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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답답한 속을 한겨울 동치미처럼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MBN 속풀이쇼 동치미 홈페이지 글귀다. 종합편성채널의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졌는데 동치미는 벌써 세 돌을 맞으며 시청률도 5%에 가깝다. 출연진들의 수다 한 마당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었나보다. 오늘은 동치미 1회부터 메인 작가로 활동 중인 최승진 작가를 만나자식 같은 프로그램인 ‘동치미’를 만드는 열정과 진짜 두 아들을 키우는 모정을 들어본다.
Q 현재 가장 핫한 방송작가로 평가받으시던데 어릴 적부터 남다른 끼가 보였는지요? 혹시 부모님께서 그 끼를 살리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받게 해주셨는지요?
A 친정어머님은 초등학교 교사셨는데 딸 셋을 의대, 미대, 음대로 보내고 싶어 하셨습니다. 언니 둘은 어머님의 소원대로 되었는데 막내인 제가 문제였습니다. 어머님은 저를 음대로 보내기 위해서 ‘걸어 다니는 오케스트라’라고 불리울 정도로 많은 악기를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전 그리 소질이 없었습니다. 대신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고 학교 행사에서 사회는 도맡아 했습니다. 동화책 한 권을 읽어도 이것을 연극으로 만들면 어떨까하고 궁리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어머님은 젊은 시절 샘터파랑새 회원이셨는데 주말이면 저를 데리고 뮤지컬을 보러 다니셨습니다. 제가 지금도 영화, 뮤지컬, 연극을 좋아하고 방송에서도 예능 분야에 종사하는 것은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교육과 경험에 기초한다고 생각합니다.
Q 2016학년도 대학 수시 전형 경쟁률을 보면 방송 관련학과의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의 경우 10명을 모집하는 논술전형에 674명이 지원하였습니다. 연세대 평균 경쟁률이 15.68대 1임은 감안하면 높은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 작가님은 어떻게 해서 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작가가 갖추어야 할 역량에 관해 말씀해주세요.
A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관련 학과를 졸업할 필요는 없습니다. 졸업장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한 직업이니까요. 저는 고3때 대학 갈 공부는 안하고 매일 극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그 때 제 꿈은 시나리오 작가였습니다. 저는 대학교 대신 ‘독립영화사 박철수 필름’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배웠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던 시절이었습니다. 한일 청소년 영화제에서 단편영화 ‘오후’로 대상을 받은 후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에 입학했습니다. 이후 다수의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2001년 방송에 데뷔한 이후에는 SBS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 ‘일요일이 좋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등 많은 작품에서 메인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방송작가는 대본만 쓰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부터 편집 단계까지 참여합니다. 매 주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핫한 트렌드도 잘 알아야 하고 다양한 인맥도 있어야 합니다. 체력, 인간성, 끈기, 강한 정신력 등은 방송작가가 갖추어야 할 기본 역량입니다.
