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오답노트 만들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9.08 09:26
  • 시험이 끝나고 시험지를 쳐다보기 싫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이기고 굳이 틀린 문제라는 아픈 구석을 찾아내서 왜 틀렸는지부터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 지에 이르기 까지 자신을 담금질 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만 다음번에는 틀리지 않는 성장이 가능하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이런 절차에 적극적이다. 그들에게 문제를 틀린 것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이유를 찾고 다음에 틀리지 않으면 그만인 일이다.

    시험을 못 보는 것과 나를 동일시해서 한없이 좌절하고 수치심을 느낀다면 지금 당장 그런 마음을 내려놓도록 하자. 인생의 긴 여정에서 고작 한 두 번의 시험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시험은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내비게이션 정도에 불과하며, 지금 조금 늦게 가고 있다고 해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내비게이션 상에 위치를 확인했다면 이제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경로로 재설정하기 위한 것이 오답노트일 뿐이다.

    오답노트는 만드는 과정 자체로 공부가 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따라서 문제가 틀렸다고 해서 그 문제를 오려 붙이고 정확한 풀이를 쓰는 것만으로는 오답노트의 의미가 없다. 그럴거면 그냥 다시 한 번 풀어보면 되지 굳이 노트를 만들 이유는 없다. 오답노트는 틀린 문제로 시작해서 그 문제를 틀릴 때의 원인, 느낌, 생각 혹은 상황도 적어야 한다. 막막해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는지, 시간이 촉박해서 눈앞이 캄캄했는지, 잘못된 개념을 헤매다가 발상이 안 되었는지, 출제자와 다른 생각이나 근거로 헷갈렸는지, 주의 깊게 문제를 읽지 않은 것인지, 전제조건이나 제한조건을 무시한 것인지, 지문 읽는 속도의 문제였는지, 정확성 탓인지 모르는 어휘나 구문 탓인지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인지 등등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느낌 생각 원인을 기술해야 한다. 그래야 오답노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음번에 그런 상황을 맞이하지 않을 공부의 방향성을 생각하게 된다.

    오답문제에 대한 정확한 풀이는 당연히 작성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정성들여서 풀이를 해야 한다. 수학문제라면 정확한 과정을 거쳐서 풀이해야 할 것이다. 국어라면 정답의 근거를 정확히 설명해도 좋다. 영어라면 정확한 문장의 해석이나 문법적 설명이나 어휘의 의미나 기타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과정을 정리해나가는 것이 곧 풀이과정이다. 아울러서 그 문제가 필요로 하는 개념이나 공식이나 정의, 정리 혹은 답의 근거를 찾는 논리, 어떤 지문의 정확한 해석이나 관련한 공부내용 등등을 과목의 특성에 맞게 정리하기 위한 공부가 매우 중요하다. 오답노트는 오히려 이런 공부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학생들은 오답노트를 만들기에 다소 많은 문제를 틀려서 오답노트를 만들기 보다는 그냥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답노트를 단지 틀린 문제를 한번 다시 풀어보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 생긴 잘못된 인식이다. 오답문제를 분석하고 내가 그 문제를 접근하는 과정을 재점검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훌륭한 공부의 과정이다. 공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 보다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야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 알 수 있다. 오답노트가 바로 이를 위한 최적의 도구이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너무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기본서에 오답문제를 단권화 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과목을 공부하는 중심 교재에서 그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내용이 적힌 곳을 찾아 내용 설명 옆에 문제를 붙이고 거기에 직접 위에서 설명한 오답노트 작업을 하면 된다. 그러면 그 중심교재가 곧 좋은 오답노트가 되어 한권으로 단권화 됨으로써 집중도를 높이고 단권화 교재의 반복을 통한 학습효과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공부를 반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완전히 머릿속에 자리 잡은 내용 중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오답문제들은 나중에는 띄어서 제거해도 좋다. 따라서 책이 처음에는 두꺼워지다가 나중에는 다시 얇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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