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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게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TV, 핸드폰, 인터넷, 잠, 잡생각, 딴짓, 목마름, 화장실, 자기합리화, 불안 답답한 마음, 현재의 내 상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연함,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얽매고 있는 한계, 친구 관계, 부모님이나 형제와의 관계, 선생님 등등.
그나마 이런 답답함 들은 알고 있는 경우라도 많다. 답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할 뿐. 그런데 우리들이 잘 모르고 있는 위험요소가 하나 있다. ‘알고 있다’와 ‘할 수 있다’를 혼동하는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최고의 위험요소다. 왜냐, 이게 위험한 줄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것과 전혀 다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제대로 입력이 되었고 출력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알고 있다는 것은 입력은 해봤지만, 출력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즉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는데 확실한 것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기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다.
이건 아예 못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차라리 깔끔하게 못 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서 다시 찾아볼 이유가 생기지만, 알고 있다는 느낌은 찾아볼 이유조차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어설픈 상태로 계속 갈 수 있게만 도와줄 뿐이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 망하는 이유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어설픈 선행학습 상태다. 알고 있더라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한마디로 완전히 애매한 상태. 그래서 상담해보면 꼭 이렇게 나온다. ‘수학 선행을 몇 번 돌렸는데 우선 한번 훑어보고 맛만 봤다고’ 아마 그렇게 학원 원장님이 학부모 상담을 해준 모양이다. 선행에서는 그 정도면 된다고. 근데 그게 결국 내 발목을 잡게 된다.
또 평소에 눈으로 공부할 때는 알 것 같다가도 막상 내가 손으로 풀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평소 연습 때는 잘하다가도 시험 보면 망해도 봤을 것이다. 이게 다 '알고 있다'와 '할 수 있다'의 차이를 간과한 결과들이다.
공부란 한마디로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매일의 공부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했느냐도 아니고 얼마나 아느냐도 아니다. 얼마나 할 수 있느냐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100을 계획하고 80만 달성해도 좋다. 80중에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과정이 바로 출력이고 그걸 빼먹지 않고 매일 해야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이 곧 우리들을 상위권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상위권들은 못 하겠는 내용이 눈에 밟혀서 더 봐야 할 것 같고 항상 시간이 부족해 한다. 중위권들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놀게 되는 것이다. 중위권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입력을 위한 노력은 충분하다. 못하는 걸 찾는 노력 즉 출력 연습이 부족해서 그렇다. 꺼내보고 알겠는지와 할 수도 있겠는지를 체크해 보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하위권 귀염둥이 친구들은 아는 것 자체가 아직 형성 이전의 어떤 순수한 상태인 게 문제다. 그러니 공부를 일단 시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정말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는지를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자. 보통 공부할 때 부모님은 뭘 하실까? 주로 주무시거나 TV 보시거나 요새는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부모 자식 관계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남이 고생할 때는 즐겁고 편한 모습을 안 보이는 게 예의인데 엄마가 좀 너무 하신거라고 본다. 그러니 이제 어머님 인생도 긍정적으로 이끌어드리고 우리들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아보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엄마가 TV보는 소리가 들리거나 조용해지시거나 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리면 마루로 나간다. 그리고 TV를 끈다. 어머님께 말씀드려보자. 이땐 엄마라고 하지 말고 어머님이라고 하자. ‘어머님 제가 오늘 공부한 내용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아니면 TV를 계속 보시겠습니까’ 여기서 엄마가 TV 본다고 하시면 친자 확인 DNA 검사를 외뢰해야 할 것이다. 거의 그럴 가능성은 0으로 수렴하지만 말이다. 설명해보라 하실 거다. 그럼 마구 오늘 공부한 내용부터 개념부터 문제까지 설명드려보자. 엄마야 뭐 당연히 못 알아들으실 것이다. 중요한건 우리가 공부한 내용을 스스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설명이 제대로 안되거나 어려운 부분이 바로 우리가 못하는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설명이 잘 되는 부분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고. 이래야만 아는 것에서 벗어나 진짜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모르겠는 내용은 방에 들어가서 다시 찾아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본 지식이야 말로 진짜 내꺼가 된다. 즉 이순간이 바로 공부가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하면 엄마가 가출하신다. 그럼 누구? 아빠한테 해보자. 최종적으로는 동생한테까지... 결국 가족 모두 가출하면 이제 우리의 유일한 동반자는 스터디플래너다. 오늘 계획을 짜고 공부했으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옆에 혹은 다른 노트에 공부한 내용을 꺼내서 써보자. 수학 문제를 풀었으면 아무거나 찍어서 다시 풀어보고, 영어 단어를 외웠으면 자기 전에 다시 봤을 때는 몇 개나 외우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과학 그래프를 공부했으면 그래프를 그리면서 설명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안 나고 문제가 안 풀린다고 좌절할 필요 없다. 시험 때 정말 중요한 순간에 좌절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할 수 있고 없는 게 뭔지를 안게 중요한 것이다. 그럼 다시 복습하면 된다. 그래서 제대로 알고 시험 때 할 수 있음을 정확히 출력해내면 아무 문제 없다. 시험 볼 때 처음으로 출력해보는 경험 썩 유쾌하지 않다. 공부 내용을 입력한 매 순간 반드시 시간차를 두고 해봐야 할 노력이 바로 출력이고 플래너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험 볼 때 출력이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되고 결국 모두 상위권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알고 있다’와 ‘할 수 있다’ 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