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공부하는 사람의 생필품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사람은 책가게 또는 도서관에 간다. 그곳에는 배움을 선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책 속에 살고 있다.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도 있고, 엉뚱한 사람, 이상한 사람, 괴팍한 사람도 있고, 통달한 사람, 신비한 사람, 초월한 사람도 있다. 그들과 만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는 인생의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질문이며, 공부하는 이유를 또렷하게 설정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성찰해야 하는 문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돌이켜 보자.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힘센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아니면 그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가? 아마도 부모님은 인간의 됨됨이를 강조하면서 남보다 똑똑한 사람이 되기를 은근히(때로는 노골적으로) 바랐을 것이다. 이러한 부모의 기대에 처음부터 반항하는 꼬맹이는 세상에 없으므로 예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보다’라는 조건 때문에 늘 힘들었을 것이다.
십대 청년으로 제2의 탄생을 맞이하면, 세상의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어른들은 죄다 썩어빠진 듯하고, 돈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동안 훌륭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모두 엉터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부모도 욕심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실망감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때로는 충동적으로 항의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어른들은 합리화의 불사신이고, 자식으로부터는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명한 청년은 독립인으로 떳떳이 설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며 내일을 기약한다. 여기서 독립은 경제적 독립이 아니라 정신적 독립을 뜻한다. 정신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하는 성취 목표 설정을 잘 해야 한다. ‘난 사람’이 되려고 하면 속물에 얽매이기 쉽고, ‘든 사람’이 되려고 하면 불확실한 지식에 얽매이기 쉽고, ‘된 사람’이 되려고 하면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기 쉽다.
독립인이란 속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권력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영의정이 되어도 왕에게 쩔쩔매며 살고, 교만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왕이 되어도 백성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려면 통상적으로 어른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 담백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속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아실현자들의 성품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욕구위계 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함 매슬로(Abraham H. Maslow 1908~1970)는 자아실현자로 추정되는 여러 인물들의 인생을 추적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자아실현자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지위나 명예, 권력이나 부, 인정과 인기 등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고, 그 대신 진실과 선을 향한 메타 욕구(Meta Needs; 초월적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매슬로가 자아실현자로 추정하여 연구한 인물 중에는 노예 해방을 이끈 위대한 인물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는 정식 학교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비정규직 순회 교사들로부터 약 18개월 동안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또한 청년 시기에는 우체국 일, 변호사, 뱃사공, 가게 점원, 토지측량 등 다양한 일에 종사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적인 문제로 우울증을 앓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한 에이브(Honest Abe), 장작 패는 사람(The Rail splitter), 위대한 해방자(The Great Emancipator)로 불렸으니 그의 성품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링컨은 열심히 책을 읽으며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8회에서 계속)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외 다수 저술 / 2012 올해의 과학교사, 2006 서울시 우수 상담교사
[신규진의 교육 성장] 공부는 왜 하는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