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그날 공부 계획하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0.20 09:40
  • 지피지기백전백태 라는 말처럼 나 자신과 시험을 이해하는 정도는 사실 공부의 성과를 내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우선 시험이 어떻게 나오는지 이해하고 그에 맞춰 효과적인 공부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영어단어 암기하기다. 근래의 중고등 영어시험에서 영어단어가 시험에 활용되는 방식을 보자. 수능의 경우 독해지문에서 해석을 정확히 할 수 있는가 라는 방식으로 평가한다. 내신의 경우 영영 의미를 요구하거나 동의어 내지 반의어 정도를 물어본다. 그 어떤 시험에서도 한국말로 무슨 뜻이냐를 직접 물어보는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은 영어단어를 외우고 나서 백발백중 그 단어의 한글 뜻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누구도 거기에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결국 시험이 추구하는 방향과 별 관련 없는 방향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시험은 개별 단어의 한국어 의미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사용된 전제 문맥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력은 많이 하는데 득점에 항상 어려움을 겪는다.

    노력이 득점으로 연결되고자 한다면, 영단어의 한국말 의미가 생각나는지 안 나는지를 떠올릴 것이 아니라 단어가 사용된 예문들을 모아뒀다가, 단어를 암기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예문해석이 가능한지를 봐야 한다. 꼭 우리말로 변역하지 않더라도 어떤 뜻인지 이해하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시험을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공부의 성과가 달라지는 이유다.

    시험에 대한 이해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면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이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공부계획을 세우게 해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공부계획을 짜온다. 반대로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공부계획을 세우게 해보자. 뭘 어떻게 짜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할 것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가? 물론 그전에 해본 경험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사실 내가 얼마동안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감이 있고 없고의 차이 때문이다.

    한 시간 동안 A라는 수학 문제집을 열심히 풀면 얼마나 풀 수 있는지 감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평소에 열심히 풀다보면 생기는 감도 있을 것이고, 의도적으로 시험 때 한 문제를 푸는데 주어지는 시간을 토대로 계산하여 도전해봄으로서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 감이다.이를테면 내가 보는 학교 시험이 한 문제에 3.5분이 주어진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평소 공부에서 한 시간에 17문제 정도를 푸는 것을 계획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시험과 유사한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문제들이라고 가정하고 말이다. 또한 이렇게 공부한다면 잡생각이나 딴짓, 잠이 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문제를 풀 때는 시험 보는 상황을 항상 가정하고 공부해야 효율도 좋고 빨리 끝내고 놀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분량단위의 그날 공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이 3시간이고 그 시간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이 이정도이니 어디서 어디까지 얼만큼 해야 한다는 것을 계획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메커니즘이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시험 때 주어진 시간 내에 풀어내지 못한다면 시험을 기준으로 문제 풀이량을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시험 때 주어진 시간 내에 지문 읽고 푸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아직은 시간을 시험에 맞추는 것은 부담이 된다. 그럴 땐 무작정 시간단위로 계획을 짜는 것도 괜찮다. 영어1시간 수학1시간 국어1시간 열심히~ 이렇게 말이다. 단, 그 공부를 할 때 내가 과연 한 문제를 푸는데 얼마나 걸리고 한 페이지를 외우는데 얼마나 걸리며 한 페이지를 읽고 숙지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는 측정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는 분량단위의 계획을 수립하고 완수 할 수 있다. 또한 추후에 시험에 맞는 공부계획을 짤 수도 있다.

    자신을 잘 이해하고 계획을 짜는 것은 비단 공부 분량을 설정하는데 국한되지 않는다. 초저녁에 잘되는지 밤이 돼야 잘되는지, 외우고 이해하고 나서 문제 푸는 흐름이 좋은지 문제부터 풀고 암기 이해하는 게 나은지, 하루에 3과목을 계획 하는 게 좋은지 5과목을 공부 하는 게 좋은지 한 과목에 몰두 하는 게 좋은지, 나는 어떻게 계획을 짜고 공부하는 게 좋은지 알고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취약과목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전략과목부터 하는 것이 좋은지, 놀고 나서 하는 게 좋은지 공부 다 하고 노는 게 좋은지 조차도 사람마다 다르므로 무조건적으로 공부법 책에 적힌 모범 공부법이 정답이 아니라, 내가 어떤 게 좋은지 알아야 한다. 마치 표준식단이 존재함에도 불고하고, 내가 어떤 음식이 잘 소화되는지 알고 어떤 영양소가 필요한지 등의 정보를 알아야 나에게 맞는 식단을 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나의 선호취향이나 효율 및 효과적인 공부계획에 필요한 자신의 특성을 알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잘하는 아이들도 처음에 태어나면서 부터 그런 것들을 안게 아니다. 평소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해가면서 알게 된 것이다. 아 나는 이렇게 이런때 이만큼 이런 식으로 해야 공부효과가 좋구나 어떻게 얼만큼 언제 하면 효과가 떨어지는구나 하는 사실들 말이다.

    그렇다면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은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결론은 시행착오를 통해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계획을 작성할 때 이런 저런 경우의 수 들을 반영해보고 내 느낌을 찾아야 한다. 하루는 놀고 공부해보고 다른 하루는 공부하고 놀아보자. 언제 내 안에 있는 내가 공부가 더 잘된다고 말하고 있는가! 하루는 3과목을 하루는 5과목을 하루는 한과목만 공부해보자. 언제 내안에 내가 공부가 충실했다고 말하고 있는가! 무조건 내가 공부가 잘되고 효과적인 방법만이 최고의 공부법이자 공부계획이다. 즉,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공부계획을 무조건 따라할게 아니라 그들이 가진 자기 스스로에 대한 감각과 이해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언젠가는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가 아니라 진짜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어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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