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의 교육 성장] 공부는 왜 하는가? (11)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0.21 09:12
  • 일에 직면하여 우리는 네 가지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지식도 지혜도 없거나, 지식은 없지만 지혜롭거나, 지식은 있으나 지혜롭지 못하거나, 지식을 지혜롭게 쓰거나. 공부하는 사람은 네 번째 - 지식(知識, knowledge)을 지혜롭게 쓰는 사람, 지성인(知性人, intellectual) - 를 지향한다. 지식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분필가루 날리는 교실에서, 햇살 좋은 잔디밭에서,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도.

    그런데 지혜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아르키메데스의 목욕탕에서,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에서, 아니면 뉴턴의 사과나무에서? 아쉽지만 지혜는 개인의 외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혜는 지식의 알갱이가 빚어내는 정신 능력의 하모니와 같은 것이라 개인의 내면세계 에서 구성해야 한다.

    지혜는 선(善)을 바탕으로 한다. 너와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유익한 것만이 선이다. 나에게만 이롭거나 남에게만 이로운 것은 선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혜가 결여된 지식은 무용지물이거나 때로 나쁜 용도로 쓰이게도 된다. 또한 지식을 앞세워 남을 지배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면 선함을 잃고 우둔해진다.

    지혜는 또한 인내(忍耐)를 필요로 한다. 권위주의와 허세와 편견이 사방에 깔려 있어 역겨움이 치밀어 오를지라도 무던히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히잡(hijab)을 쓰고 있을 때 홀로 벗어던지고 싶다면 그리 해도 좋지만, 히잡 쓴 사람을 바보라고 욕하지 않는 것이 지혜이다. 행위에 대해서 비판할 수는 있지만 사람을 경멸하는 것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혜는 용기(勇氣)도 필요로 한다. 집단의식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될 때 집단으로부터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혜는 남을 공격하지 않지만, 남으로부터 공격 받을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지혜가 없는 사람의 눈에는 실체가 보이지 않으므로, 지혜가 괴상한 그 무엇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다.

    걸어서 지구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지혜를 얻기가 쉬울 것이다. 원시와 첨단이 공존하는 지구의 곳곳을 누비며 식견이 넓어져서라기보다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겸손해지기 때문이다. 오지에서는 세 살 아이에게도 배움을 청하는 법이니 지혜로워지지 않을 수가 없다.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TV나 인터넷 같은 매스컴을 통해서 세상 소식을 접하고 지혜를 얻고자 한다. 그러나 매스컴은 해괴하거나 비정상적인 0.01%의 소식을 전하는 데 99%의 시간을 소모하는 매체이므로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게 만든다. 신문도 엉터리 정보를 전할 때가 많다. 어떤 사건이든 최초의 보도와 최후의 보도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해 부정확해지는 것을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책에도 저자의 편견이 담겨 있게 마련이지만, 책은 오래 묵혀 발효한 음식과 같아서 꼭꼭 씹어 삼키면 소화불량에 걸릴 위험이 적다. 특히 맛깔스럽고 완성도가 높은 책은 중독성이 있어서 사람을 기꺼이 취하게 한다.

    그런데 여러 종류의 책 중에서 위인전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책 속의 주인공이 너무나 훌륭해서 그의 행동을 본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 1888~1955)가 쓴 「Lincoln The Unknown」(한국어판; 데일카네기 나의 멘토 링컨, 강성복 · 이인석 옮김. 리베르)을 읽는다면 누구나 충격과 감동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노예보다 더 비참한 환경에서 교육다운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 그토록 위대해질 수 있다니! 그를 인류 역사상의 거인으로 만든 바탕은 그가 15세 때 처음 글을 배우며 읽은 세 권의 책이었던 것 같다. 그는 「성경」을 통해서 사랑을, 「이솝 우화」를 통해서 유머를, 「스콧의 웅변술」을 통해서 연설을 익혔다. 이는 첫 독서 경험의 강렬함으로 지식을 빨아들여 자신의 지혜로 승화시킨 빼어난 사례이다. (12회에서 계속)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외 다수 저술 / 2012 올해의 과학교사, 2006 서울시 우수 상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