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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쓰는 용어 중에 ‘양치기’라는 말이 있다. 재미있는 표현인데, 많은 문제를 풀어서 국어 점수를 올리는 전략을 말한다. 수능 출제위원을 지낸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양치기’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효율이 낮을 뿐이다. 그리고 정말 양치기를 해야 하는 시기는 따로 있다. 어느 정도의 실력을 확보하고 난 다음에 하는 ‘양치기’만이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기에 맞는 공부를 해야 효율이 극대화된다. 학교를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고 3에겐 1년은 짧을 수 있다. 고 3을 기준으로 수능 국어 1년 간 시기별 공부법을 살펴보겠다.
◇ 예비 고3 시기(고 2 겨울방학~고 3 개학 전)
다들 알다시피 ‘고 3’은 3월이 아니라 고 2 겨울방학부터 시작된다. 수능 국어 학습 역시 마찬가지다. 고2 겨울방학에 수험생들은 평가원 기출문제를 정독하면서 수능국어의 기본기를 다져 놓아야 한다.
앞에서 양치기를 언급했지만, 평가원 기출문제를 가지고 ‘양치기’를 하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일이다. 평가원 기출문제는 후딱후딱 풀어 치우는 문제가 아니라 곰곰이 곱씹으며 국어의 기본기를 다지는 문제다. 기출문제를 2~3회 풀면서 ‘왜 정답이고 오답인지 근거를 완전히 찾고 이해할 때까지 생각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이 때 문제 풀이 시간에 구애받지 말자.
그리고 문법의 경우 개념서를 한 권 옆에 두고 문제와 관련되는 문법을 그 때 그 때 찾아보면서 정리하면서 넘어가는 게 좋다.
3월이 되면 이 예비 고 3 시기에 준비해 놓은 기본기로 3월 교육청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다. 좋은 테스트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평가원 시험과는 출제위원 구성부터 다르고 문제도 다르기 때문이다. 못 봤다고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잘봤다고 자만해서도 물론 안 된다.
◇고 3 초기(3월~평가원 6월 모의평가)
평가원 기출문제에 대한 공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이 시기에는 마무리를 해야 한다. 기출문제를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준비가 된 학생들은 ‘수능적 사고’가 상당히 체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은 이제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풀어보면서 본인의 실력을 심화해야 한다. 이때 수능적 사고 과정을 테스트할 수 있는 양질의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 조잡한 문제로 공부할 경우 평가원 기출을 공부하며 체화한 ‘수능적 사고’가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문제 풀이 시에는 속도에 대한 훈련을 시작하도록 한다. 스톱워치를 활용해 풀이 시간을 기록해 두자.
EBS 연계교재에 대한 학습을 해야 할 시기이다. 최근 중간고사에 EBS연계교재를 연계 출제하는 학교가 많으므로 내신 성적 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만, 수능에서는 영역별로 연계 정도가 다른 점을 감안해 전체적으로 훑어 본 후에 EBS 정리집을 구해서 요약 학습하는 것을 권한다.
6월 초 치르는 평가원 모의평가는 지금까지 공부한 실력을 테스트해 보는 중요한 시험이다. 이 6월 모의평가는 수능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이 주관하는 시험으로, ‘미리 보는 수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당해연도 수능시험에 나타날 새로운 경향이나 유형을 알 수 있는 시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6월 모의평가가 끝나고 나면 해당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 3 중기 (6월 모의평가~9월 모의평가)
이 시기에는 일단 6월 모의평가를 통해 파악된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여름방학이 바로 그 취약점 보완의 시기다. 또한 문법과 문학 영역의 필수 개념도 이 시기에 다시 한 번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실전 경험이 중요해진다. 기출문제를 통해 수능적 사고를 체화하고 양질의 실력문제로 그 사고를 심화했다면 이 시기부터는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찾는’ 속도와 정확성을 훈련해야 한다. 6월 모의평가까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폼’을 만드는데 집중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최고의 폼’을 가지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반복 훈련’하는 시기인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양치기’가 필요한 시점도 바로 이때다. 실전경험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수능적 사고’를 잘 체화한 학생이라면 이 시기 ‘반복 훈련’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 고 3 파이널 (9월 모의평가~수능)
한 해 동안의 공부가 완성을 향해 가는 시기로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는 공부를 해야 한다. 2017학년도에 재정비된 수능 국어 시험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난도가 상당히 상향됐기 때문에 실전 경험을 쌓지 않고 시험장에 가면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을 만큼 까다로운 시험이다. 게다가 국어는 1교시다. 나머지 시험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전 경험을 완벽하게 쌓도록 해야 한다.
아무래도 등급을 좌우하는 고난도 독서 지문 영역의 실전 경험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와 함께 다른 영역의 ‘감’ 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필자가 늘 강조하지만 수능 국어는 스포츠나 마찬가지다. 운동선수가 하루라도 훈련을 게을리 하면 실전에서 바로 티가 난다. 그것과 똑같다. ‘화법과 작문’을 쉽다고 소홀히 했다가 시험장에서 시간을 엄청 지체하는 바람에 시험을 망친 학생이 부지기수다. 골고루 매일매일 꾸준히 감 유지를 해줘야 한다.
매주 실전 모의고사를 실제 수능시험처럼 동일한 1교시 시간대에 풀어보기를 권한다. 이렇게 쌓은 실전 경험은 실제 수능시험을 볼 때 위력을 발휘한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들이 모두 입을 모아 실전 경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1년간의 수능국어 시기별 공부법을 살펴보았다. 혹시 ‘벌써 5월인데 아직 평가원 기출문제도 다 못 풀어본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걱정하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이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시간을 더 투자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된다.
하지만 앞의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양치기’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건 정말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차근차근, 그러나 늦은 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서 학습해 나가도록 하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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