아이에게 추천한 뒤로 아이가 가장 즐기는 취미활동이 됐다"고 말했다. 김군은 "열심히 준비해 영국대회에서 세계적인 영재들과 겨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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