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교과서 활용하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9.22 09:43
  •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교과서와 수업 그리고 예습복습 철저히’. 그중에 교과서를 알아보자. 교과서야말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이 등한시 하는 대표적인 책이다. 문제집이나 자습서, 다른 기본서만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서는 엉성하게 공부하거나 수업 때 꺼내 놓는 것 빼고는 아예 취급조차 안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교과서가 여타의 교재들과 가장 다른 점은 기본 개념이나 설명 혹은 내용이 최대한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중의 학습참고서 들은 대부분 요약 압축 문제 풀이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게 좋아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그런 책을 선호하니까 시장이 거기에 반응한 것이다. 공부는 뭔가를 읽고 이해하고 그 생각의 흐름이나 설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있어야만 기반이 잘 형성되는데 그것은 교과서를 통했을 때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교과서가 아닌 참고서를 위주로 공부하다보니 이런 기반이 형성되지 않고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다보니 모래성 같은 실력을 쌓게 된다.

    이런 시행착오를 스스로 느끼고 고치려고 할 때는 이미 꽤 늦은 경우가 많다. 그동안 너무 읽고 이해하고 스스로 터득하는 습관이 안 되어 있다 보니 교과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는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결국 참고서 중독증을 고치지 못하고 교과서는 읽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해서는 최상위권이 되기는 어렵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교과서를 읽어내는 능력은 어려서부터의 독서력에서 시작된다. 활자로 된 내용을 지면을 통해 읽고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익숙하고 편해야만 교과서도 잘 읽히고 손이 가게 되어 있다. 그렇게 교과서라는 가장 근간이 되는 교재를 공부하고 나서 확장의 단계에서 문제집, 참고서, 기출, 모의고서를 풀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실력의 단계가 찾아온다. 그러나 마음만 급하고 욕심이 앞서면 교과서를 잡지 않고 실전 문제집에만 매달리게 되고 당장에 문제를 풀면서 만족할 수는 있지만 종국에는 어설픈 실력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공부도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와의 관계나 가정의 양육태도가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목으로는 특히 수학과 사회, 과학 같이 내용이 누적적으로 진행되고 앞의 내용이 뒤에 영향을 미치는 과목들일수록 교과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사회나 과학 교과의 다양한 과목들은 특히 교과서를 기본서로해서 단권화 작업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어설픈 참고서보다는 교과서의 내용을 중심으로 오답문제도 정리하고 핵심도 표시해서 반복하면 참고서로 공부할 때와는 또 다른 신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학은 교과서를 집중해서 보고 공부하면 참고서로 공부할 때는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는 의외의 경험을 하게 된다. 참고서들이 기본 내용을 너무 가공하고 실전화 해놓다 보니 놓치게 되는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을 교과서는 가장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서에 제시된 학습목표나 학습활동의 내용을 답하려고 해보면 단답형의 문제집만 풀 때와는 다른 생각과 고민을 해볼 수 있다. 그런 작업 중에 모범적인 답을 참고할 때 참고서나 자습서를 활용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라고 봐야 한다. 교과서를 이용한 능동적인 작업의 보조제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교과서가 문제집의 기능면에서는 탁월하진 못하다. 다양한 문제를 망라할 수는 없고 그것이 기본 기능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서를 통해 기본기를 충실히 한 다음에는 다양한 문제집을 통해 실력을 굳혀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선후관계를 혼동하지 않는다면 문제집은 그 나름대로의 순기능과 역할이 분명히 있다. 다만 활자로 된 매체를 이용해서 사고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모두에게 편리하고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인내심과 습관이 되어야만 꾸준히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따라서 기왕에 이런 습관이 덜 형성된 채로 중고생이 되었다면 교과서만으로는 아마 공부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교과서 보다 더 충실하게 기본 설명을 해놓은 책을 차근차근 따라 읽는 것이 좋다. 교과서로 안된다고 쉽사리 강의나 요약서로 혹은 문제집으로 빠져버리면 영영 자기 머리로 고민하고 받아들이는 회로가 발전하지 않는다. 그런 공부는 결국 학습능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그냥 시험용으로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전락하기 쉽다. 청소년 시절의 이 공부가 결코 일회용품이 아니라 평생 활용할 수 있는 학습능력으로 발전하는데 가장 좋은 출발점은 그래서 역시 교과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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