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선생님!] "엄마가 내 '비밀 서랍'을 몰래 뒤져요"
입력 2009.12.16 09:42
  • Q 언제부터인가 나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싶어서 책상 서랍을 잠갔어요. “우리 혜린이 다 컸네. 비밀도 생기고…”하면서 의연해하는 아빠와 달리 엄마는 내 책상 서랍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신가 봐요. 내가 친구 집에 놀러 간 사이 내 가방을 뒤져서 열쇠를 찾아내 책상 서랍을 열어보신 거예요. 나중에 동생이 나한테 일러주어서 알게 되었는데 “별것도 없더라” 하면서 엄마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엄마도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미워졌어요.

    A ①저런, 정말 다행이네요

    만일 책상 서랍 속에 엄마에게 정말로 비밀로 하고 싶은 물건이 들어 있었다면 엄마가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나를 몰아세우셨을까요? 다행히 ‘별것’ 이 없어 엄마의 기대(?)와 걱정을 덜어 드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선은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②엄마는 애들이 궁금해요

    선생님도 비밀 하나 말해줄까요? 선생님의 딸이 중학교 다닐 때 어느 날 무심코 책상 서랍을 열어 보았어요. 가위를 찾다가 발생한 우연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서랍 한 칸이 꼭 잠겨 있었어요. 순간 너무 궁금한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있기에 이렇게 서랍을 잠가 두었을까? 다음날 또다시 궁금해졌어요. 아이가 없는 틈을 타서 서랍을 열어 보았지요. 그런데 역시 잠겨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열쇠를 찾았어요. 도대체 뭐가 들어 있을까? 궁금증만 커져갔지요. 아이한테 비밀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제는 많이 자랐구나’ 하는 대견함과 함께 ‘혹시?’ 하는 걱정에 엄마들은 궁금해진답니다.

    ③믿음이 궁금증의 특효약이죠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가 학교 늦었다고 허둥지둥 뛰어나간 후 아이 방을 들여다보니 책상 서랍이 열려 있었어요. 순간 발동한 궁금증. 얼른 서랍을 들여다보았어요. 뭐가 들어 있었느냐고요? 생리대였어요. 정말 별거 아닌데 제 딴에는 이게 부끄럽다고 생각했구나, 웃음이 픽 나왔어요. 안도감도 들었고요. 그 다음부터요? 서랍은 물론 방문을 잠가도 전혀 궁금하지 않답니다. 엄마가 나를 계속 궁금해한다면 그건 사랑과 관심의 증거예요. 하지만 이런 거추장스러운 관심도 나의 행동이 엄마에게 믿음직하게 비친다면 더 이상 없을 거라확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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