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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는 독서 지문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문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평소 쓰는 말이기 때문에 읽을 수 있으면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르는 어휘로 인해 문장을 읽었을 때 의미가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있으면 안 된다. 기출 문제를 공부할 때 이 점을 명심하고 사전을 찾아가며 한 문장 한 문장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문단이다. 문장이 모여 만들어진 문단도 무작정 읽어 내려가면 실제 수능 시험을 볼 때는 몇 번이고 지문을 다시 읽어야 한다. 문제를 풀 때 선지의 정·오답 근거를 어느 문단에서 찾아야 하는지도 막연하다. 그렇다면 문단을 어떻게 읽어야할까?
step2_문단의 핵심을 요약할 수 있는가?
다음을 한 번 읽어보자.
역사가 신채호는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과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가 무장 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이러한 생각은 그를 투쟁만을 강조한 강경론자처럼 비춰지게 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식민지 민중과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민중 간의 연대를 지향하기도 했다. 그의 사상에서 투쟁과 연대는 모순되지 않는 요소였던 것이다. 이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사상의 핵심 개념인 ‘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수험생들이 어려워했던 2015학년도 수능 B형 인문 지문으로 소위 ‘신채호 아와 비아’라고 명명되는 고난도 지문의 첫 문단이다. 이 문단의 핵심을 요약할 수 있는가? 첫 문장에서 신채호의 ‘역사’ 개념을 정의해 놓고 있지만 핵심은 아니다. 이 문단을 논리적으로 압축·정리하면 이렇다.
#신채호는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 과정이라고 봤다.
#그는 무장 투쟁을 역설한 독립운동가여서 투쟁만을 강조한 강경론자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상에서 투쟁과 연대는 모순되지 않는 요소였다.
#이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그의 사상의 핵심개념인 ‘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된다. 핵심을 요약하면 ‘신채호의 아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그의 사상에서 투쟁과 연대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이다. 첫 문단이 이렇게 이해되면 그 뒤에 이어질 내용은 먼저 신채호의 ’아‘를 설명하고, 이어서 신채호의 사상에서 투쟁과 연대가 왜 모순되지 않는지를 설명할 것이라는 것이 짐작이 간다.
문단을, 문장들을 특정한 논리로 조립해 놓은 레고 덩어리라고 생각해보자. 그 레고 덩어리는 전체 지문이라는 레고 조립품에서 특정한 부분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게 로봇이라고 생각해보자. 어떤 문단은 그 로봇의 ‘머리’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면, 그 문단이 전체 레고로 만든 로봇의 머리라는 의미를 갖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핵심어(‘아’, ‘투쟁’, ‘연대’)와 핵심문장(맨 마지막 두 문장)이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문단은 그 로봇의 ‘팔’ 역학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면, 그 문단이 전체 레고로 만든 로봇의 팔이라는 의미를 갖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핵심어와 핵심문장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뼈대다. 대다수의 문단은 바로 이 뼈대에다가 그 핵심 문장을 더 자세히 설명하거나(상술) 예를 들거나(예시) 핵심 문장에 사용된 개념 또는 용어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된다. 따라서 문단에서 뼈대를 찾아내는 것이 문단의 의미 파악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다.
여기에 덧붙여서 설명을 위해 필요한 개념 정의, 비교나 대조, 조건, 비례, 연관 등을 제시하는 특수 문장들을 찾아내는 연습을 평상시에 해 두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문단의 핵심어와 핵심 문장, 기타 주요 어구들을 찾는 훈련을 하는 가운데서도, 계속 문장 단위의 분석도 이루어져야 한다. 즉, 해석이 안되는 문장이 있으면 그 문장의 어휘들을 찾아 정확하게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훈련도 항상 병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장과 문단 공부는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step3_문단의 핵심내용을 모아서 지문 전체의 핵심 논지를 파악할 수 있는가
문장을 모아 만든 의미의 덩어리인 문단을 특정한 논리로 조립하면 지문이 된다. 즉, 문단들의 핵심어와 핵심문장을 찾아 연결하면 지문의 전체 핵심 논지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이때 문단들의 관계를 드러내주는 표지로 종종 접속사(또는 그에 준하는 표현)가 활용된다.
지문 전체의 핵심 논지는 이렇게 문장과 문단의 파악 및 연결을 통해 이해되는 것인데, 수험생들이 이를 훈련없이 무작정 읽어내려 하니까 크고 막연한 의미의 덩어리와 만나서 헤매게 되는 것이다. 우리말이기 때문에 무작정 읽어도 읽히기는 한다. 그런데 그게 함정이다. 읽었지만 머릿속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보통 학생들은 이런 현상을 겪으면 ‘지문이 어렵다’고 한다. 정보량이 많다거나 난이도가 높다고 스스로 진단하기 때문이다.
일단 처음 지문읽기 훈련을 할 때는 차근차근 문단 단위로 읽어가면서 한 문단을 읽고 나면 잠깐 멈추도록 하자. 그리고는 이 문단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핵심내용을 머릿속에서 한 번 정리해야 한다. 이때 우리의 뇌는 ‘이해’를 하게 된다.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해야 이해가 된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할 때 한 번씩 멈춰서 만들고자 하는 완성품을 떠올리며 지금 어느 부분을 만들고 있는지를 가늠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문단의 핵심내용을 모아서 지문 전체의 핵심 논지를 파악하는 훈련이 선행돼야 독서 문항을 더 쉽고 빠르게 풀 수 있게 된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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