Q 요즘 방송을 보면 화면 아래 큰 글씨의 자막이 많이 보입니다. 때로는 너무 기발해 시청자에게 주는 또 다른 방송이 아닌가 합니다. 어떤 프로그램은 자막 때문에 본다는 말도 나옵니다. 자막을 잘 만드는 방송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방송은 종합예술입니다. 방송 본연의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자막, 배경 음악, CG 등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능한 작가는 자막 하나를 뽑더라도 남들과 다르게 매력적으로 뽑아야합니다. 생방송이 아닌 경우는 대개 녹화 시간이 방송 시간보다 깁니다. 이때 편집의 마술이 들어가는데 전달력이 강한 자막은 시청률을 올리는 효자가 되기도 합니다. 작가에게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데 예술작품을 보더라도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음 방송에서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인상 깊은 문구나 내용을 습관적으로 메모하는 것은 기본이구요. ‘돈이 되는 문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감’이 이 직업에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Q 작가님 카카오스토리를 보면 유치원에 다니는 7살과 돌을 막 넘긴 두 아들의 사진이 가끔 올라옵니다. 이제 큰 아드님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공부 습관을 만들어주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대표님의 책인 ‘엄마주도학습’을 읽고 초등학교 입학 전에 공부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저는 아무리 바빠도 아들이 공부한 한글, 수학, 과학, 한문 학습지는 매일 검토합니다. 공부시간은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피곤한 날이나 행사가 있는 날에는 아들이 슬쩍 빼먹으려고 합니다. 단호한 자세로 반드시 하라고 합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넘어가다보면 꼭 해야 하는 마음도 없어지고 습관도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100% 헌신적인 엄마는 아닙니다. 아직 어린 아들이지만 엄마가 힘들게 사회 생활하는 모습도 보여주며 엄마를 이해하게 만듭니다. 경제관념도 심어주기 위해 돈의 크기도 알려주고 무작정 선물도 못 받게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장난감을 사주시려 할 때도 꼭 하나만 받으라고 교육시킵니다. 돈의 귀함도 알고 선택의 어려움도 느끼라고 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어른들로부터 기특하다는 칭찬을 받곤 합니다.
Q 워킹맘으로 두 아드님을 키우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첫째는 ‘집밥’입니다. 밤늦게 녹화가 끝나거나 밤새 대본 작업을 해도 아침밥은 꼭 챙기고 있습니다. 남편과 아들이 아침밥을 든든히 먹으면 정말 뿌듯합니다. 이는 친정어머님으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어머님은 교사셨는데도 불구하고 새벽이든 늦은 밤이든 가족을 위해 상을 차리셨습니다. 저는 어머님의 밥상이 너무나 좋았고 나중에 결혼하면 나도 저렇게 해야지 마음먹었습니다. 어머님이 해주셨던 꽃게찜이나 보리굴비 등을 그대로 만들면 가족들이 너무나 맛있게 먹습니다. 둘째는 ‘소통’입니다. 돌쟁이 둘째는 너무 어리지만 7살인 첫째하고는 말이 통합니다. 동네 놀이터도 좋고 놀이공원도 좋습니다. 어디서든 데이트가 가능한데 온전히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우리 모자의 해피타임입니다. 바쁜 엄마를 둔 아들에게 주는 보너스며 제게 주는 선물입니다.
[전문가의 팁] 유능한 방송작가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주는 조언
방송작가가 꿈이라는 학생들이 가끔 인터뷰를 요청하러 옵니다. 그 때마다 제가 강조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1. 아이디어 흡수력이 좋아야 한다.
2. 멘탈이 강해야 한다. 때로는 뻔뻔해야 한다.
3. 시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트렌드를 살펴라.
4. 대중문화를 즐기고 사랑해야 한다.
방송은 대중적입니다. 대중과 호흡하고 때로는 앞서가야 합니다. 많은 독서는 필수고 많은 경험도 필요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공연과 전시를 보는 것이 좋으며 어떤 행동을 하든지 방송과 연관시키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24시간 방송에 대해 고민할 때 성공적인 방송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최승진 작가 oh-nino@hanmail.net)
[샤론코치 이미애의 생각]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 출연한 적이 있다. 교육전문가로서 초청받았는데 녹화 시간 내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녹화 자체가 즐거운 프로그램은 본 방송을 봐도 재미있다. 방송 전 대본을 받아보면 방송작가의 노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대본만 봐도 재미있는 방송은 반드시 롱런한다. 동치미가 3년 넘게 높은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최승진 작가님을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힘일 것이다. 최승진 작가님은 사석에서도 유쾌하다. 이내 열정은 옆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전파된다. 방송뿐만 아니라 또 다른 영역인 뮤지컬에서도 뵙기를 소망한다.
[샤론코치가 만난 워킹맘&워킹대디] 국민방송 ‘속풀이쇼 동치미’ 최승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