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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TV 채널을 돌리다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멈춘 적이 많다. 천천히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독특한 음성으로 풍광을 보여주는데 마치 내가 여행자가 된 느낌이다. 2005년부터 방영되었다고 하니 고정 팬이 많은가보다. 2013년 여름, TvN 나영석 피디는 꽃보다 시리즈로 전 국민을 열광시켰다. 할배와 누나와 청춘이 다녀온 곳은 여행상품으로 바로 출시되었고 여행은 이제 국민들의 마음에 온전히 들어왔다. 여행을 다녀오면 마치 꿈을 꾼 것 같다. 문윤정 작가는 ‘당신도 여행작가다’라며 여행 후 기록에 관해 알려주며 집필을 통해 두 번 여행하는 기쁨을 맛보라 한다. 오늘 작가를 직접 만나 여행에 관한 많은 이야기와 외국에서 공부하는 예쁜 따님 이야기도 들어본다.
Q 작가님은 1998년 ‘에세이 문학’ 겨울호를 통해 등단하신 후 총 12권의 저서를 출간하셨습니다. 결혼 후 전업주부에서 작가가 되기까지 어떤 경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결혼 후 2년간은 전업주부였습니다. 딸 하나 낳아 알콩달콩 살았지요. 아이가 두 살이 되었을 때 ‘이게 내 인생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친정어머님은 제가 서예가가 되었으면 하셨습니다. 붓글씨는 대학 때부터 꾸준히 했고 출품 활동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 길은 서예가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본 문화센터 전단지가 제 운명을 바꿨습니다. 수필쓰기 강좌가 눈에 띄어 신청했는데 첫 수업 후 프로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식탁을 서재로 삼아 매일 책을 읽고 필사를 했습니다. 3년 후 드디어 등단을 했습니다. 이후 ‘신들의 땅에서 찾은 행복 한 줌(2006)’은 2006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선재야 선재야 (2009)’는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답일소(2010)’는 2011년 ‘올해의 불서10’에 선정되었고 제31회 현대수필문학상을 받게 해 주었습니다.
Q 2013년 ‘여행 작가의 모든 것’, 2014년 ‘당신도 여행작가다’를 연달아 출간하셨습니다. 이제는 에세이스트보다 여행 작가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시는데 여행 관련 글을 쓰게 된 연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20개국을 여행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주부가 이렇게 많은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는 남편의 협조와 배려가 바탕이 됩니다. 여행에 관련된 첫 작품은 ‘신들의 땅에서 찾은 행복 한 줌’으로 33일 동안 인도와 네팔의 사원과 왕궁을 순례한 기록입니다. 두 번째 작품은 파키스탄의 라호르에서 시작하여 중국 시안에 이른 ‘걷는 자의 꿈, 실크로드 (2013)’입니다. 터키 여행 책도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전 사실 결혼 전에는 여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제 고향이 경주인데 친정어머님이 엄하셔서 여행은 고사하고 외출도 허락을 받아야했습니다. 결혼 이후 전 날개를 얻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혼자 가기 어려운 곳에는 동행해주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어주거나 운전도 해줍니다. 여행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여행기는 제가 잘 쓸 수 있는 영역입니다. 여행기 한 편을 쓰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리는데 저는 그 시간 행복한 여행을 다시 하게 됩니다.
Q 작가님은 주로 걷는 여행, 배낭여행을 하시던데 짐은 어떻게 챙겨가시나요?
A 여행을 떠날 때는 최대한 가벼운 배낭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행 필수품 리스트를 보면 대부분 없어도 되는 물건들입니다. 제가 인도, 네팔로 떠날 때는 속옷 2벌, 양말 2켤레, 바지 1벌이 전부였습니다. 필요한 옷은 현지에서 사면 됩니다. 여행지의 옷을 입어보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비상약과 커피믹스, 현지인들에게 줄 선물 정도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카메라로 기본 장비만 챙겨도 족히 14kg이상이 됩니다. 하루 종일 걸어도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의 무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는지요? 몇 살까지 여행하고 싶으세요?
A 꼭 가봐야겠다 생각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지구상에 많은 나라가 있기에 가급적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나이가 문제인데 이는 체력이 아니라 감성의 문제입니다. 젊을 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감동이었습니다. 길가의 들꽃을 보면서 울 수 있었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소한 일에도 크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풍경을 보면 호들갑을 떨며 반응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자꾸 무뎌지고 감정보다 현실이 앞서네요. 여행은 느낌입니다. 좋은 것을 보면 온 몸이 느껴야 하고 신기한 것을 보면 손을 뻗고 싶어져야 합니다. 이는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가급적 60세 이전에 많은 곳을 여행할까 합니다.
Q 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따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A 화학을 전공하는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교수가 꿈이며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했는데 저희 부부는 딸의 생각을 존중하고 지지했습니다. 딸은 씩씩하게 유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주정부 장학금과 학교 장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딸이라 항상 애잔한 마음이 드는데 우리 모녀에게는 많은 추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는 거의 매주 전시회를 다녔습니다. 다양한 것을 보여주려는 엄마의 마음이었는데 대학생이 된 딸은 세계 어디를 가던 지 미술관에는 꼭 들른다고 합니다. 엄마의 교육이 효과를 보는 순간입니다. 제가 바빠지면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아이 스스로도 방목되었다고 합니다. 엄마의 손길이 적어진 대신에 아이의 자립심은 더 커졌으며 타국에서 스스로 결정하면서 생활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전문가의 팁] 외국에서 여자가 혼자 여행할 때 주의할 점
1. 해가 떨어지면 외출하지 않는다.
2. 여행 책에 나와 있는 금지된 골목에는 낮에도 가지 않는다.
3. 과잉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다.
4. 길에서 무료로 주는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
5. 쇼핑을 할 때 싸게 주겠다는 사람을 따라가지 않는다.
(문윤정 여행작가 아카데미 http://cafe.naver.com/writeacademy)
[샤론코치 이미애의 생각]
문윤정 작가님은 여행지에서 매일 밤 기록을 하신다 한다. 꼬박꼬박 수첩에 적어 놓는 것이 원고가 되는 것이다. 인도 여행을 할 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양초를 켜고 쓰셨다고 한다. 한참 쓰다 보니 앞머리가 다 타버렸다고. 지금은 웃으며 말씀하지만 충분히 작가의 고충을 엿볼 수 있다. 11년 동안 12권의 저서를 출간하셨다. 1년에 한 권씩 낸 셈이다. 이는 작가의 부지런함과 열정이다. 문윤정 작가님은 글쓰기 코치와 여행 작가 코치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데 여행 다녀온 온 국민을 여행 작가로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에 박수를 보낸다.
[샤론코치가 만난 워킹맘&워킹대디] 여행 작가의 길을 알려주는 문윤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