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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원, 집의 트라이앵글에 갇힌 우리 아이, 에세이 쓸 꺼리가 없어요.”
90% 학부모들의 걱정이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같은 학교, 같은 학원을 다녔다고 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20년 가까이 살았으면 누구나 자기만의 색깔이 있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경험이 있는 학생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 경험은 수십개 써야 할 대학 에세이 중 하나를 충족시킬 뿐이다. 어차피 결국 다 비슷한 출발점에 서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뭔가 특별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대학 지원 에세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좀 거창한 얘기 같지만, 인간의 삶이, 특히 한국 학생의 삶이 큰 그림에서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그럼에도 일류 대학에 많은 학생들이 진학하고 있다.
훌륭한 에세이는 이런 공통된 경험 속에 들어있는 자기만의 디테일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만의 느낌과 생각이 있고, 이를 깊숙이 찔러 파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마치 심리 치료를 하듯, 그 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 속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찾고, 이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가치를 향해 갈 지 결정하는 철학적 고뇌의 순간인 것이다. 여기에 어떤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진솔한 스토리가 가장 좋은 재료다.
물론 대학마다 리더십, 국제 경험 등 선호하는 유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 경험을 적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카운셀러와 선생님이 써 주는 추천서와 동떨어진 에세이를 썼다간 큰 낭패를 본다. 자기 색깔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성숙된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에세이는 빛난다.
대학 지원 에세이의 아이러니는 자기 삶이기 때문에 더 갈피를 못 잡는다는데 있다. 누구나 본인 이야기를 할 때 가장 객관적이기 어렵다. 본인에게는 대단히 소중한 경험이었을 지 모르나, 사실 제삼자가 보기엔 그저 평범한 과정인 경우가 있다. 반면 자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경험이 타인에겐 대단히 인상적인 에피소드로 다가서는 경우도 많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브레인스토밍을 전방위적으로 꼼꼼하게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연결 고리가 생기기도 한다. 마치 잠재 의식 속에 녹아있던 삶의 나침표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같은 에세이의 기본기는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지만, 세부적인 최신 트렌드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최근 SAT는 10년 이상 주기로 바뀌었지만, 대학 에세이는 그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첫째, “왜 우리 대학을 지원했는지”를 물어보는 “Why us?” 에세이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명문대 합격률이 이제 5% 안팎으로 떨어질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지면 대학 입장에선 선발해 놓고도 퇴짜를 맞을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정말 이 학생이 우리 대학을 오고 싶어하는지, 얼마나 우리 대학에 열정을 갖고 있는지 더 알고 싶은 것이다.
한국 학생들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가장 훌륭한 것은 직접 칼리지 투어를 하거나 다양한 프로젝트로 해당 대학 교수님과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다보니 용이하지 않다. 또한 미국 대학 출신의 친척이나 지인도 많지 않아 정말 가고 싶은 대학 몇 군데를 제외하곤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지원할 때쯤 웹사이트를 뒤적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는 남들도 다 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해서 자기만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좋은 “Why us?” 에세이의 핵심이 되겠다.
둘째, 전반적으로 에세이 토픽 수가 늘어나고 있다. 가령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경우 최근 두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났다. 예일 대학교가 요구하는 짧은 에세이는 10개 가까이 된다. 이는 지원자 파악에 예전처럼 한두개의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holistic) 면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에세이 토픽도 고리타분한 전공 또는 교외활동들만 묻지 않는다. 가령 스탠퍼드대 토픽에는 “룸메이트에게 편지 쓰기”, “하루에 한 시간이 더 있다면?” 등 자신만의 창의력과 개성이 요구되는 질문을 여러개 제시한다.
이런 에세이를 남들과 다른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멋지게 쓰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또다시 엉뚱한 주소를 두리번거리는 것.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대학별 특징을 잘 살려 지원할 것을 꼭 권유한다. 옛날에는 에세이를 여러 개 준비하여 대학별 특성에 맞춰 선호할 만한 내용을 집어넣는 것이 꽤 먹혔다. 그러나 지금같이 치열한 경쟁에선 어떻게 알았는지 대학들은 알아서 자신들이 좋아할 학생을 뽑아간다. 그만큼 자기 장점을 살려서 지원할 때 홈런을 칠 확률이 높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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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민의 PERFECT ESSAY] <특집> 성공적인 대학 지원 에세이의 최신 트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